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미래를 이끌 딥테크 혁신가, 블루포인트가 키운다
-이용관 대표, 딥테크 혁신가 육성의 진심 담아
간단한 자기소개 및 회사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물리학과 박사 학위를 마치고, 2000년 반도체 장비의 핵심기술인 플라즈마를 측정·제어·발생시키는 장비를 개발하는 ‘플라즈마트’를 창업했습니다. 플라즈마트는 당시 외국에 의존했던 반도체 공정 장비를 국산화하는 회사였습니다. 그러다 2012년 나스닥 상장사 MKS Instrument에 회사를 약 300억원에 매각했습니다. 당시 사업을 잘 마무리했지만 초기 방향을 잡는 데 긴 시간 시행착오를 겪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선배들의 조언을 들을 수도, 초기 기술 스타트업을 위한 경영 서적조차 없던 시절이라 초반 3년은 헤매기만 했습니다. 기술 스타트업의 경우 초기에는 연구개발 비용이 크기 때문에 사업 방향을 잘못 잡으면 비용과 시간이 낭비될 수 있습니다. 기술 스타트업임에도 M&A를 성공적으로 마친 사실이 알려지며, 많은 분들이 노하우를 물어왔습니다. 그래서 블루포인트를 설립했고, 후배 창업자의 시행착오와 시간 낭비를 줄이고 창업 성공률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의 빠른 성장 비결과 성공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블루포인트는 기술 투자, 특히 딥테크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업계에서는 ‘블루포인트가 투자한 곳의 기술은 확실하다’는 말이 나오기도 합니다. 액셀러레이터(AC) 가운데 투자의 범위와 규모 면에서 최상위를 유지하고 있고,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342억원, 121억원으로 밴처캐피탈(VC)과 비교해서도 경쟁력을 갖췄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본계정) 투자를 315억원 이상 집행했으며, 펀드 규모(AUM)도 832억원에 달합니다. 올해 8월에는 투자 스타트업의 개수가 300개를 넘어서는 등 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투자의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블루포인트가 투자한 스타트업의 5년 이상 생존율은 90% 이상에 달하는데, 이는 OECD나 국내 스타트업의 평균을 4배 상회하는 수준으로 블루포인트의 투자 전문성과 체계적인 지원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투자 기업 가운데 플라즈맵과 인벤티지랩이 코스닥에 상장했고,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나 토모큐브 등 10여개 회사가 상장을 준비할 정도로 투자 스타트업의 전망도 밝습니다.
블루포인트는 과감한 시도로 초기 투자의 새로운 공식을 써내려가고 있다는 점이 성공 요인이자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창업 유경험자 또는 산업 전문성과 실무경험을 갖춘 전문가들을 모았고, 초기 기술 스타트업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을 갖춰나갔습니다. 시장과 기술에 대한 겸손한 시각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에 밀착해 투자와 지원을 하는 것을 투자의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딥테크와 초기 스타트업에 집중하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초기 스타트업 투자는 위험성이 크고 기업의 성장을 평가할 만한 요소가 많지 않아 기존의 VC가 살펴보기 어려웠던 영역입니다. 투자 업계의 관심은 적지만, 반대로 창업자들은 가장 많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창업이라는 백그라운드를 가진 AC들이 진출해 투자와 지원을 동시에 진행해 시장을 개척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블루포인트 창업 경험과 투자 전문성을 바탕으로 초기 기술 스타트업이 겪는 어려움을 가장 잘 해소해 줄 수 있다는 확신 때문에 초기 스타트업에 주력하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딥테크 분야는 블루포인트가 잘할 수 있는 분야이면서, 딥테크가 가진 성장의 무한한 가능성 때문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등 서비스 중심의 스타트업은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가치가 사라질 가능성이 크지만, 기술 중심 기업은 제품 및 서비스 상용화에 실패하더라도 일부 사업부와 기술을 쪼개서 팔거나 특허를 이전하는 등 100억원 미만의 '스몰딜'이 가능하기 때문에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술은 법이나 규제 장벽에 막히지 않는 한 경쟁력만 있다면 글로벌 진출이 상대적으로 쉬워 다른 분야에 비해 확장 가능성이 높은 것도 장점입니다. 실제 시장에 유동성 위기가 돌자 딥테크 스타트업들이 주목을 받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초기 스타트업들의 성장과 육성을 위해 제공하고 있는 프로그램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스타트업은 후속 투자유치, 인재 채용, 성장전략, 마케팅, PR 등에서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지만 많은 투자사는 이런 것에 필요한 인력과 자원을 갖추고 있지 못합니다. 블루포인트의 투자는 스타트업을 단순히 ‘고르기’(Picking) 보다는 이들의 가치를 ‘더하는’(Adding) 쪽에 맞춰져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전문 투자 인력 외에도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업무를 위한 인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예비창업자 및 창업자들을 위한 공간인 ‘시작점’을 대전 카이스트 인근에서 운영하고 있고, 포트폴리오사의 성장 가이드를 제공하고, 홍보·마케팅·데모데이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예비창업팀의 시장 안착을 돕는 ‘동창 프로그램’, 대기업과의 협력 기회를 열어주는 ‘오픈이노베이션’ 등도 마련해 운영 중입니다. 블루포인트는 초기 스타트업이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데스밸리(Death valley)를 넘어설 수 있도록 체계화 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갖고 있습니다. 딥테크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해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까요?
딥테크 스타트업은 강력한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내 기술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식입니다. 하지만 시장에서 선택을 받지 못하는 기업은 결코 살아남을 수가 없습니다. 이 때문에 나 자신과 회사, 기술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메타인지’가 잘 갖춰져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소크라테스가 말한 “너 자신을 알라.”는 메타인지를 설명하는 대표적 격언입니다. 메타인지가 뛰어난 창업가는 자기객관화, 자기성찰, 경청 능력이 뛰어납니다. 그간 투자한 스타트업의 창업자들 중에서도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메타인지가 뛰어나지 않으면 좀처럼 좋은 결과가 따라오지 않았습니다. 리스크와 기회에 대해 거리낌 없이 내외부 사람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은 경영자의 현실 인식능력을 높이고 해결책을 찾게 하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봅니다.
스타트업 전문 엑셀러레이터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스타트업을 창업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혁신의 여러 행위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반대로 혁신에 대해서 자유롭고 활발한 사회가 돼야 스타트업 창업도 늘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블루포인트는 혁신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문제가 있는 어떤 현장이든 혁신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돕는 액셀러레이터가 되고자 합니다. 장기적 비전에서 블루포인트의 슬로건은 ‘혁신의 일상화’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딥테크 스타트업이 있다면?
모든 스타트업이 블루포인트에게 중요하지만, 토모큐브와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이 2개 회사가 블루포인트의 철학을 잘 드러내는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토모큐브는 3차원 홀로그래피 현미경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으로 블루포인트가 2015년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사업 초기 막강한 기술을 가졌음에도 시장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던 부분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현재는 염색·전처리를 거치지 않아도 3차원으로 세포를 분석·관찰할 수 있어 의료 진단 시장과 산업용 검사 장비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토모큐브 현미경의 제품 가격은 개당 1억원에 달할 정도로 세계적으로도 독보적인 기술로 손꼽힙니다. ‘토종 한국 우주발사체’ 스타트업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도 세상에 없던 도전을 응원하는 블루포인트의 취지에 걸맞는 투자 스타트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는 2016년 블루포인트가 투자할 당시 팀 평균 나이가 21세에 불과했습니다. 태양과 가장 가까운 별인 프록시마에 자신들이 만든 로켓을 보내겠다는 꿈이 확실했기 때문에 투자가 이뤄졌습니다. 지난해 말 제주도에서 국내 스타트업 최초 액체로켓 발사 실험에 성공하고, 오는 2024년에는 제주도 해안에서 액체로켓 모델 'BW-1'을 발사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스타트업의 트렌드와 미래는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지난 10년을 소프트웨어가 지배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하드웨어 딥테크의 시대라고 봅니다. 그간 SW의 혁신도 스마트폰이라는 하드웨어의 혁신에 기반했듯이, 새로운 혁신은 하드웨어 딥테크를 토대로 나타날 것입니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성공할 경우 산업 파급력이 크고 글로벌 진출도 용이한 '게임 체인저'입니다. 이 때문에 로봇, 배터리, IT부품, 우주항공, 특수·신소재 등이 주목을 받을 것으로 봅니다. 블루포인트는 앞으로도 기술을 기반으로 시장을 혁신하는 다양한 영역의 스타트업에 투자를 이어갈 것입니다.
스타트업 초기 창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나 따뜻한 메시지 부탁드립니다.
예측하기 어려운 시장과 사회의 변화 속에서 창업자와 투자사는 한없이 미약한 존재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항상 개방된 마음으로 배우고자 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쉬지 않고 튀어나오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호기심과 학습 의지는 필수입니다. 변화에 더 밀착하고 공부하며, 시장의 흐름을 시시각각 읽어내려 노력해야 합니다.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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