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회사에 따른 이미지 인식 차이 심해져
단순 가격 차이에 의한 차별화와는 다른 현상
변화한 시장 환경과 소비자 심리 이용한 경쟁 때문

충주시 유튜브 캡쳐화면.
충주시 유튜브 캡쳐화면.
지난달 17일 충주시 공식 유튜브 채널은 삼성 스마트폰 갤럭시 사용자에 대한 생각을 묻는 인터뷰 콘셉트의 영상을 업로드했다.

김선태 주무관이 충주시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대학생에게 갤럭시를 쓰는 남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느냐고 묻자, 영상 속 다른 여성이 “갤럭시를 사용하는 사람이 연락처를 물어보면 당황스럽다”고 답하며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해당 영상이 공개된 후 ‘갤럭시 쓰는 사람들을 조롱하는 영상이다’라는 반응과 함께 충주시 유튜브 채널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자 충주시는 하루 만에 영상을 삭제했다.

유튜브, 틱톡 등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에서는 충주시가 업로드 한 영상과 비슷한 콘텐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진행자가 길거리의 행인들에게 스마트폰 제조사별 사용자에 대한 이미지를 묻고 행인들의 의견을 듣는 영상의 콘셉트다.
‘갤럭시남·아이폰녀’ 브랜드로 차별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위) 유튜브 검색 결과 화면 (아래)충주시 영상이 논란이 된 뒤 관련 단어 검색 추이. 출처:네이버 데이터랩
(위) 유튜브 검색 결과 화면 (아래)충주시 영상이 논란이 된 뒤 관련 단어 검색 추이. 출처:네이버 데이터랩
이러한 영상들은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해당 영상을 본 사람들은 댓글을 통해 공감한다거나, 특정 집단을 지나치게 일반화한다고 지적하는 의견으로 나뉘어 대립해 논란이 되기도 한다.

충주시의 영상이 올라간 뒤에는 네이버에서 관련된 단어의 검색량이 증가하기도 했다. 해당 논쟁이 많은 사람에게 주목을 받는 동시에 파급력 역시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소재로 사람들 간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은연중에 유사한 부정적 편견을 갖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단순한 ‘농담거리’로 치부하기에 이제는 다소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사안이 됐다.
한국 18~29세 스마트폰 점유율.
한국 18~29세 스마트폰 점유율.
아이폰과 비 아이폰, 美서도 유사한 동향 존재해
이러한 갈등은 우리나라에서만 있는 건 아니다. 애플사의 본거지인 미국에서도 아이폰과 비(非) 아이폰 사용자 간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 조지아 주에서 온 S(25‧한국외대 대학원 재학)씨는 실제로 미국의 젊은 학생들 사이에 비 아이폰 사용자들에 대한 차별적 인식과 행동이 공공연하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美 스마트폰 점유율, 아이폰(검정색)의 비중이 가장 크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출처: 마켓 모니터 서비스
美 스마트폰 점유율, 아이폰(검정색)의 비중이 가장 크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출처: 마켓 모니터 서비스
아이폰으로 같은 제조사의 사용자에게 문자를 전송할 때에는 말풍선이 파란색으로 나타나는데, 이러한 기능적 특성들을 통해 상대방의 아이폰 사용 여부를 알아낸 뒤 비 아이폰 학생들을 따돌리기까지 한다고 한다.

심지어 갤럭시와 같이 아이폰과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은 고가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집안이 가난하다는 인식을 가지는 경우도 흔하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에만 한정된 현상이 아니다. 커피 전문점 브랜드 세계에서도 유사한 현상을 찾아볼 수 있다. 스타벅스 브랜드를 고집하는 것이다.
유튜브 채널 ‘ootb STUDIO’ 프로그램 ‘전과자’ 캡쳐화면.
유튜브 채널 ‘ootb STUDIO’ 프로그램 ‘전과자’ 캡쳐화면.
스마트폰과 커피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인식이 합쳐져 만들어진 농담거리도 있다. 스타벅스 매장에는 애플의 전자기기 소지자만 출입할 수 있고, 타사 제품 사용자들은 이른바 ‘입구 컷’(입장을 제지당한다는 의미)을 당한다는 이야기다.

브랜드 이미지를 지나치게 따지는 것에 대한 풍자로 사람들 사이 농담 삼아 주고받는 ‘밈’(인터넷 커뮤니티나 SNS 등지에서 퍼져 나가는 여러 형태의 유행)이 된 셈이다. 사람들의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인식이 어떠한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두 가지 대표적 사례가 점철돼 나타난 것이다.


(자료6/출처: 대학생 너구리 페이스북)


무조건 값비싼 물건만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한때 고가의 상품을 고집하는 이들을 칭하기 위해 쓰였던 된장남, 된장녀와 같은 별명이 생겨나게 된 배경과는 맥이 다른 이야기다. 가격대가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사용하는 제품과 다른 제조사 사용자를 일반화하고 조롱하는 현상은 성격상 분명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비슷한 가격대의 상품임에도 특정 제품을 우상화하는 동시에 다른 제품을 상대적으로 열등한 존재로 취급하는 경향은 왜 생겨나는 것일까.

김은호 충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이하 김 교수)는 이 현상을 이해하기에 앞서 제품을 구매할 때 ‘브랜드’라는 개념이 소비자에게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짚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브랜드’라는 요소가 소비자의 구매활동에서 각종 손실이 발생할 위험성을 줄여주는 기능을 한다고 설명한다. 유명한 브랜드의 제품일수록 품질과 성능 면에서 검증이 됐다는 것이 보장되기 때문에 구매 시 소비자에게 발생하는 탐색비용을 낮춰 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브랜드의 특성들 덕분에 소비자는 브랜드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며 기능적 편의를 제공하는 수단 이상의 존재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소비자는 점차 브랜드에 몰입하고 애착을 두면서 자신의 일부분으로 여기기도 한다.

소비자 유인을 위한 기업의 심리학적 전략
한편 제품들의 품질이 비슷해지는 상황에서 제조사가 가격전략에 힘쓰는 것은 무한한 가격경쟁을 일으키는 악순환을 낳는다. 따라서 기업은 이 ‘브랜드‘라는 요소에 차별을 둠으로써 소비자 유인을 위한 심리학적 전략에서 우위를 점하려 한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기업들은 자신들의 제품에 차별적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 브랜드의 고유한 상징, 감정 등의 요소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것을 ‘약속’하고, 소비자는 이에 반응해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을 가진다. 소비자는 브랜드를 자신과 동일한 존재로 간주하게 되며, 이러한 상태에서 경쟁 브랜드 및 이용자들을 바라보게 된다.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내집단)에 대해 스스로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를 스스로 확인하고 증명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다른 집단(외집단)에 대해 차별적 인식을 가지게 되는데, 이러한 심리효과가 바로 서로 다른 소비자 집단이 대립하는 현상의 근원적 원인이라고 김 교수는 분석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김재현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