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브이로그] 자연을 즐기는 7가지 방법

이웃을 잘 만나야 ‘힐링 캠핑’을 할 수 있다 [캠핑도락]
[한경잡앤조이=김인호 세컨신드롬 매니저] 강원도로 백패킹을 떠나려 운전대를 잡고 장시간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네비게이션에서 들려오는 휴게소 안내 소리가 왠지 모를 설렘으로 바뀐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 운전자에게 고속도로 휴게소는 일종의 방앗간이다. 호두과자, 꼬치, 떡볶이 같은 각종 간식거리는 새벽부터 달려온 나의 허기진 배를 달래 준다.

휴게소 공중 화장실을 들를 때마다 한 켠에 붙어 있는 문구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다’를 빼놓으면 섭섭하다. 공공 화장실 가꾸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카피인데, 시작한지 20년도 더 됐다. 문득 이보다 간접적으로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는 메시지도 없을 듯하다.

이 문구를 백패킹에 적용해 보자면 ‘백패커가 머문 자리는 아름답다’ 정도로 바꿔볼 수 있지 않을까. 아쉽게도 백패커가 머문 자리가 아름답지 못해 눈살을 찌푸린 적이 왕왕 있다.

백패킹 성지라 불리는 강원도의 한 산을 찾아 나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텐트 안에 앉아 선선한 바람에 석양과 마주보고 있을 때 즈음 ‘지글지글’ 어디선가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코끝을 자극하는 고소한 냄새에 술 한잔이 생각날 지경이었다. 그야 말로 삼겹살 파티가 따로 없었다. 5~6명 무리 지어 올라 세찬 바람 속에서도 술 잔을 기울이기에 바빴다. 새벽까지 계속된 그들의 파티는 텐트에 맺힌 이슬이 살얼음이 됐을 무렵 마무리가 됐다.

경기도에 위치한 700m 조금 안 되는 산에 들 짐을 메고 올랐을 때 일이다. 정상석에 다다를 때 즈음 가는 길목 마다 피어 있는 하얀색 입사귀의 꽃이 눈에 들어왔다. ‘정상에는 이런 꽃도 피는구나’ 신기한 마음에 가까이 다가서니 꽃은 온데간데없고 바위 틈에 사이에 누가 버리고 간지 모를 휴지 조각이 덩그러니 남아있다. 다행히 앞서 언급한 사례 외에 다른 상황이 떠오르지 않는 걸 봐서는 얼굴 붉힐 일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자연에 흔적을 남기지 않으면서 즐기는 7가지 방법
산으로 트레킹을 떠나 숲속에서 캠핑을 즐기는 백패커라면 자연을 있는 그대로 즐기고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로 ‘자연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다. 자연을 벗삼아 숲으로 여행을 떠난다면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행동해야 할 일종의 윤리지침과도 같다.

LNT는 ‘Leave No Trace’의 준말이다. 1960년대 미국에서 시작한 자연보호 캠페인이자 그 자체가 단체명이기도 하다. LNT는 백패킹에 한정하지 않고 트레킹이나 등산, 트레일 러닝 등 자연에서 즐기는 아웃도어 활동 전 영역을 아우른다.

△L.N.T(Leave No Trace) 공식 홈페이지 (https://lnt.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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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T(Leave No Trace) 공식 홈페이지 (https://lnt.org/) .
자연보호를 위해 특정 지역의 방문을 제한하거나 행동을 억제하는 방식이 아닌 활동 수칙과 기술 교육 프로그램이나 연구조사, 캠페인 등을 통해 사람들에게 아웃도어 활동 시 자연보호의 중요성을 전파해 나가고 있다. 국내에 비교적 최근에 알려진 ‘LNT 7가지 윤리지침’을 통해 자연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방법을 전 세계 아웃도어 활동가들과 공유하고 있다.

먼저 ‘미리 계획하고 준비하는 것(Plan Ahead and Prepare)’이다. 아웃도어 활동을 사전에 준비하면 팀이나 홀로 산으로 여정을 떠나도 안전하게 다녀올 수 있다. 트레킹이나 등산을 할 때 미리 이동 동선을 파악해 길을 잃지 않거나 시간을 지체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 캠핑이나 트레킹을 할 때는 ‘기존의 루트를 이용하는 것(Travel & Camp on Durable Surfaces)’이다. 숲 속을 걷거나 야영할 때는 새로운 길이나 야영지를 만들기 보다는 기존에 이미 사람들이 다녀간 곳을 지나가거나 머무는 것이 초목이 자라거나 야생동물이 살아가는 데 영향을 덜 미친다.
이웃을 잘 만나야 ‘힐링 캠핑’을 할 수 있다 [캠핑도락]
필자는 백패킹을 갈 때 항상 쓰레기 주머니를 가지고 올라간다. 배낭을 쌀 때 최소한으로 물품을 꾸리지만, 올라가서 발생하는 각종 쓰레기는 미리 준비해간 주머니에 담아서 내려온다. 같은 맥락에서 LNT에서는 ‘쓰레기를 올바르게 처리하는 것(Dispose of Waste Properly)’을 강조하고 있다. 또 일반 쓰레기 뿐 아니라 인분도 자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산에서 급한 용변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LNT 홈페이지에서 소상히 언급하고 있으니 궁금하다면 참조하면 된다.

산에서는 꽃이나 나뭇가지를 꺾어 집으로 가져가거나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 자연의 모습은 있는 그대로 눈으로 담고 내려오면 된다(Leave What You Find). ‘모닥불은 사용을 최소화(Minimize Campfire Impacts)’한다. 이는 숲속에서 화기 사용이 허용되는 몇몇 국가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우리나라는 산림 또는 산림 인접 지역에서 불을 피우거나 라이터를 소지하는 것만으로 불법행위가 될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가 필요하다.

산에서 만나는 ‘야생동물을 존중(Respect Wildlife)’해야 한다. 야생동물에게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먹이를 주지 않는다. 자칫 먹이를 주는 행위는 야생동물의 건강을 해치고 야생본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번식기에는 큰 소리를 지르거나 반려동물과 동행하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것(Be Considerate of Other)’이다. 이 단체는7가지 윤리지침 중에서 이를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언급하고 있다. 백패킹이나 캠핑을 하다 보면 ‘이웃을 잘 만나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웃이 누구인지에 따라서 ‘힐링을 하느냐 스트레스가 늘어나느냐’ 그 결과가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나의 배려가 자연을 즐기며 힐링을 하러 온 누군가에게 최상의 선물을 선사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캠핑은 아는 만큼 보이는 취미생활이다. 긴 호흡을 갖고 하나하나 알아 나가면서 경험을 통해 습득한다. 캠핑은 내가 노력한 만큼 즐길 수 있어 매력적이다.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을 있는 그대로 만끽하고 싶다면 배낭 속 짐을 줄이는 것부터 가 시작이다.


김인호씨는 커뮤니케이션을 업으로 삼고 PR 전문회사와 이커머스 기업 홍보팀을 거쳐 현재는 ‘미니창고 다락’을 서비스하고 있는 프롭테크 스타트업 ‘세컨신드롬’에서 PR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다. 한정된 주거 환경을 개선해 어디서든 쾌적한 주거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채널을 통해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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