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둘! 최강숭실! 파이팅!
할 수 있다! 파이팅!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유난히 더운 날이었다. 그늘 아래에 있어도 곧 있으면 이마에 땀이 맺혔고, 강한 햇빛을 온 몸으로 받는 이들을 바라보기만 해도 숨이 막혀왔다.

그런데 자리에 있던 그 누구도 지치지 않았다. 경기를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보기 위해 2시간 가량을 내내 서서 관람하는가 하면, 가만히만 있어도 더운 날씨에 두꺼운 응원단복을 입고 큰 목소리로 '최강숭실'을 외쳤다. 그라운드 위 선수들의 노력이 빛났음은 물론이다.
숭실대와 홍익대의 축구 경기 현장(사진=전서영 대학생기자)
숭실대와 홍익대의 축구 경기 현장(사진=전서영 대학생기자)
이는 모두 대학생 기자가 대학축구 U-리그 숭실대팀의 경기(상대팀 홍익대)를 보러갔을 때의 일이다. 관중석은 다양한 연령대로 가득 들어찼고, 그 안의 열기는 프로축구 못지 않았다. 축구에 문외한이던 기자는 경기 시작 2시간 뒤 어느새 두 손을 모으고 숭실대의 승리를 간절히 바라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숭실대와 홍익대의 축구 경기를 관람하는 관중석의 모습(사진=전서영 대학생기자)
숭실대와 홍익대의 축구 경기를 관람하는 관중석의 모습(사진=전서영 대학생기자)
'U-리그(University-LEAGUE)'란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KUSF)가 주최하는 대학스포츠리그다. 농구, 배구, 아이스하키, 야구, 축구 총 5종목에서 운영되는 U-리그는 대학생 운동선수의 학습권 보장과 경기력 향상을 그 목적으로 한다. 캠퍼스 안의 스포츠 리그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대학생'과 '운동선수'라는 섞이지 않을 것만 같은 두 역할의 경계와 공존을 짚어봤다.

낮에는 대학생, 오전과 저녁에는 축구선수
대한축구협회(KFA)가 운영하는 대학축구 U-리그는 K리그의 1부와 2부 제도처럼 U리그1과 U리그2로 나누어 운영된다. 1권역에서 6권역은 U리그1부, 7권역에서 12권역은 U리그2부로 U리그1 안의 각 권역리그에서 1등을 차지한 팀을 대상으로 왕중왕전을 진행해 우승팀을 선정한다. 1권역에 속한 숭실대학교는 2024년도 권역리그 1등을 차지한 강팀이다.

기자가 '직관'했던 축구 경기처럼 치열한 시합 뒤에는 그들의 학생선수로서의 일상이 있다. U-리그 소속 축구선수의 하루를 묻는 기자에게 “주장이자 공격수를 맡고있다”는 숭실대 김장우 선수(스포츠학부·22학번)는 “평일 오전에는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한 개인 훈련을, 오후에는 수업을 듣고 저녁에는 팀 운동을 한다”고 말했다. 공강 시간을 제외하면 온통 축구와 수업으로 가득찬 일상이다. 숭실대 센터백 김건우 선수(스포츠학부·25학번) 또한 비슷한 일정을 소화하며 “수업이 없는 날에는 과제를 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U-리그에는 경기 출전을 위해 대학 수업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그들이 '학생'선수임이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운동선수로서의 일상만으로도 충분히 벅찰 것 같다는 기자의 질문에는 예상 밖의 답변이 돌아왔다. 그들이 학업을 학생선수의 '짐'이 아닌 '또 다른 역할'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숭실대 골키퍼 김희준 선수(스포츠학부·25학번)는 U-리그 소속 선수가 “운동선수이기 이전에 학생”이라며 “관련 조항이 없더라도 학업에 성실히 임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운동선수'와 '대학생'이라는 두 역할 모두에 충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U-리그 축구 경기 현장(사진=전서영 대학생기자)
U-리그 축구 경기 현장(사진=전서영 대학생기자)
학업을 또 다른 기회로 바라보기도 했다. 김건우 선수는 “언제 어떤 이유로든 운동을 못 하게 되는 상황이 오게 될 수도 있다”며 “축구와 공부를 병행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학생선수는 혹여나 프로 진출이 어려워져도 진로 선택의 폭이 다양하다는 장점을 가진다.

학업과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한편 축구에 대한 그들의 애정도 돋보였다. 주장 김장우 선수는 “축구는 내 삶의 전부”라며 “먹고, 자고, 쉬고, 운동하고를 전부 축구를 잘 하기 위해서 한다”고 답했다. 김희준 선수는 “유명한 축구선수가 되고싶다”며 “스스로에게 만족할만한 실력을 가지고 싶다”고 욕심을 보였다.

“야구는 내 인생 그 자체”··· 대학생과 야구선수
한국대학야구연맹(KUBF)에서 주관하는 대학야구 U-리그는 서울, 경기권의 A조에서 전라권의 E조까지 지역별 총 5개의 조로 나누어 운영되며 전국 50개 이상의 대학이 참가하는 큰 규모의 리그다. 각 조별리그에서 상위 5위 안에 든 총 25개팀이 왕중왕전에 진출해 최종 우승팀을 가린다.

B조에 속한 연세대학교는 대학야구의 오랜 강팀으로 꼽히는 명실상부한 리그 상위팀이다. 올해에도 5월 전승과 더불어 6연승을 기록하는 등 명성에 걸맞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연세대 주장이자 투수 윤성환 선수(체육교육학·22학번)는 “매 경기 반드시 승리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고, 포수 이건희 선수(스포츠응용산업학·22학번) 또한 “조 1위를 기록했다는 기쁜 마음과 함께 준비해 이기는 경기를 하려한다”고 언급했다.
연세대 투수 윤성환 선수(사진=선수 제공)
연세대 투수 윤성환 선수(사진=선수 제공)
U-리그는 선수들에게 학업의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더 높은 곳을 향할 발판의 역할도 맡는다. '나에게 있어 야구의 의미'를 묻는 기자에게 윤성환 선수는 “야구는 내 인생 그 자체”라고 답했다. 윤성환 선수는 “야구는 기량이 좋은 선수들이 고등학교 졸업 이후 프로무대에 진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내가 좋은 라운드로 프로에 진출해 대학 무대에도 좋은 선수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연세대 포수 이건희 선수(사진=선수 제공)
연세대 포수 이건희 선수(사진=선수 제공)
이건희 선수 또한 “한 번도 야구를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꿈에 그리던 무대에서 야구를 하고싶다”고 야구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꿈에 그리는 무대, '프로'
기사를 작성하며 만난 U리그 선수들은 '운동'이라는 전공을 가진 영락없는 대학생이자 꿈을 가진 청년이었다. 대학이라는 장소를 발판삼아 주저 없이 꿈꾸고, 망설임 없이 나아가고, 후회 없이 노력하는 선수들의 땀방울이 답변 하나하나에 묻어났다.

저마다의 속도로 기량을 쌓아온 선수들에게 충분한 관심과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리그 장기적으로도 좋은 효과를 가져온다. 앞으로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그들은 학생선수로서 팀의 우승을 바라는 한편 입을 모아 '프로 진출'이 꿈이라고 답했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싶다”는 답변에는 운동에 대한 애정과 욕심이 담겨있었다.

흔히들 대학을 벗어나면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라고 한다. 더 넓은 무대로 나아갈 준비를 하는 U-리그 선수들에게 보다 많은 관심과 응원이 쏟아지기를 바란다.

이진호 기자/전서영 대학생 기자
jinho23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