[텍스트브이로그] “모두가 포기한 뇌 수술, 비대면 진료가 저를 살렸어요”

[한경잡앤조이=조아라 하이메디 매니저] 코로나19로 발이 묶인 외국인 환자들에게 비대면 진료는 삶에 대한 희망을 주는 한줄기 동아줄과 같다. 지난해 8월, 뇌종양을 진단받고 시력을 잃어가던 카자흐스탄 출신 환자에게 우리는 한국에서 보내 준 동아줄이 되었다.

이 환자는 갑자기 한쪽 눈이 보이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가 뇌 수막종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뇌 수막종은 뇌를 둘러싸고 있는 얇은 막인 뇌 수막에 생긴 종양인데, 다행히 악성인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이 환자의 경우 종양이 뇌의 한가운데에 위치해 시신경을 누르고 있었고, 크기도 상당히 컸다. 치료를 위해 현지에서 제일 유명한 병원을 찾았지만 수술이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고 아랍에미리트, 이스라엘, 러시아의 유명한 신경외과 교수에게도 백방으로 문의했지만 모두 포기하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뇌종양을 제거할 때 주변의 신경이 손상되어 후유증을 겪을 위험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절망에 빠져 있었던 그녀는 의사인 지인을 통해 외국인 환자와 한국 병원을 연결해 주는 회사(하이메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하이메디와 연결됐다. 그 소식을 접한 우리는 뇌종양 수술로 유명한 병원에서 원격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그녀가 현지에서 받은 검사 영상과 소견서 등을 모두 전달받아 의료진에게 전달했고 병력을 최대한 자세히 확인해 20분간의 원격 진료가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했다.

“한국에서는 수술 가능합니다”
원격진료 전 환자의 검사 자료를 보고 온 의료진은 수술 가능 여부가 가장 궁금했을 그녀를 위해 이 문장으로 진료를 시작했다. 이 말을 들은 환자 본인만큼은 아니겠지만, 수술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 불가능한 수술이 우리나라에서는 당연하게 되는 것을 보며 마음속으로 ‘K-의료 최고!!’를 외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어 의료진은 치료를 위해 내시경 수술을 제안했는데, 머리를 열지 않고 코로 내시경 카메라를 넣어 뇌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이었다. 코부터 머리까지 이어지는 통로를 이용해 회복도 빠르고 합병증이 적은 것이 장점인 수술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수술 장비가 코를 통해 뇌까지 접근하는 방식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졌다.

진료실에서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 없이 원격으로 생사를 가르는 수술을 선택하는 환자의 마음을 잘 알기에 의료진은 본인이 직접 집도한 수술 영상을 화면에 띄워 수술 과정을 일일이 설명하며 그녀를 안심시켰다.
△한국에서 뇌수막종 수술을 받은 카자흐스탄 환자가 한국으로 보낸 감사 편지.
△한국에서 뇌수막종 수술을 받은 카자흐스탄 환자가 한국으로 보낸 감사 편지.
그녀는 수술 영상을 본 직후 한국에서의 치료를 결정했고, 우리와 연락이 닿은 지 3주 만에 한국에 입국했다. 그리고 2주간의 자가격리 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성공적으로 뇌종양 수술을 받았다. 머리를 절개하지 않는 수술이었기 때문에 회복이 빨라 10일 만에 퇴원할 수 있었다.

앞이 전혀 보이지 않던 증상은 안경으로 조절 가능한 수준으로 개선되었고, 며칠간 서울을 둘러본 후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갔다. 귀국해서는 감사의 마음을 가득 담은 편지도 보내왔다.

현재 감기, 복통 등의 경증 환자가 주로 이용하는 국내 비대면 진료는 높은 편리성으로 인기라면 암과 중증 질환을 호소하는 외국인 환자들이 이용하는 한국 비대면 진료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치료할 기회조차 찾지 못하던 환자들이 세계적인 수준의 의료진을 통해 새로운 삶을 되찾는 것을 보며 다시 한번 한국에서 태어난 것에 대해 감사하며, 한국 의료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게 되었다.

조아라 씨는 한국의 대형 병원에서 5년간 마케팅을 담당했던 경험을 살려 스타트업 하이메디에 입사했다. 현재 한국의 첨단 의료 기술을 필요로 하는 외국인 환자를 위한 상품과 서비스를 기획해 외국인 환자와 한국병원을 연결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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