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바라본 사형제도

연이은 흉악범죄에 사형제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실질적 사형폐지국’인 대한민국이 헌법재판소에서 사형제의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인 현재, 그 존폐를 둘러싼 전문가들의 의견은 첨예하게 대립한다. 사형제 존치 찬성 측에는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 반대 측에는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의 주장과 근거를 들어봤다.

흉악범죄자, 인간의 권리 포기···교화 가능성 거의 없어
찬성 측: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
사형제 존치에 찬성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회는 사람이 함께 모여 돕고 사는 것이다. 그러나 잔인하게 여러 명을 살해한 사람은 인간의 권리를 포기한 것으로 사회의 일원으로서 함께할 수 없다. 물론 범죄자를 교화해서 다시 사회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만 사형을 선고받은 사람들은 도저히 교정이 안 되는 사람들이다. 사형제마저 없다면 어떻게 잔혹한 살인범을 단죄할 수 있겠는가.”

사형제의 흉악범죄 예방 효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인간의 괴로움은 본능적이기 때문에 흉악범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사형을 두려워한다. 실제 이전 사례를 보면 사형 집행 날에 수많은 살인범이 밥도 먹지 못하고 무서움에 떨었다. 사형 집행은 많은 사람에게 본보기가 되며 흉악범죄 예방 효과가 분명하다.”

오판 또는 교화의 기회를 차단한다는 지적도 있다.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좋은 이야기다. 하지만 실제 피해 유가족이나 범죄 현장을 보면 그런 말은 못 할 것이다. 그들은 하루하루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교화 기회를 완벽히 차단하지 않기 위해 무기징역과 사형을 구별해 놓은 것이다. 한국은 형벌의 수위가 낮은 편임에도 판사가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한 것은 심각한 흉악범이라는 뜻이다. 이런 범죄자는 교화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본다.”

사형은 국가에 의한 살인이라는 주장도 있다.
“인권 보호가 과도하게 강조되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온전히 보호받아야 하는 것은 피해자 인권이다. 흉악범마저 인권이라는 명목 하에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것은 과한 인권 보호다. 인권은 여러 사람을 보호하고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해 존재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형 집행 시 외교 관계 단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데.
“헌법상의 형벌을 집행할 때 모든 나라의 법과 제도는 기본적으로 서로 존중받는다. 법 집행 시 다른 나라의 눈치를 보고 머뭇거리는 모습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법과 제도는 외부에 흔들리지 않고 원칙대로 집행돼야 한다.”

사형제 부활을 대체하기 위한 방법으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형벌은 범죄의 잔혹성에 따라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 또한 기존의 종신형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단죄를 이루지 않고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도 하나의 형벌 부과에 불과하기에 사형제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 단호한 처벌은 분명히 필요하다. 또한 가석방 없는 종신제는 비용 증가 문제도 심각하다. 재소자 1명을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이 1년에 약 3천만 원이다. 범죄자가 한평생 생활하는 금액을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고 했을 때 반발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사형제는 국가에 의한 살인···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대안될수도
반대: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교수.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교수.
사형제 존치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국가가 개인보다 윤리적으로 우위에 있지 않기 때문에 국가에 의한 살인과 민간인의 살인은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 사형제가 범죄 예방 효과와 관련 있다는 어떠한 과학적 근거도 없다. 그 이유는 살인 범죄의 특성 때문이다. 대부분의 살인은 동기가 뚜렷한 확신범이다. 사람을 죽이면 본인도 죽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죽인다. 사형제와 관련 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것이다. 또한 살해 후에는 동기가 사라지기 때문에 재범의 위험이 낮다. 예를 들어 치정에 의한 살인은 치정 상대가 사라지면 더 이상 살인을 저지를 이유가 없어진다. 오판 가능성도 문제다. 사형이 시행됐다면 화성 연쇄살인범 누명을 썼던 윤 모 씨가 억울하게 돌아가셨을 것이다. 이에 사형 존치론자들은 현대 과학수사 기법이 워낙 발달해 오판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확률이 줄어들었을 뿐 여전히 위험성은 존재한다.”

사형제와 범죄 예방이 연관 없다는 또 다른 근거가 있나.
“현재 흉악범죄 발생의 진단과 처방전이 다르다. 진단은 사회구조적 문제, 정신질환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처방전을 생뚱맞게 강력한 형벌이라 내놓고 있다. 법이나 제도가 우선되는 것이 아니라 정신질환 치료 지원, 빈부격차 해소를 위한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 한국은 리그전이 아니라 토너먼트 사회로 한번 실패하면 재기하기 어렵다. 이런 사회구조적인 개선이 발생하지 않으면 범죄 예방이 어렵다.”

최근 벌어지는 무차별적인 흉기난동 및 살인사건 등과 같은 흉악범죄에 사형제 폐지는 국민의 법 감정에 부합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있다.
“사형제가 국민들에게 사법 정의의 실현을 보여준다는 장점은 있다. ‘해를 가한 만큼 똑같이 당해야 한다는 응보 심리를 충족해 준다. 그러나 법의 목적은 보복이 아니라 보호다. 법은 감정적으로 판단하면 안 되고 이성적이어야 한다. 응보 심리에 따라 법을 운용하게 되면 국가가 개인과 다를 바가 없어진다.”

사형제가 폐지된다면 어떤 대안이 있나.
“사형제에 준한 처벌 강도를 가지며 국민들에게 사법 정의 실현을 보여줄 수 있는 대안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라 생각한다. 이는 사형제 폐지로 나아가는 외교적인 추세와도 부합한다. 또한 사형제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병존하는 것보다 사형제를 폐지하고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시행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둘 다 마련해 두는 것은 관리를 더욱 어렵게 할 뿐이며 사형을 선고하더라도 사실상 실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시행하되 8~90세 노인 때는 석방을 고려하는 등 예외 조항을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교도소에서 노인들은 일할 수 없고 의료비가 많이 들어 비용 문제가 심각하다. 살해 동기가 사라져 재범의 위험이 없고 복역 기간이 긴 범죄자들을 교도소에 더 이상 수감할 이유는 없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조은정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