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은 교육대학원, 진로는 음악치료사… 특수교사 아닌 음악치료사 되는 학과 방침 문제

[한경잡앤조이=강홍민 기자/양정민 대학생 기자] “처음에는 음악치료교육학과가 교육대학원에 속해 있어 정교사 자격증(교원자격증)이 나온다고 생각 했어요. 기회가 되면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쳐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쉽지 않을 거 같아요”

음악치료교육학과로 대학원 진학을 위해 레슨을 받고 온 박채연(22⦁여⦁가명)씨는 자리에 앉자마자 아쉬움을 표했다. 교육대학원 소속 음악치료교육학과에 진학해도 다른 교육대학원처럼 2급 교원 자격증이 나오는 게 아닌 ‘교육학석사’ 자격만 나온다는 것이 이유다.

국내 음악치료학과는 총 17개가 있다. 하지만 음악치료교육학과는 이화여자대학교, 중앙대학교, 웨스터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 전국에 단 3개뿐이다. 반면, 교육대학원을 졸업하면 2급 정교사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는 일반적인 사회적 통념과 음악치료교육이 놓인 현실은 사뭇 다르다.

음악치료를 통해 특수교육이 필요한 아이들을 상대로 학교에서 교육할 수 있지만 교원자격증을 받을 수 없는 환경이 발목을 잡았다. 이들이 학교로 나갈 수 있는 기회는 방과 후 학교 활동 등 비정규 교사가 전부다. 특수교육 대상자가 시간이 흐를수록 늘어나는 상황이고, 이들을 치료할 음악치료사의 역할은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아동들을 교육하기 위해 학교에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제한적이다.

교사 자격 못 받는 교육대학원, 졸업 후 특수교사가 아닌 교육학석사와 음악치료사 응시 자격이 전부
현행상 교육대학원에서 교원 양성 과정을 이수하면 2급 정교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하지만 음악치료교육학과는 교육대학원에 소속돼 있음에도 교사 양성보단 음악치료사 양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2023학년도 전기 이화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신입생 모집 요강(사진 출처 = 이화여자대학교)
△2023학년도 전기 이화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신입생 모집 요강(사진 출처 = 이화여자대학교)
이화여대 교육대학원 음악치료교육학과 관계자는 “음악치료 전문가를 만들기 위해 양질의 교과과정과 임상 실습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교원자격증 취득에 대해선 취득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중앙대 국악교육대학원 음악치료교육학과 역시 “학과가 국악교육대학원에 속해 있기 때문에 그쪽으로 세분화 해 교육을 받는다”며 “치료사 자격증을 위한 임상 실습을 제공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음악치료교육학과가 교육대학원에 소속돼 있지만 일반대학원 소속 음악치료학과와 같은 ‘음악치료사’ 양성에 초점을 둔다는 설명이다. 음악치료사는 특수학급이나 일반 아동의 정서적 학습을 증강시키는 교육계 산업에 종사하지만 정작 교원 자격증은 나오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에 대해 각 대학은 “학과가 교육대학원에 속해 있는 건 맞지만 신규 교사 양성을 위한 학과가 아니기 때문에 정교사 자격증을 받긴 어렵다”라며 “음악치료교육학과가 교육대학원에 속해 있는 이유에 대해 일반대학원과의 분리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화여대 측은 “교원자격증을 요구하지 않는 학교에선 선생님으로 나갈 수 있다”면서도 “몇몇 학교에선 교원자격증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쉽진 않다”고 말했다. 이는 다른 대학들도 마찬가지다. 중앙대 역시 “정교사 자격증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교육학석사를 이용해 방과 후 교육이나 치료 교육과 관련된 선생님 쪽으로 졸업생들이 많이 진출한다”고 답했다.

한편 2급 정교사 자격증을 받기 위해선 교육부에서 정한 교직학점(22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음악치료교육학과는 교직이수를 할 수 있는 학과가 아니기 때문에 굳이 교직 과목을 전부 이수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교육부는 “해당 학과(음악치료교육학과)는 승인 당시 신규 교원 양성 과정을 받을 수 있는 학과로 승인 받지 않았다”며 “특수교육 쪽에 교직 과정이 개설되려면 음악치료 과목에 대한 수요가 타당하게 검토 돼야 한다”고 답했다. 유사학과인 미술치료교육학과, 예술치료교육학과에 대해서도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음악치료협회에서 초,중,고등학교 위주로 음악치료사를 구인구직 하고 있다.(사진 = 한국음악치료협회 게시판 캡처)
△음악치료협회에서 초,중,고등학교 위주로 음악치료사를 구인구직 하고 있다.(사진 = 한국음악치료협회 게시판 캡처)
‘특수교육대상자는 늘어가는데…’ 특수교사, 음악치료사 수요 공급 ‘엇박자’
문제는 발달장애 아동이 늘어가고 있지만 이를 교육할 특수교사와 음악치료사의 수가 모자란 상황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2년 특수교육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특수교육대상자 는 10만 3천명 정도다. 이는 2021명 9만 8천명에 비해 약 5천여명이 증가했다. 10년 전인 2013년에 비하면 약 1만 7천명의 특수교육대상자가 늘어났다.

반면 특수교사 임용은 현저히 줄었다. 서울시교육청에 의하면 2023학년도 중등특수교사 선발 인원은 80명에서 31명으로 줄어든다. 경기도 역시 2023학년도 중등특수교사 선발 인원이 588명에서 194명으로 줄었다. 교육부는 “전국적인 특수교사 선발 인원은 작년 1481명에서 올해 549명으로 총 932명이 줄었다”고 전했다.

신규 음악치료사 고용 및 운영도 코로나19를 겪으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확인됐다. 숙명여대 음악치료대학원 김영신 교수의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음악치료 동향 및 과제’ 논문에 따르면 음악치료사들은 코로나19 펜데믹을 겪으며 적극적인 음악치료를 제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 논문에선 코로나19사태로 인한 음악치료 서비스 제공 현황에 대한 변화에 있어 234명 중 41.9%(98명)의 응답자들이 ‘음악치료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관계로 내담자가 음악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이어 내담자들의 세션 취소로 음악치료 서비스 제공이 지연됐다는 답변이 31.2%(73명)였다. 음악치료사 구직의 기회가 줄어들었다는 응답도 20.1%(47명)에 달했다. 대면에 의존하는 음악치료 성격상 치료사의 고용 및 내담자 치료에 난관이 있었다는 연구결과다.

프리랜서 음악치료사인 최유진(33⦁여⦁가명)씨는 “코로나 19를 겪으면서 우리 업계가 치명타를 입었다”며 “내담자의 얼굴과 표정을 보고 일하는 직업인데 코로나19 때문에 대면 치료가 어려워 고용도 잘 되지 않았고 마스크 때문에 내담자의 표정을 잘 볼 수 없어 아쉬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음악치료가 공교육에 도움이 될까? 교사들은 “당연”
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대체로 음악치료사를 포함한 치료사가 공교육 현장에 있으면 아이들의 발달 및 교육에 긍정적이다. 사설 치료에 많은 돈과 시간이 들어가는 상황에서 특수교사들은 공교육 현장에 치료사가 있으면 아이들의 인지발달에 충분한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서울 한 중학교에서 특수교사로 재직 중인 송지영(26⦁여⦁가명)씨는 “학교에서 음악치료사를 모집해서 일주일 동안 음악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다”며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며 의사소통 능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일주일만으로 드라마틱 한 효과를 보긴 어려웠다”며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진행된다면 다양한 영역에 있어 교육 발달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서울 국공립어린이집 특수교사로 재직 중인 박지희(28・여・가명)씨도 “음악치료사와 함께 일한 경험은 없지만 국공립 장애전담어린이집엔 치료사도 함께 근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치료사가 근무함에도 아이 부모님들은 원 밖으로 추가 치료를 다니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이 치료를 위해 금전적인 부분과 이동 시간 등 많은 시간을 쏟는다”고 말했다. 이어 “치료사가 원내에 근무하면 금전적인 문제와 이동 소요 시간 등에서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