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원년 팬이지만 치열한 온라인 티켓팅에 밀려나 경기 관람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 세대
-롯데 자이언츠와 기아 타이거즈는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해 일부 좌석 현장 판매 시스템을 운영하기도

지난해 역대 최초로 1000만 관중을 달성하며 대흥행 시대를 맞은 KBO 리그가 올해도 뜨거운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2일을 기준으로 전국의 구장에서는 118경기 중 50경기가 매진되며, 프로야구의 인기를 입증했다.

프로야구의 흥행과 함께 티켓팅도 더욱 치열해졌다. KBO 리그의 예매는 온라인 티켓 예매 사이트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지난 개막전 시리즈에는 접속자가 몰려 일시적으로 서버가 마비되기도 했다. 이러한 ‘피켓팅’에 온라인 예매에 능숙하지 않은 어르신 세대를 포함한 디지털 취약계층은 표를 못 구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SNS에서는 표를 구하지 못한 어르신들이 야구 경기장 주변만을 맴도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글을 흔하게 볼 수 있다.

1982년 출범한 이후 43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KBO 리그는 원년 팬들을 다수 보유한 스포츠 중 하나이다. 과거에는 현장 판매로 이루어지던 야구 경기가 온라인 예매로 변화하면서, 이에 익숙하지 않은 원년 팬들이 야구 경기를 관람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야구 경기 표를 구하지 못한 어르신들 목격담
야구 경기 표를 구하지 못한 어르신들 목격담
“주중 경기는 널널하게 다녀올 수 있었는데, 요즘에는 주중과 주말 구분 없이 티켓팅 전쟁이에요. 이제 야구 표 예매할 때 초 단위로 타이머를 맞춰놓고 표 풀리는 시각에 맞춰서 새로고침 해야 표를 잡을 수 있어요.” 지난 1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만난 프로야구 팬 송모 씨(26)는 이같이 말했다. 최근 들어 더욱 치열해진 프로야구 티켓팅은 젊은 세대에게도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그렇다면 디지털 기기가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 세대들은 어떻게 표를 구하고 있을까.

이날 젊은 층으로 가득 찬 경기장에서 손주와 함께 온 어르신을 어렵게 만날 수 있었다. “우리 딸이 자리를 구해줬어요. 나는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딸이 구해주고 날짜랑 시간 말해주는 대로 경기 보러 왔어요.” 프로야구 원년 팬 최모 씨(61)는 “딸한테 야구 표를 구해달라고 말해야 야구를 관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온라인 티켓팅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 세대는 가족의 도움을 받아서 표를 구하고 있다.

디지털 장벽으로 어려워하는 팬들을 위해 추가적으로 현장 판매 시스템을 운영하는 구단도 있다.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시즌부터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현장 예매 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주중과 주말에 각각 경기 시작 1시간, 2시간 전부터 사직구장 3루 매표소 창구에서 만 65세 이상 신분증을 제시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표를 판매하는 방식이다. 지난 시즌 현장 판매 좌석 수는 70석이었지만 이번 시즌부터는 220석가량으로 확장하였다.

기아 타이거즈도 이번 시즌부터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현장 예매 창구를 도입하였다.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챔피언스필드 1, 2, 3 매표소 창구에서 1루 K5 석 및 외야 일부 좌석 표를 판매하는 방식이다. 다만 기아 타이거즈는 연령 제한 없이 현장 판매가 진행되고 있다.
기아 타이거즈에서 운영하는 디지털 취약계층 현장 구매 창구. 출처=네이버 블로그 ‘호랑’
기아 타이거즈에서 운영하는 디지털 취약계층 현장 구매 창구. 출처=네이버 블로그 ‘호랑’
SSG 랜더스는 지난 15일, 16일 양일간 ‘청춘은 바로 지금’이라는 이벤트를 열어 만 65세 이상 관람객을 대상으로 티켓 현장 판매를 진행했다. 또한 온라인 예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 50세 이상 SSG 팬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예매를 안내하는 교육을 진행하며 어르신 팬들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SSG 랜더스의 ‘청춘은 바로 지금’ 이벤트 소개 화면. 출처=SSG 랜더스 공식 SNS
SSG 랜더스의 ‘청춘은 바로 지금’ 이벤트 소개 화면. 출처=SSG 랜더스 공식 SNS
프로야구는 40년이 넘는 오랜 역사와 함께 남녀노소에게 사랑받는 대표적인 스포츠 중 하나이다. 하지만 원년 팬들은 디지털화된 야구장의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고 경기 관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여러 구단이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시스템을 도입하며 노력하고 있지만, 경기장 내 디지털 격차는 현존하는 상황이다.

이연진 국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단순히 기술에 대한 소외를 넘어서, 신체적 제약이나 인지적 장벽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문화 혜택에서 배제당하기 쉬운 현실을 직면하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의식은 단지 ‘불편함’을 넘어 ‘계층화에 대한 문제’로까지 연결될 수 있기에, 공공성과 대중성을 기반으로 한 스포츠와 예술 분야에서는 이들을 위한 적극적 배려와 포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실버세대의 양적성장을 감안해서라도 스포츠 및 대중 문화 산업에서는 일정 비율의 '비디지털 접근' 채널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진호 기자/김하은 대학생 기자
jinho23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