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준 도배사



누구도 가기 꺼려했던 3D업종이 최근 2030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일이 고되고 험하다는 편견으로 덮여있던 이 직업들이 최근 기술직, 고수익 등 장점이 부각되면서 대기업·공무원에 목을 매던 청춘들의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그 중 도배사는 코로나19 이후 인테리어 관심이 급증하면서 주목받은 직업 중 하나로 꼽힌다. 도배기능사 자격증 지원율을 보면 2014년 1,710명에서 2022년 4,688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났고, 도배사 양성 아카데미 역시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젊은층의 유입으로 명맥이 끊길 위기에 놓여 있던 도배 분야에도 세대교체 바람이 불면서 업계에도 긍정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17년 간 벽지 하나로 헌집을 새집으로 만든 백승준 도배사를 만나 직업의 세계를 들어봤다. 더불어 최근 청년들이 도배업에 뛰어드는 이유도 확인했다.
△백승준 도배사.
△백승준 도배사.
요즘같이 이사시즌이 되면 도배사들도 바쁠 것 같은데, 어떠세요.
"요즘이 가장 바쁜 시기죠. 보통 2월부터 6월까지 바쁘고 가을이 되면 또 바빠지죠. 보통 봄·가을이 성수기, 여름·겨울이 비수기로 구분돼 있어요."

작업시간은 정해져 있나요.
"보통 도배사들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업무시간이에요. 작업할 집에 따라 오후 3~4시쯤 끝나기도 합니다. 그 이후엔 자유롭죠. 요즘같이 바쁜 시기엔 하루에 두세 군데 일이 있을 때도 있어요. 그럼 늦게 끝나긴 하지만 일당은 훨씬 많죠.(웃음)"

도배사들은 월급이 아니라 일당제로 받겠군요.
"일반 가정집에서 의뢰하는 경우엔 작업이 끝나면 바로 입금을 받는 구조인 반면에 신규 아파트는 보통 전체 작업이 모두 끝나고 한 달쯤 지나야 받을 수 있어요."


“고객에게 의뢰가 오면 평수부터 구조, 벽지 스타일 등 기본정보 확인···계약 이후 시공, 현장 상황 따라 반장이 인력 투입 결정”


도배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도배가 필요한 고객이 매장이나 온라인, 전화로 의뢰를 합니다. 그럼 기본적으로 평수부터 집 구조, 어떤 벽지로 도배를 하고 싶은지 등 기본정보를 확인하고 견적을 냅니다. 견적금액은 매번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고객과의 소통이 중요해요. 계약이 성사되면 시공 전날 한 번 더 연락한 뒤 당일 시공에 들어갑니다."

작업량에 따라 투입되는 도배사의 수도 달라지겠네요.
"그렇죠. 벽지의 양이나 집 구조를 보고 반장이 도배사를 몇 명 투입할지 결정하게 되죠. 작업과정은 기존에 붙어 있는 벽지를 제거하고, 기초 작업을 한 뒤 벽지를 바르면 끝입니다. 도배가 끝난 뒤 주변 정리는 기본이고요.(웃음)"
'3년 안에 일당 25만원 찍는다' 10년새 지원률 두 배 이상 높아진 3D직업 [강홍민의 굿잡]
예를 들어, 82.5m2(약 25평·방3/화2) 크기의 집에는 도배사가 몇 명 정도 투입되나요.
"집 구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도배사 4명, 보조 1명 정도 투입됩니다. 그렇게 할 경우 오전 8시부터 시작해 오후 3시쯤 마무리되죠."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워라밸’이 있네요. 도배를 한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스물일곱부터 했으니 햇수로 17년째네요. 그 전에는 회사생활도 해보고, 은행에서도 일해보고, 택배도 했었는데,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상황이 어려워졌죠."

도배와의 접점이 있었나요.
"공교롭게도 저희 집안에 도배사가 많아요. 20대였던 제가 방향을 못 잡고 있을 때 도배사였던 큰아버지가 도배를 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권유하셨어요. 그때 시작한 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네요."



“도배사 대부분 직업적 만족도 높아, 타 홈인테리어 분야에 비해 노동강도 낮고, 임금 높다는 장점···준기술자 15~18만원, 기술자 25만원 평균 일당”




직업적으로 만족하십니까.
"저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도배사들의 직업 만족도가 굉장히 높아요, 현장 일 중에서도 일의 난이도나 노동 강도가 낮고, 임금은 높아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죠. 저와 한 팀인 친구가 스물아홉인데 하루 일당이 25만원이에요. 요즘같은 성수기에는 한 달 내내 일이 있는데, 그 친구 월수입이 750만원이에요. 오늘같이 하루에 두 세군데 일을 한다면 더 올라가고요. 그래서인지 요즘 일 배우고 싶다고 연락이 많이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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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배우겠다고 연락하는 경우에는 일을 가르쳐 주나요.
"사실 지원은 많지만 다 받지 못하는 상태예요. 저랑 함께 일하는 팀원들 중에 20대 친구들도 있지만 현장일이 쉽진 않아요. 괜히 잘 못 받았다가 며칠 안하고 그만두면 서로 손해거든요."

현장일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처음 하는 분들은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하겠어요.
"당연히 힘들죠. 그렇지만 타일이나 필름, 전기 등 다른 현장(홈 인테리어 분야) 일에 비해 도배가 쉽고 편하다고들 해요. 그런 부분 때문에 청년들이 지원을 많이 하기도 하고요. 어떻게 보면 일은 쉬워요. 계속 반복하다보면 실력이나 노하우도 쌓여 누구나 할 수 있거든요. 오히려 정신적으로 힘들 수도 있어요. 그리고 어떤 반장을 만나느냐에 따라 배움의 속도나 일당이 달라지기도 하죠."

입문단계서부터 기술자까지 임금체계는 어떻게 나뉘는 건가요.
"우선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전국적으로 비슷하지만 조금씩 차이가 있어요. 이유는 어떤 반장을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처음 일을 배우겠다고 온 분과 협의해서 일당을 8~9만원으로 책정한다고 치죠. 그럼 어느 정도 일을 배운 뒤에 풀기계도 다루고 기본 벽지도 바를 줄 아는 단계로 넘어가면 12~13만원으로 올려요. 이후 도배사로서 역할을 한다 싶으면 15~18만원으로 올라가고, 기술자 단계로 올라가면 일당 25만원이 됩니다."

반장마다 달라진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반장은 현장을 책임지는 사람이라 어떤 스타일의 반장을 만나느냐가 중요해요. 현장 분위기나 도배사의 일당도 반장이 정해요. 물론 협의하예요. 예를 들어, 기술자 단계의 도배사를 18만원 일당을 주고 데려오는 반장들도 많아요. 도배사 입장에서 불만일 수 있지만 일을 하려면 어쩔 수 없이 반장의 말을 따라야 하거든요."



“최근 2030세대서 도배사 지원자들 연락 많이 와, 학원·지물포 장단점 있지만 체계적으로 일 배우기 원하는 분들에겐 지물포 추천”




입문할 때 육체적으로 힘든 것 외에 고려해야 할 점도 있습니까.
"처음 일을 배우는 분들은 모두 다 그렇지만 정신없잖아요. 여기저기서 뭐 갖다 달라, 이것 치워라 등등 시키는 일이 많다 보니 힘들 수밖에 없죠. 그리고 현장일이다 보니 자칫 잘못하면 사고가 날 수도 있어 실수하면 혼이 날 때도 있고요. 그런 걸 견뎌내야 도배사가 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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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도배사 양성 아카데미가 생겨나기도 해요. 보통은 어떻게 입문하나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동네에 있는 지물포에 가서 일을 배우는 과정이 있고, 학원에서 교육을 이수하고 아파트 현장으로 입문하는 과정이 있습니다. 지물포의 경우 처음에는 벽지를 만지기도 힘들고, 수입도 적습니다. 하지만 일을 제대로 배울 수 있고, 그만두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어요. 학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체계적으로 일을 배우기 힘든 구조고 현장에 나가면 일이 많아 중도 포기하는 사례를 많이 봤습니다. 각자 장단점이 있어요."

지물포로 입문하는 경우, 처음엔 뭘 배우나요.
"여느 회사와 마찬가지로 처음엔 분위기를 파악하는 시간을 갖죠.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보면서 일하는 모습을 배우는 단계예요. 청소도 하고, 발라놓은 벽지에 묻은 풀을 제거하면서 여기저기 시키는 일을 하면서 적응기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풀기계를 다루는 걸 배워요. 예전이야 사람이 직접 벽지에 풀을 발랐는데, 요즘에는 풀기계로 해요. 편해졌죠. 얘가 한 두 사람 몫은 합니다.(웃음)"

풀기계를 다루는 건 어렵나요.
"이것도 벽지마다 풀의 양조절을 해야 하니 기술이 필요한데, 작동법을 배우고 익숙해지면 벽지를 바르는 단계로 넘어가죠. 그러면서 일당도 조금씩 변화가 생기죠."

도배기능사 자격증이 있는데, 필수인가요.
"아무래도 자격증이 있으면 좋긴 하죠. 그렇다고 도배사로 일하기 위해 자격증이 필수는 아닙니다."
도배기능사
도배기능사란, 구조체의 천장·내벽·바닥·기능·창호 주위의 도배지를 재단하고 풀 등의 접착제를 사용해 부착하는 전문적인 도배기술을 갖춘 사람에게 부여하는 자격증

도배기능사 응시자격
도배기능사의 경우, 별도의 응시자격 요건이 존재하지 않아 남녀노소 누구나 응시 가능

도배기능사 시험 일정
연 3~4회 시행(2023년 일정 5월 8일~11일 / 7월 17일~20일 / 10월 16일~19일)

시험과목
-도배작업(3시간)
-합격기준 :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
*2001년도 필기시험이 폐지돼 실기시험으로만 진행됨

<도배기능사 응시자 및 합격률>
응시자합격자합격률
2022년4,6881,73537%
2021년4,1821,02938.8%
2020년2,8221,02936.5%
2019년4,4351,93643.7%
2015년1,8461,07958.5%
2014년1,7101,06562.3%
*제공=한국산업인력공단 홈페이지

접수처 및 응시비용
-한국산업인력공단 큐넷
-비용 70,400원

*국민내일배움카드 신청 시 아카데미 비용 지원 받을 수 있음



도배사가 되기 위해 갖춰야할 조건도 있을 것 같은데요.
"도배과정을 배우는 학원들도 있지만 일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면 실력이 늘게 돼 있어요."

도배사의 장단점을 꼽자면 뭐가 있을까요.
"말씀드린 대로 직업만족도가 매우 높은 직업입니다. 기술직이라는 점도 있지만 회사생활과 달리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 시공 후 고객들이 만족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끼는 직업이죠. 단점은 여름·겨울이 비수기라 일의 양이 줄어든다는 점인데, 이 일을 오래하신 분들은 큰 영향을 받진 않습니다."

도배사의 비전은 어떻게 보시나요.
"언젠가 본 글에서 앞으로 사라질 직업 중에 도배사가 들어 있었어요. 근데 전 그렇게 생각 하지 않아요. 도배는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살아남을 직업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주거와 연결되는 부분이라 저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도배사들도 직업적 비전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활동하는 도배사가 약 3만명정도 되는데, 대부분이 5060세대 선배님들이시죠. 몇 년 후 그분들이 은퇴를 하게 되면 지금 시작한 20대, 30대의 젊은 친구들의 활동범위가 더욱 넓어지겠죠. 그럼 지금보다 더 큰 기회가 오게 될 겁니다. 배우는 과정이 어렵고 힘들지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만족도가 높은 직업을 가지실 수 있을 겁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사진=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