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브이로그] 한국 직장인에 토론이 필요한 이유

자기 주장 뚜렷한 요즘 직장인, 토론도 잘할까? [요즘 직장인의 자기개발]
[한경잡앤조이=오종택 인사이터 대표] 2020년 G20 정상회담 폐막식 때 작은 해프닝이 하나 있었다. 미국 오마바 전 대통령이 연설을 마치고 한국 기자들에게 먼저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그러나 한국 기자 중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고, 오바마는 ‘한국 기자에게 통역을 준비해 달라’며 다시 한번 기회를 주지만 장내는 여전히 고요했다. 결국 중국 기자가 아시아를 대표해 본인이 먼저 질문해도 되겠냐고 나선다. 오바마는 마지막으로 한국 기자에게 정말 질문이 없는지 되물었지만, 결국 첫 질문은 중국 기자에게 넘어가고 만다.

사실 이러한 국제적인 행사에서는 기자들이 너도 나도 질문하려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모습을 많이 봐왔다. 한국 기자들은 먼저 질문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얻었음에도 끝내 질문하지 못했다. 도대체 왜 우리는 사람들 앞에서 먼저 질문하기를 어려워할까.

노벨상을 휩쓰는 민족, 유대인
유대인은 전세계 인구의 단 0.2%만을 차지하고 있지만 노벨상 수상자 중에선 무려 22%를 차지하는 민족이다. 유대인은 금융, 경제, 법률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큰 영향력을 펼치고 있다. 많은 학자들은 유대인의 성공 비결이 그들의 교육법 ‘하브루타’에 있다고 말한다. ‘하브루타’란 히브리어로 ‘친구, 짝’ 등을 의미한다. 교사와 학생 간의 일방적인 정보 전달이 아닌, 학생들끼리 짝을 지어 서로 질문을 주고 받고 논쟁하는 토론 교육법이다. 즉, 서로가 서로에게 끊임없이 말하고 생각하며 답을 찾는 방식이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주입식 교육’으로, 나의 의견이나 생각보다는 선생님이 가르치는 내용을 잘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혼자 하는 공부’에 익숙해져 있다. 질문과 그에 대한 대답은 스스로의 생각을 키워주는 ‘말’이다. 우리는 어느 순간 생각하게 만드는 ‘말'을 잃어버린 셈이다.

성장과 배움에 ‘토론’이 필요한 이유
필자가 운영하는 직장인 비즈니스 커뮤니티 서비스 ‘인사이터(INSIGHT;ER)’의 대표 프로그램인 ‘비즈니스 토론클럽’은 매회 3시간 동안 스터디를 한다. 1시간 30분씩 두 개의 세션으로 나뉘며, 한 세션당 40분은 멤버의 발표를 듣고, 남은 40분은 발표 내용을 기반으로 멤버들끼리 서로 질문하고 답하는 토론이 이뤄진다.

인사이터에서 ‘토론’이라는 학습 도구를 선택한 이유는 멤버들끼리 서로 질문하고 토론하며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요즘 직장인에게 ‘토론’은 어떻게 생각하는 힘을 어떻게 기르며, 왜 무언가를 배우는데 효과적인 교육 방식이 될 수 있을까.

토론의 가치 1. 메타인지 역량 강화
토론은 내 생각에 도전 받고, 다른 이의 생각에 도전하는 연속적인 과정이다. 이 과정을 통해 나의 생각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즉, ‘메타인지’ 역량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인사이터에서는 ‘AB 옵션’ 토론을 진행하는데, 토론 주제에 대해 멤버들이 A 혹은 B의 입장에서 반대 입장과 토론하는 것이다.

일례로 ‘브랜드 저널리즘을 스타트업에서도 실행할 수 있을까’에 대해 누군가는 “(A) 스타트업에서도 브랜드 저널리즘을 기반으로 브랜드 마케팅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다른 누군가는 “(B) 스타트업은 그럴 여력이 없다. 우선 지속가능성을 위해 구매 전환을 목표로 한 퍼포먼스 마케팅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그런데 토론을 하다 보면 재미있는 현상이 발생한다. 원래 A 입장이던 사람이 B입장의 이야기를 듣다 설득되어 입장을 바꾸기도 한다. 또, 같은 A 입장의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듣다 본인이 생각하지 못했던 논거를 발견하고 자신의 주장을 강화하는 모습도 보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인이 진짜 아는 것에 대해서만 ‘말’할 수 있다. 내가 뱉는 말을 통해 나의 지적 수준을 객관적으로 알게 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통해 새로운 생각과 영감을 얻는다. 토론이라는 ‘말’을 주고 받는 과정을 통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더 잘 이해하고 기억하게 되며, 내가 부족한 점과 더 배울 것은 무엇인지를 스스로 깨닫는 것이다.
△인사이터 토론클럽에서 발표하는 모습.
△인사이터 토론클럽에서 발표하는 모습.
토론의 가치 2. 배움의 즐거움
사실 토론은 매우 재미있는 활동이다. 단지 익숙하지 않기에 그 재미를 아직 모르는 것일 뿐이다. 현재 커뮤니티 서비스들이 각광받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그간 우리에게 낯설었던 ‘토론’을 좀 더 우리의 일상으로 가져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인사이터를 운영하면 첫 모임에서는 대부분 토론이 낯설기 때문에 누가 먼저 말을 꺼내야 할지, 질문을 해도 될지, 망설이는 모습을 똑같이 보게 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의견을 더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멤버들에게 망설임 없이 질문하는 모습을 마주한다. 인사이터 비즈니스 토론클럽에 참여한 한 직장은은 “나의 부족한 점을 알게 해줬다. 그리고 더 알고 싶은 세계를 찾았다”고 말했다.

인사이터를 운영할수록 토론의 유의미한 가치를 계속 느끼고 있다. 토론할 수 있는 분위기와 판을 만들어주면 사람들은 스스로 ‘말’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토론하며 배우는 재미를 느낀다. 배움은 즐거워야 한다. 나는 배움의 즐거움은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기회와 상호 토론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억지로 시켜서 하는 것보다 내가 원해서 하는 것이 즐거운 법이다. 배움이 즐거울수록 더 잘 배우고, 더 오래 기억하고, 더 잘 써먹을 수 있다. 인사이터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직장인 커뮤니티 기반의 교육 서비스들이 ‘토론’의 가치와 재미를 알려 토론이 더욱 일상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

오종택 인사이터 대표는 2017년부터 현재까지 직장인 커뮤니티 기반 교육 플랫폼 인사이터(INSIGHT:ER)를 운영하고 있는 커뮤니티 1세대 창업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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