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브이로그] 카카오 인공지능 개발자 퇴사, 그 이후

[한경잡앤조이=강신영 아몬디 대표] 2019년 여름 나는 카카오 인공지능 개발자를 그만두었다. 더 빠르고 직접적으로 사람들에게 가치를 전달하고 싶다는 이유였는데, 혹시 더 자세한 이유가 궁금하다면, “미쳤어? 왜 그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이야” 편을 보면 된다.

퇴사한 이유를 생각 했을 때, 당시 내 머릿속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는 창업이었다. 창업을 하면 사람들이 원하는 것들을 직접 발견하고, 제공해주면서 카카오에서의 결핍을 채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람들이 원하는 게 뭘까 한창 고민하던 와중에 나는 우연히 모교에서 진행한 춤 공연을 보러 가게 되었다. 대학교 새내기 시절 춤 동아리 활동을 했던 추억이 떠오름과 동시에 죽어있던 춤 세포들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았다. 다시 춤을 춰보고 싶다는 마음 한편으로 춤 학원에 등록하기는 부담스럽다고 느낀 나는 부담없이 하루만 춤을 체험해볼 수 있는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있는지 궁금해진 나는 새로운 걸 해보고 싶지만 모임에 가입하기는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위한 모임이라는 아이러니한 톡방을 만들었는데, 2주만에 100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모였다.

‘유레카!’ 예상치 못한 반응에 곧바로 나는 카카오에서 같이 개발을 했던 동료를 포함해 5명의 팀원을 꾸려 하루씩 체험해본다는 의미의 ‘하루’라는 팀을 꾸렸다. 그리고 다 같이 모여 첫 회의를 하던 날 우리는 ‘하루' 아이템을 버렸다.

창업의 쓴맛을 보다
“이미 비슷한 아이템이 있네...” 이유는 그게 다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까지 확신을 가져 놓고 경쟁사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만둔 내 자신이 이해가 되지 않지만, 그때는 이미 시장에 비슷한 아이템이 있으면 안 되는 줄 알았다. 심지어 한달도 되지 않은 아이템을 해본 것도 없이 빠르게 포기하는 게 용기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1인 가구에게 가정주부들이 반찬을 판매하는 서비스 ‘집밥', 혼밥족들이 함께 밥 먹을 사람을 찾을 수 있는 서비스 ‘먹풀' 등 여러 아이템 사이에서 방황하다가 다시 보고 싶은 모바일 정보를 쉽게 저장할 수 있는 서비스에 정착했다. 그렇게 아이템을 정한 후에는 개발을 하면서 투자자들을 만나러 다니기 시작했다.

하지만 공돌이가 사업을 시작하고 투자자를 만나면 무조건 받는 질문이 있다. “그래서 돈은 어떻게 벌 거예요?” 나름 열심히 대답은 했던 것 같다. “보고 싶은 정보를 쉽게 저장할 수 있게 해주고, 나중에 그 정보를 실제로 다시 보고 구매까지 이어진다면 맛집이나, 쇼핑몰 등으로부터 광고료를 받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항상 돌아오는 답변은 “다른 서비스들을 보면서 수익모델에 대한 공부를 더 해보세요" 였다. 이 외에도 회의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듣다 보니 처음 가졌던 자신감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고, 결국 또 다른 서비스로 눈을 돌리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팀의 대표라는 사람이 사업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니 당연히 팀원들의 사기도 같이 떨어졌고, 내 자존감도 같이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결국 팀원들에게 미안하다고 내 능력이 부족해서 지금은 팀을 이끌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고, 그렇게 우리 팀은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만에 해산했다.

시장이 뭔데? 수익 모델이 뭔데?
제대로 된 서비스 하나 내보지 못하고 실패한 내 자신을 계속 자책하는 날들이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이 했던 말들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시장에 대해서 더 공부해 보세요.”, “수익 모델에 대해 더 고민해 보세요.” ‘시장이라는 게 정확히 뭐지? 돈은 어떻게 버는 거지?’라는 생각에 빠져 있던 나는 직접 투자자가 되어 투자자들이 말하는 시장과 수익모델이 무엇인지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좋은 기회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스파크랩에서 일하게 되었고, 2년 가까이 스파크랩에서 근무를 하면서 예상했던 것 보다 실제로 훨씬 더 다양하고 많은 초기 기업들을 만날 수 있었다. 어느새 보니 내가 창업팀들에게 같은 질문을 하고 있었다. “수익 모델이 뭔가요?” “우리가 공략하는 시장은 무엇인가요?”

다시 꿈틀대는 창업 세포
그렇게 투자사에서 근무하며 한창 다양한 회사들을 만나고 있을 무렵, 나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심리상담을 받기 시작하게 됐다. 생각했던 것보다 상담 효과가 좋아 1년 가까이 상담을 받은 나는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심리학 책들과 뇌과학에 관심이 많아 대학 때 진행했던 뇌파 분석 연구들이 떠올랐다. 처음으로 집중하고 싶은 분야가 생겼다. 정신과의사가 되는 길이나 심리상담사가 되는 길을 열심히 찾아보던 와중 나는 카카오를 퇴사한 이유가 다시 생각났다. ‘더 빠르고 직접적으로 사람들에게 가치를 전달하고 싶다.’ 결국 다시 내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는 창업이었다.

이제 창업한지 6개월 밖에 되지 않은 초보 창업자이지만, 이전에 실패했던 경험과 비교해 확실히 느낄 수 있는 건 하고 싶은 일이 명확해지다 보니 사소한 이유로 아이템을 포기하던 첫 창업 때 보다는 훨씬 더 확신이 생기고 강단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제 막 시작해서 아직 갈 길이 멀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목표는 애초에 달성이 가능한지도 불확실하지만, 이번엔 포기하지 않고 재밌게 사업을 하면서 언젠가 이 글을 읽은 독자분들도 우리 서비스로 인해 더 행복해지는 날이 오기를 꿈꿔본다.
△강신영 아몬디 대표.
△강신영 아몬디 대표.
강신영 대표는 카이스트에서 전기전자공학과 기술경영학을 전공한 후 카카오 AI개발팀에서 인공지능 연구원으로 일했다. 스타트업 투자사인 스파크랩으로 이직 후 프로그램팀 팀장으로 재직하며 스타트업 발굴 및 투자 업무를 진행하다가 멘탈 헬스케어 기업 아몬디를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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