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브이로그] 미술의 매력에 빠진 Z세대, 아트페어에 다녀왔습니다

[한경잡앤조이= 전하영 테사 에디터] 지난 해 9월, 전세계의 시선이 서울에 꽂혔다. 이 이야기를 하려면 먼저 아트페어를 이야기해야 한다. 대부분의 업계가 그렇듯 미술계에도 큰 행사가 있다. 세계 곳곳의 갤러리들이 한데 모여 작품도 판매하고 교류하는 자리인 아트페어(Art Fair)다. 보통 지역명을 달고 크고 작은 규모로 열리는데, 그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아트바젤(Art Basel)과 프리즈(Frieze)다. ‘세계 2대 아트페어’로 아트바젤과 프리즈는 각각 다른 국가에서 시작되었으나 오늘날 전세계를 장악한 마치 삼성과 애플 같은 존재로 인식된다.

서울이 주목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바로 그 프리즈가 서울에 상륙한 것! 이름부터 당당한 프리즈 서울, 런던에서 시작해 LA와 뉴욕 등으로 확장해온 프리즈의 첫 아시아 진출이었다. 참여 국가만 21개국에 600억원 상당의 피카소 작품이 출품되어 일찍부터 화제였다. 나흘간 관람객만 7만여 명에 추정 판매액은 6천억 원 이상이었으니까.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재테크 수단으로 미술품이 뜨고 있다는데 대체 미술품은 어떻게 봐야 하는 걸까. 새로운 세계를 이해하려면 먼저 그간의 흐름을 알아야 하는 법. 프리즈 서울의 다섯 가지 장면으로 2022 글로벌 미술시장을 정리해봤다.

① 한눈에 보는 프리즈 서울: 기원전부터 21세기 현대미술 아이콘까지
“이게 파는 거라고?” 아마 이번 프리즈 서울에서 가장 많이 들려온 말 아니었을까. 1980년대 미국의 아이콘 앤디 워홀은 기본. 고대 이집트 유물부터 중세시대 필사본, 한국의 대표급 거장들과 요즘 주목받는 흑인 아티스트까지! 둘러보는 데만 족히 몇 시간. 전시장은 글로벌 미술시장의 역사와 트렌드 그 자체였다.

누가 샀을까? 박물관을 방불케 한 고미술품
[Z세대가 빠진 미술시장] 글로벌 미술업계의 시선이 서울에 꽂힌 이유?


고미술 전문 갤러리 ‘데이빗 아론’이 출품한 메소포타미아 점토판. 이 외에도 대영 박물관에서나 볼 법한 토기, 목조 석관 등 기원전후의 유물들이 출품되었다. 그중 하나는 5만 달러를 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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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술 전문 갤러리 ‘레앙미뉘르’에서 출품한 르네상스 시대의 성경 필사본. 13세기에 제작된 것은 약 8억 원으로 알려졌으며 그 밖의 채색 필사본 등은 가격이 공개되지 않았다.

여기가 런던이야 서울이야? 책에서나 보았던 20세기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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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주름잡은 앙리 마티스의 (왼)’녹색 숄을 걸친 누드’(1921-22)와 (오)’아네모네가 꽂혀 있는 꽃병’(1946). 강렬한 색채로 유명한 화가답게 관능적이고도 부드러운 색감이 눈에 띈다. 마티스의 작품은 2009년 이브 생로랑 소장품 경매에서 낙찰가 약 693억 원을 기록하며 빛 바래지 않는 가치를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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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의 ‘방울이 달린 빨간 베레모 여인’(1937). 피카소의 연인 마리 테레즈 발테르가 묘사된 이 작품은 프리즈 서울의 최고가 작품(600억원)이었다. 특유의 삐뚤빼뚤한 각도엔 한 대상이 지닌 다양한 모습을 한 장면에 담아내려는 거장의 시도가 담겼다.
[Z세대가 빠진 미술시장] 글로벌 미술업계의 시선이 서울에 꽂힌 이유?
또다른 20세기 최고의 작가 마르크 샤갈. 푸른 색채 속 연인, 꽃, 동물 등이 떠다니는 모습은 샤갈의 시그니처로 ‘사랑은 중력을 벗어날 만큼 강렬하다’는 메시지를 품는다. 유대인 출신에 1·2차 세계대전 등으로 힘들었던 삶에서도 평생 사랑을 그렸던 샤갈의 작품은 2021년 상반기 국내 미술시장에서 최고가(42억 원)를 기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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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김환기의 ‘고요 5-IV -73 #310’(1973). 지난 2017년 65억 5,000만 원으로 한국 최고가를 기록한 바로 그 작품이다. 해외에서 지내며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눌러담은 김환기의 작품은 2019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국내 미술품 최고가(132억원)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 작가로서 유일하게 100억 원대를 돌파한 기록이었다.
‘세계 3대 팝아티스트’ 장-미셸 바스키아와 앤디 워홀.
‘세계 3대 팝아티스트’ 장-미셸 바스키아와 앤디 워홀.
(왼)’검은 피카소’ 바스키아의 130억원 대 ‘오리’(1986). 별명대로 바스키아는 주류 미술계 최초의 흑인 아티스트다. 어린아이 낙서 같은 그림체로 죽음, 인종주의 등의 무거운 주제를 다루며 80년대 미국을 스타처럼 휩쓸었다. 2017년 소더비에서 경매 최고가(1,292억원)를 기록하기도 했다.

(오)‘팝아트의 아버지’ 앤디 워홀의 ‘돌리 파튼’(1985). 앤디 워홀은 기성품과 대중적 이미지를 예술로 탈바꿈시킨 혁명적 아티스트다. 수프 캔, 인기 스타의 사진 등을 실크 스크린 기법으로 여러 번 반복한 것이 특징. 이를 통해 모든 것이 풍족했던 미국의 대량 생산 문화와 소비주의를 풍자했다. 그런 워홀의 마릴린 먼로 초상화가 최근 20세기 작품 최고가(2,500억원)를 경신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
[Z세대가 빠진 미술시장] 글로벌 미술업계의 시선이 서울에 꽂힌 이유?
미국 팝아트의 거장 로이 리히텐슈타인 작품은 회화부터 조각까지 다양하게 출품되었다. 국내에선 ‘행복한 눈물’로 유명한 리히텐슈타인은 본래 추상화가였으나 ‘아빠도 미키마우스만큼 잘 그릴 수 있냐’는 어린 아들의 질문에서 착안, 만화 속 한 장면 같은 화풍을 정립한 작가다. 2020년 약 555억의 낙찰가를 기록했다.

빼놓을 수 없는 거장들의 21세기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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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초상 회화의 거장 알렉스 카츠. 무심한 듯 단순한 화풍의 카츠는 모두가 추상화를 그리던 1950년대부터 꿋꿋이 ‘눈에 보이는 것’을 다뤄온 작가다. 자료를 참고하는 법 없이 오직 자신이 직접 본 것만을 기억에 의존해 그리는 것이 특징. 2015년에는 ‘살아있는 아티스트 중 최고의 10인’에 선정되었으며, 2021년 페인팅 작품의 경매 유찰률이 0%였을 만큼 높은 수요를 자랑한다.
[Z세대가 빠진 미술시장] 글로벌 미술업계의 시선이 서울에 꽂힌 이유?
영국 대표 현대미술가 데미안 허스트의 ‘High Windows(Happy Life)(2006). 멀리서 보면 스테인드 글라스 같지만, 실은 지름 243cm 캔버스에 수천 마리 나비를 빼곡하게 채운 것이다. 삶과 죽음을 파격적으로 다루는 작가답게 죽음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는 아이러니를 다뤘다. 어마어마한 작품가와 각종 논란을 동시에 몰고 다니는 허스트의 작품은 국내에서 접하기 힘들었던 만큼 프리즈 서울의 포토존이나 다름없었다.
[Z세대가 빠진 미술시장] 글로벌 미술업계의 시선이 서울에 꽂힌 이유?
‘점과 선의 대가’ 이우환의 ‘대화’(2014).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욱 유명한 이우환은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프랑스 베르사유 궁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작가다. 그의 작품은 얼핏 보면 점이나 선 하나지만 사실 캔버스 앞에서 오랜 시간 사색하고 교감한 끝에 찍어낸 결과물. 2021년 서울옥션 경매에서 생존 작가 작품 최초 30억을 돌파했고, 2022년 국내 미술시장에선 작가별 낙찰 총액 2위(255억원)를 기록했다.
[Z세대가 빠진 미술시장] 글로벌 미술업계의 시선이 서울에 꽂힌 이유?
2022년 국내 미술시장 작가별 낙찰 총액 1위(276억원)의 주인공 야요이 쿠사마. 한평생 앓아온 환각을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쿠사마는 땡땡이 호박으로 가장 유명하지만, 특유의 물방울 무늬가 거대한 그물망을 이루는 ‘인피니티 넷’ 시리즈 역시 흥행해왔다. 2008년 약 60억원, 2019년 약 90억원에 낙찰되며 ‘가장 비싼 생존 여성 작가’ 타이틀을 안겨준 것도 바로 인피니티 넷 시리즈! 2021년에는 ‘스타 강사’ 현우진이 총 4점을 컬렉팅했는데, 4점의 낙찰 총합만 120억 상당으로 알려져 화제를 낳았다.
[Z세대가 빠진 미술시장] 글로벌 미술업계의 시선이 서울에 꽂힌 이유?
동시대 가장 핫한 아티스트 우고 론디노네. ‘일기 쓰듯 우주를 기록한다’는 론디노네는 알록달록한 청동 조각과 페인팅 등으로 자연과 인간의 본질을 탐구한다. 해안가, 사막 등 자연 속에서 감상하는 그의 작품은 시적인 풍경 그 자체. 2022년 1분기 해외 작가 온라인 경매에서 최고가 거래의 주인공이었으며, 프리즈 서울에서도 한 점당 2억 2천만원 상당이었던 작품들이 첫날 모두 판매 완료되었다.
[Z세대가 빠진 미술시장] 글로벌 미술업계의 시선이 서울에 꽂힌 이유?
전세계를 휩쓴 단색화 열풍의 주역 박서보. 얼핏 서양의 모노크롬과 비슷하지만, 단색화는 무언가를 그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같은 행동을 끝없이 반복하는 수행의 과정에서 탄생한 한국적 장르다. 현대미술사에 한 획을 그었을 뿐 아니라 국내 미술시장에선 이미 검증된 블루칩. 그리고 박서보는 ‘지칠 줄 모르는 수행자’라는 표현처럼 한평생 단색화를 그려 온 1세대 단색화가다. 2022년 국내 미술시장에서 작가별 낙찰 총액 3위(123억원)를 기록했다.
[Z세대가 빠진 미술시장] 글로벌 미술업계의 시선이 서울에 꽂힌 이유?
20세기 후반 가장 중요한 예술가 중 하나로 꼽히는 게오르그 바젤리츠. 제2차 세계대전 직전에 태어나 파괴라는 개념을 온몸으로 겪은 그는 ‘거꾸로 그림’을 그린다. 질서를 바로잡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며 관습에서 벗어난 작품을 그리게 된 것. 바젤리츠가 만든 새로운 장르는 미술의 중심을 미국에서 유럽으로 되찾아왔다고 평가받는다. 개막 첫날 약 15억원에 판매되었던 2020 아트부산에 이어, 올해 프리즈 서울에서도 첫날 약 16억원에 판매됐다.

지금 미술시장의 이목은? 2022 트렌드 엿보기
[Z세대가 빠진 미술시장] 글로벌 미술업계의 시선이 서울에 꽂힌 이유?

미술시장이 주목하는 신진 아티스트의 흐름도 보였다. 대표적인 것이 흑인 아티스트다. 노란 원피스가 눈에 띄는 오른쪽 작품은 나이지리아 출신 피터 우카의 작품. 디테일한 얼굴 묘사를 지우고 화사한 빛깔의 옷으로 분위기를 살린 것이 특징이다. 해당 작품은 9만 달러에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Z세대가 빠진 미술시장] 글로벌 미술업계의 시선이 서울에 꽂힌 이유?
미술시장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나 출신의 아모아코 보아포. 붓 대신 손가락을 피부를 칠하는 ‘핑거 페인팅’ 기법이 특징이다. 한 점당 9만 달러에 달하는 위의 초상 3점은 프리즈 개막 1시간 만에 모두 판매 완료되며 보아포에 대한 수요를 입증해 보였다.
[Z세대가 빠진 미술시장] 글로벌 미술업계의 시선이 서울에 꽂힌 이유?
70대 나이로 미술계 신데렐라처럼 떠오른 스콧 칸도 빼놓을 수 없다. 한평생 무명으로 활동하던 칸은 2021년 1,500배 상승한 경매가로 화제를 모았는데, 거기엔 ‘천재 화가’라 불렸던 매튜 웡이 반 고흐, 알렉스 카츠와 함께 그를 언급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숨어 있다. 꿈 속 풍경처럼 몽환적인 스콧 칸의 작품은 최근 2번의 개인전에서 전 작품 매진을 기록했다.
*다음 편에서는 글로벌 TOP5 갤러리가 주목한 작품들을 훑어봅니다.
전하영 테사 에디터.
전하영 테사 에디터.
전하영 님은 블루칩 미술투자 플랫폼 TESSA에서 콘텐츠 에디터로 재직 중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예술과 인문학이라고 믿는 아트 라이터(Art Writer)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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