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늘어난 20대 자살사망자, ‘마음의 병’부터 치료해야
[한경잡앤조이=강홍민 기자 / 서진 대학생 기자] 자살이라는 기로에 선 20대가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21년 자살사망자 수 통계’에서 2020년 대비 2021년의 자살률이 10대층(10.1%P)에 이어 20대층에서 두 번째로 높은 증가세(8.5%P)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체 인구의 12.6%에 불과한 20대, 이들은 조용하지만 무서운 기세로 자살의 그늘 아래로 내몰리고 있다.20대 자살 동기 “정신적. 정신과적 문제”가 1위, 사회·구조적 문제도 중첩돼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발표한 ‘2022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2020년 20대 자살사망자의 자살 동기 가운데 정신적·정신과적 문제가 51.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우울증 등의 정신과 질환이 자살을 촉발하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6월 발표한 자료에서도 지난 5년간(2017~2021년) 우울증과 불안장애 모두 자살률과 유사하게 20대 환자가 각각 12.7%, 8.68%로 전 연령층 사이에서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우리나라 20대와 30대의 정신건강 관련요인 연구-지역사회건강조사 자료를 이용하여-‘(김경나, 2022) 논문을 살펴보면 우울증 등 정신건강의 악화는 삶의 의욕 저하나 알코올 등 각종 중독에의 의존, 극단적으로는 자살 위험을 가중시킨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정신적 문제 외에도 20대 자살사망자에게는 경제생활 문제, 남녀 문제, 직장 또는 업무상의 문제 등 다양한 자살 동기가 존재했다. 18.7%를 차지한 ‘경제생활 문제’는 현 사회의 청년 실업 문제와도 면밀하게 연관돼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에는 ‘코로나 블루’도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9월 “자살은 사회 구조적, 개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므로 자살률 증가의 원인을 어느 하나로 설명하긴 어려우나, 2021년의 자살률 증가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우울감 및 자살 생각률 증가, 청소년·청년층(10대, 20대) 자살률 증가 등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특히 20대의 경우 타인과의 관계 맺음이 상당한 영향을 받는 연령층이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고립감 심화 역시 20대 자살률 증가의 원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자살 행위를 낳는 ‘자살생각’의 원인 조사도 자살 동기 파악에 있어 중요하게 논의되고 있다. ‘대학생의 자살생각 영향요인’(변은경, 김미영, 강은희, 2020)이라는 주제의 논문을 보면 20대, 특히 대학생의 자살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정서적 외상, 스트레스, 우울, 불안을 꼽는다. 이어 대인관계와 삶의 욕구, 가족 스트레스와 부정적 정서, 취업 스트레스 등이 자살생각의 원인으로 보고됐다. 다양한 사회·구조적 문제가 다층적으로 20대의 자살 행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20대 자살률 낮추려면 ‘정신건강 관리’부터
20대 자살사망자의 주된 자살 동기가 정신적·정신과적 문제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신질환 치료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변은경, 김미영, 강은희 교수(경남정보대 간호학과)는 논문 ‘대학생의 자살생각 영향요인’(2020)에서 “자살의 원인이 모두 우울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매년 자살을 시도하는 청소년의 상당수가 우울 증상을 가지고 있으므로 자살에 대한 접근을 위해서는 우울에 대한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20대 자살사망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자살과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 양쪽에 대한 치료 및 예방책이 함께 이뤄져야 함을 의미한다.
반면 보건복지부의 ‘2021 정신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의 정신건강서비스 이용률은 7.2%로 미국 43.1%, 캐나다 46.5%, 호주 34.9%에 비해 한참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은 같은 해 OECD 국가별 우울증 유병률 조사에서 36.8%의 유병률을 기록하며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를 거뒀다. 국내에서 우울증 증상을 느끼는 실질적인 환자들의 수는 상당하지만, 이들이 치료를 위해 의료기관을 찾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인식, 낮은 의료접근성 및 관련 정보의 미비 등을 이와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짚었다. 특히 20대 사이에서는 정신건강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취업 시 불리하게 작용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의료 기록은 당사자의 동의 없이는 제삼자 열람이 불가능하지만, 정신질환을 치부처럼 여기는 고정관념의 여파로 잘못된 인식이 형성된 것이다. 이에 김경나 교수(고신대 의료경영학부)는 논문 ‘우리나라 20대와 30대의 정신건강 관련요인 연구-지역사회건강조사 자료를 이용하여-‘(2022)에서 “우울증 등 대다수 정신질환은 조기 발견을 통한 상담과 약물치료 등으로 치료가 가능하다”며 “반면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배제 등은 정신건강 관리에 대한 사회적·개인적 관심을 저해한다”고 지적한다. 결국 정신질환을 적기에 치료하고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신질환을 터부시하는 사회 분위기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영희 의원(국민의힘)이 8월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정신의학과 진료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정신의학과 진료를 받은 20대 인원은 2017년 21만 3,991명에서 2021년 39만 894명까지 17만 명 가량 대폭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20대의 정신질환 유병률이 증가했음을 보여줌과 동시에 정신건강서비스 이용에 대한 이들의 심리적 장벽이 다소 완화되었다는 사실을 시사하기도 한다. 젊은 층의 정신질환에 대한 거부감이 기성세대에 비해 낮은 수준이며, 이로써 20대 정신질환자들이 치료에 상대적으로 거리낌 없이 응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상담 서비스 지원부터 앱 활용까지… 20대 맞춤 정신건강 관리 대책
그렇다면 20대 자살 예방과 정신건강 관리를 위해 어떤 대책이 마련돼 있을까. 보건복지부는 2019년 서울특별시에서 청년이 제안한 ‘청년자율예산’ 사업으로 시작된 ‘청년마음건강지원사업’의 지원 범위를 지난 5월부터 전국으로 확대했다. 만 19세 이상 34세 청년이라면 누구든 신청을 통해 대상자가 될 수 있는 해당 사업의 주 내용은 청년들에게 3개월간 주 1회, 총 10회의 전문심리상담과 사전·사후 검사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정신건강 고위험군의 경우 정신건강복지센터 또는 의료기관으로 연계될 수 있고, 사후검사 결과에 따라 재판정을 통해 서비스 연장이 가능하다. 청년 본인부담금 역시 서비스 가격의 10%, 월 24,000~28,000원 선으로 책정돼 20대 청년층의 경제적 부담을 덜었다. 서울특별시 미래청년기획단 청년사업반은 이번 사업으로 올 3월부터 9월까지 6개월간 서울에서만 5,000여 명의 청년들에게 2만 회가 넘는 맞춤 상담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국민의 정신질환에 대해 금전적인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정신질환으로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경우 건강보험가입자에 한해 1인당 연간 450만 원 한도 내에서 응급입원, 행정입원, 외래치료 지원 등의 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이러한 사업은 경제적인 이유로 정신건강서비스 이용을 꺼리는 20대의 정신질환 치료 및 자살 예방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2020년 11월30일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주재한 ‘제3차 자살예방정책위원회’에서는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우울증 검진체계 강화가 자살 예방 및 정신건강 관리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논의됐다. 서울시는 9월 청년들이 스스로 마음을 돌볼 수 있도록 하는 서울시 마음건강 앱 서비스 ‘마음건강’을 청년 마음건강 관리 지원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청년 500명 대상으로 시범 도입했다. 이를 통해 청년 자신이 직접 우울증 진단과 맞춤형 관리가 가능하다. 이 서비스는 정신질환에 대한 청년들의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디지털 앱을 활용해 적기에 정신질환 관리가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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