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피한 선택” vs "적립금이 수천억원” ‘대학 등록금 인상’ 뜨거운 감자
대학법인의 법정부담금·적립금·등록금 의존율 등 재정건전성 불신 커져
대학 측, 물러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호소

동국대학교 학생 커뮤니티 속 학생 대표자들의 글
동국대학교 학생 커뮤니티 속 학생 대표자들의 글
“등록금 인상에 반대합니다.”

2025년 을사년의 시작과 함께 대학가는 등록금 인상으로 뜨거웠다. 오랜 기간 동결을 유지하던 대학 등록금의 인상안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대학과 학생, 학부모 간 찬반논쟁은 지금도 여전히 뜨겁다.

각 대학은 등록금 인상을 위해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를 열고 본격 협상에 나서는 한편, 일부 학생들은 등록금 인상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학과 학생 측은 각자 무엇을 근거로 등록금 인상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일까. 치열했던 등심위의 주요 쟁점을 톺아봤다.
등록금 인상한 대학 대부분 5%대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이하 사총협)에 따르면 2월 11일 기준, 등록금 인상 대학은 124개교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대학의 65.3%에 해당하며, 사립대학(151개교) 중 75.5%(114개교)가, 국공립대학(39개교) 중 10개교(25.7%)가 인상을 확정했다.
대학 등록금 인상률
대학 등록금 인상률
등록금을 인상한 124개교의 인상률은 5%대 수준에서 인상한 대학이 53개교(42.8%)로 가장 많았다. 서울 내 주요 대학 인상률을 살펴보면 ▲성신여대(5.3%) ▲경희대·성공회대(5.10%) ▲고려대(5.0%) ▲한국외대(5.0%) 등이 포함됐다. 이어 4%대로 인상한 대학은 38곳으로 ▲동국대(4.98%) ▲연세대(4.98%) ▲상명대(4.95%) ▲중앙대(4.95%) ▲한양대(4.90%) ▲광운대(4.85%) ▲서강대(4.85%) ▲숙명여대(4.85%) 등이 이에 해당한다.
홍익대, 이화여대, 고려대 총학생회 인스타그램 캡처화면
홍익대, 이화여대, 고려대 총학생회 인스타그램 캡처화면
등록금에 의존하는 대학 재정건전성
각 대학 등심위에서 주로 언급된 쟁점 중 하나는 대학의 재정건전성 문제였다. 대학의 재정건전성이란, 대학이 안정적인 재정을 유지하며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운영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대학의 재정건전성을 파악하기 위한 지표로 ‘등록금 의존도’, ‘적립금’, ‘부채 비율’, ‘법정부담금 부담비율’, ‘교육비 환원율’ 등이 있다. 수입 구조 학생 대표들은 대학 재정 운영의 투명성을 지적하며, 등록금 의존율과 대학법인의 법정부담금 부담률 문제를 도마 위에 올렸다.

등록금 의존율은 대학의 전체 예산 중 학생이 납부하는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국내 대학은 상당히 높은 등록금 의존율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사립대학의 경우 등록금 의존율이 60%를 넘는 곳도 있다.

이는 대학이 수익을 다변화하지 못하고 학생들에게 재정 부담을 전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어 대학법인의 법정부담금은 사립대학 교직원의 퇴직수당을 포함한 사학연금이나 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재·고용보험 등을 납부할 때 대학법인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다.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 등에 근거해 원칙적으로 법인이 부담해야 하지만, 예외 조항이 있어 ‘일부 또는 전부를 교비회계에서 부담'하며 대학에게 넘길 수 있다. 대학법인들은 일정 비율 이상의 법정부담금을 납부해야 하지만, 많은 대학이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으며, 그 부담을 등록금으로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국대 등심위는 등록금 의존율은 53%로 높은 것에 비해 법인이 마땅히 납부해야 할 법정부담금 부담률이 69.9%로 낮다고 주장했다. 고려대 역시 학교 당국이 법인회계 부담을 늘리지 않고 등록금이 포함된 교비회계로만 운영비를 충당하려 한다며 비판했다. 고려대 등심위에 참여한 한 학생위원은 자대 학보사와의 인터뷰에서 “법인이 재정 안정성을 개선하려는 노력 없이 등록금을 인상해 법정부담금을 교비회계에서 채우려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대학 적립금 문제 또한 학생들이 등록금 인상 반대의 근거로 내세운 핵심 요소였다. 홍익대의 경우, 지난 10일 학내 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홍익대의 적립금 규모는 전국 사립대 중 가장 많은 수준인데도 불구하고, 대학 측이 재정 부족을 이유로 등록금 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명분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이화여대 역시 학교의 적립금이 6,300억 원 이상으로 전국 최대 규모임에도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대학에 대한 불신이 갈등 만들어
등록금 인상 결정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대학 측이 등심위를 개최하긴 하지만, 이미 내부적으로 인상안을 확정한 상태에서 학생 대표들에게 형식적인 동의를 요구하는 방식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 8일 이화여대 제57대 총학생회 스텝업 주도하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재린 권리연대국장은 학생 의견 반영이 어려운 등심위의 구조를 지적하며 “등심위는 선임된 외부 위원과 학교 위원을 포함한 7명만으로 의결이 가능하다”며 “학교는 등심위에 참석한 학부 대표들에게 사전 공지와 자료 공유 없이 등록금 인상안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법인, 기부금과 같은 재원을 모아 기금을 먼저 충당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학우는 “많은 대학이 정당성 확보를 위해 등심위를 이어가고 있다”며 “수평적인 논의의 과정이어야 할 등심위가 대학 관계자들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수직적인 자리로 보여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등록금이 인상되더라도 학생들이 체감하는 교육 환경의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 또한 학생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동국대 학생 대표자들은 등심위 회의에서 꾸준한 행정상의 잡음, 실험비 공시 수칙 미준수, 건물 노후화 문제 방치, 기숙사 행정 오류 등 기존의 여러 문제를 제기하며 등록금 인상의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등록금 회계에서 종교 장학금으로 나가는 비용까지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도 논란이 됐다. 이런 대학 행정에 대한 불신은 동국대학교뿐 아니라 등심위 논의를 거친 대부분의 대학이 공유하는 문제였다. 결국 학생들이 대학 운영에 갖고 있던 불신이 등록금 인상이라는 계기로 터져 나온 것이다.
대학 측 “16년 간 동결한 등록금,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다”
대학 관계자들은 오랜 동결을 깨고 인상하는 흐름이 생긴 만큼, 올해를 놓칠 수 없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대학은 이전부터 재정난을 겪어 왔으며, 학생들이 지적한 법정부담금, 등록금 의존율 등도 재정 상황에 맞춰 최대한 운용해 왔다고 주장했다.

박찬규 동국대 기획처장은 자대 등심위 회의 중 “법정부담금은 법인과 지속해서 협의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대답했다.

이어 “대학도 등록금 의존율을 낮추기 위해 노력했으나 한계에 도달했다”고 답했다.

여러 재정적 노력을 기울임에도 오랜 등록금 동결로 재정 안정성이 떨어지고 투자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황인성 사총협 사무처장은 “대학 등록금이 동결된 16년간 물가 인상률이 136% 정도라 그때와 같은 수치로 걷을 때 3분의 1이 날아간 수준으로 운영을 해왔다”고 대학의 어려움을 밝혔다. “대학은 어렵게 현상 유지를 하며 생존해 와 현시대에 맞는 투자비용을 유치하기가 어렵다”며 “수익을 위해 정부 지원 사업에 올인하나 안정적인 재원이 아니라 이로 대학 재정을 유지하라는 것은 어려운 실정”이라고 답했다.
등록금 상승에 부담되는 학부모들등록금 인상으로 가장 부담되는 이들은 대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다. 올해 딸을 대학에 입학시키는 김진호(가명)씨는 “생활비가 너무 올라 부담이 큰 상황에서 대학 교육비용이 더 커지니 부담스러운 것은 당연하다”며 “언론 보도를 보니 차후에도 더 오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등록금 인상이 계속되면 그만큼 생활이 더 빠듯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대학생과 고등학생 자녀가 있는 김진선(가명)씨는 “5%라는 게 작은 단위 같아 보이지만 부모가 자녀를 한 명만 키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각자의 부담이 다를 것”이라 말했다. 이어 그는 “지속된 동결로 대학 측의 재정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도 인지하나 한국의 대학은 사실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상황”이라며 “대학의 재정 안정화를 통한 지원책이 필요할 것 같다”라고 전했다.

재학생들 역시 등록금 인상은 부담스런 입장이다. 이하나(동국대 사회학·3)씨는 “현재 소수과는 모집단위 광역화로 재정적 감축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기존의 행정적 문제도 많았던 상황인데 학교 측에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정재연(연세대 식품영양·1)씨는 “결국 이를 지불하는 부모님의 부담이 가중될 것 같아 우려된다”고 답변했다.
동국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의 글
동국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의 글
황 사무처장은 “등록금 인상 문제는 학교와 학생 간의 싸움이 아니라 연합해서 정부와 다퉈야 할 문제”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교육부는 고등 교육이 사실상 공교육화 됐다는 이유로 대학을 규제하고 통제하려고 하면서도 제대로 된 지원이 없어 대학의 재정 안정성이 저해될 수밖에 없다”고 말을 이었다.

그러면서 “근본적으로 대학의 재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부가 사업비가 아니라 교부금으로 제도화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선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잦은 행정 문제나 학생 친화적이지 못한 계획 등 학생들은 이미 대학 본부에 불만이 쌓인 것으로 보인다.
등록금 인상을 실시하면서 대학과 학생 간 큰 잡음 없이 진행한 곳도 있다. 3년째 등록금을 인상한 부산 동아대학교는 학생들과 원만한 합의로 지속된 등록금 인상에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모범적인 사례로 꼽힌다.

2023년 부산 동아대학교는 학생들이 시설 수리를 요구하자 등록금 동결로 비용이 부족함을 주장하며 인상안 합의에 도달했다. 이후 학교 측은 등록금 인상으로 국가장학금 2유형을 받지 못하게 됐으나 인상을 통한 회계 수익으로 교내 장학금을 추가 편성해 학생들에게 돌려줬다.

황 사무처장은 “이 사례는 인상 사실 자체가 주요 쟁점이 아니라 재학생과의 합의와 긍정적 체감임을 보여준다”라며 재학생과 대학 본부 간의 호의적인 관계 유지가 중요함을 피력했다. 대학은 인상 그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어떻게 재학생과 좋은 관계를 풀어갈지에 대한 고민을 선행하는 것이 앞으로의 대학 운영에 더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권구봉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