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 하세요?”에서 시작된 이야기
기획의 출발점에는 전태일의료센터의 철학이 있었다. 사무국은“전태일의료센터는 단순히 병을 치료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환자를 아프게 만든 일터와 사회를 함께 바꾸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었다”고 설명했다.
무비랜드의기획자 권지우씨는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병원’이라는전태일의료센터의 모토가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전태일의료센터가 환자에게 ‘어디가 아프세요?’보다는 ‘무슨 일 하세요?’라는 질문을 먼저 건네는 병원이라는 점이 새로웠다”며,“이곳과함께라면 건강한 노동에 대해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전태일 정신을 관객의 일상으로
극장 2층 대기공간에는 전태일의료센터를 간접체험해볼 수 있는 부스가마련되었다. 직업병 전문 의료진이손목 테이핑 교육, 혈압 혈당 검사, 직업병 상담 등을 진행하며 관객들을 마주했다.‘건강 기원 복(福)부적’ 코너에서는 부적을 만들며방문객끼리 서로 어떤 일을 하는지, 요즘 몸 상태는 어떠한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이어졌다.
권지우 씨는 “‘전태일 열사’라는 인물을 마음껏 가지고 놀아달라는 말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회상했다. “‘노동’이나‘전태일’이라는 단어는 자칫 무겁고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전태일의료센터는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나의 병원’처럼 느끼길바랐어요. 일하다가 아픈 사람이라면 누구나 편하게 찾아올 수 있어야 하니까요.”
우리는 모두 일하다 아픈 사람들
권지우 씨는 “‘직업병’이라는 이번 상영회의 테마를 반복되는 업무가 쌓여 몸과 마음에 쌓여가는 아픔”으로 해석했다. 그는“두 작품 모두 반복적인 노동의 모습이명확히 드러나고, 그 안에서 인물들이이를 어떻게 해소하는지가 잘 표현되어 있다”며,“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나는 어떻게 일하고 있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전태일의료센터는“영화를 매개로 한 이번 협업이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다.이어“영화 <패터슨>과 <인 디 아일>이 직업병이라는 주제를 조금 더 일상적인 감각으로 풀어내는 데 도움을 줬다”며,“직장생활로 인한 우울증이나 사무직 노동자가 겪는 손목 질환처럼 흔하고 간과하기 쉬운 문제들도 직업병의 범주에 포함된다는 인식이 확산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무비랜드의 기획자 권지우 씨는 이번 상영회의 의미를 이렇게 전했다. 무비랜드와전태일의료센터가 함께한이번 노동절 특별 상영회는‘직업병’을 특별한 누군가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확장했다. 반복되는 노동속에서 쌓여가는 아픔을 돌아보고,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더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를 상상해본 시간. 스크린 너머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어느새 ‘우리의 이야기’로 이어지고 있었다.
이진호 기자/이다윤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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