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사회통합실태조사 결과 지난해 우리 국민들이 느낀 사회갈등 심각성 보통 이상으로 높은 수준, 세대갈등 인식 전년 대비 악화
- 그럼에도 불구하고 SNS 속 식지 않는 ‘시니어 인플루언서’ 열풍,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같이 깊어지는 세대갈등 상황 속, 아이러니하게도 SNS에서는 시니어 인플루언서들에게 열광하는 MZ 세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시니어 인플루언서들과 젊은 층은 갈등의 장벽을 넘어 위로와 공감을 나누며 활발하게 소통하였다. 또한 시니어만의 여유와 분위기를 담고 있으면서도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는 콘텐츠들은 젊은 층에게 일종의 ‘레퍼런스’로서 영향을 주었다.
심화되는 세대갈등 상황 속에서도 새롭게 등장한 단어, ‘그랜드 플루언서’
가시적으로 느낄 수 있는 세대갈등 상황에도 SNS에서는 60대 이상의 ‘시니어 인플루언서’들이 꾸준히 각광받고 있다. 시니어 인플루언서들은 자연스러운 일상 모습과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젊은 팬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에는 이들을 칭하는 단어로 조부모를 뜻하는 ‘Grandparent’와 인플루언서를 합친 단어인 ‘그랜드 플루언서’라는 단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팬들과 ‘할머니, 할아버지’와 ‘손녀, 손자’라는 애칭을 통해 서로를 지칭하며 친밀하게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다.
구독자 115만 명을 보유한 47년생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는 대표적인 시니어 인플루언서 중 한 명이다. 영상 가운데 조회수 1,132만 회로 가장 인기를 얻은 ‘막 대충 만드는 묵은지 비빔국수 레시피’ 영상은 업로드된 지 7년이 지난 올해에도 여전히 댓글 수가 증가하고 있다.
구독자 98만 명에 달하는 52년생 유튜버 ‘밀라논나’는 ‘나의 73세 아침 루틴’ 등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영상을 연재하고 있다. ‘하루라도 젊었을 때, 알아둬야 할 것’, ‘젊었을 때 알아두면 좋은 것’이라는 주제의 영상으로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영상들은 뜨거운 구독자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구독자들은 주로 영상을 통해 위로와 공감을 얻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부모와의 일상이 담긴 영상 콘텐츠가 인기를 끌며 ‘랜선 조부모’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랜선 조부모란 친 조부모는 아니지만 디지털 공간에서 관심 있게 지켜보며 조부모처럼 존경하는 어른을 의미한다. 이렇게 젊은 세대는 온라인을 통해 ‘랜선 가족’을 형성하며 정서적 안정감을 간접 경험하였다.
‘할머니 집에서 대학교 다니는 손녀’ 시리즈로 누적 조회수 1,067만 회를 기록한 유튜브 ‘짐나르다베임’의 운영자 이윤서 씨(23)는 “손녀와 할머니와의 관계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주고받는 정서와 분위기에서 많은 분이 따뜻함을 느끼고 공감해 준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세대갈등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더라도 제 영상이 어떤 깨달음이나 변화의 계기가 된다면 그보다 더 기쁠 수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 28일간 ‘짐나르다베임’의 영상을 조회한 연령 분포에서는 18세 이상 34세 이하가 약 70%를 차지하며 랜선 조부모 콘텐츠가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우리 사회에서 고령층은 규범의식을 중요시 여기는 것과 반대로 젊은 층은 더욱더 수평적인 교육을 받고 있기 때문에 갈등은 필연적이라고 볼 수 있다.
최항섭 국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의 세대갈등은 정치갈등과 같은 다른 유형의 갈등과 맞물리면서 심화되고 있지만, 시니어 인플루언서가 다른 세대와의 소통 부재에 의한 결핍을 채울 수 있는 존재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SNS는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서로 다른 세대들이 소통하게 된다면 세대 간 대립을 완화시킬 수 있다고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진호 기자/김하은 대학생 기자
jinho2323@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