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없는 경로가 한눈에"… 배리어프리 앱 만든 건국대 학생들
6개월간 바퀴로 누비며 완성한 원앤온리 지도 ‘쿠맵(KU-MAP)’
대학도 마찬가지다. 휠체어를 이용하거나 장애를 가진 학생들에겐 캠퍼스 내 낮은 계단조차 쉽게 넘을 수 없는 장벽으로 다가온다.
소수 학생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건국대학교에서 제작한 배리어프리 지도 앱이 주목받고 있다. 건국대 유일의 장애인권동아리 ‘가날지기’가 출시한 배리어프리 지도 앱, ‘쿠맵(KU-MAP)’은 기존의 지도 앱이 알려주지 않는 캠퍼스 경사로와 계단과 연석의 위치까지 담아냈다.
이번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끝을 함께한 가날지기의 회장 오주영 PM(정치외교학과 21), 조재호 대외팀장(정치외교학과 21), 그리고 최홍준 개발팀장(응용통계학과 24)은 장애 당사자이자 '가날지기'의 일원으로서 학내 인권 증진에 앞장서 온 주역들이다. 누구보다 캠퍼스의 문턱을 가깝게 느껴온 이들은 그간 체감해온 갈증을 '쿠맵'이라는 실질적인 서비스로 구현해냈다.
이미지 한 장의 한계를 넘어 선 ‘찐’ 배리어프리 앱
보통의 대학가에서는 축제 기간에 한해 임시로 배리어프리 ‘종이 지도’를 제작하곤 하지만, 정보의 휘발성과 물리적 한계라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었다. 가날지기는 이 점을 정면 돌파했다.
오주영 PM은 “이미지 파일에는 담을 수 있는 정보에 한계가 있다고 느껴, 우리만의 앱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실천에 옮겼다”고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앱에 담긴 방대한 데이터는 결코 쉽게 얻어지지 않았다. 가날지기 팀원들은 6개월간 직접 캠퍼스 구석구석을 누비며 기초 데이터를 쌓아 올렸다.
최홍준 개발팀장은 “학교 측으로부터 마스터키를 협조 받아 모든 건물의 강의실 내부를 확인하고 사진을 촬영했으며, 외부 연석 하나까지도 위치를 기록해 데이터로 옮겼다”며 치열했던 제작 과정을 회상했다.
특히 그는 시각장애인 학우들을 위한 토크백(Talkback) 기능을 언급하며 “전면 시각장애인분들이 화면의 텍스트를 음성으로 들을 수 있도록 개발 코드 단계에서부터 세심히 신경 썼다”고 덧붙였다.
에타에서 모인 집단지성, 전문가 자문으로 완성도 더해
디지털 지도의 핵심은 정교한 기술과 데이터다. 이번 프로젝트는 교내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타)’에서 프로젝트의 취지에 공감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손을 들고 나서며 동력을 얻었다.
조재호 대외팀장은 “동아리 자체적으로는 개발 지식이 부족해 에타에서 구인하여 다른 개발 동아리 분들과 합작하게 되었다”며 대학 사회의 연대를 강조했다.
실제 유저 목격까지… “건국대의 공식 앱 되길”
뇌병변 장애 당사자로서 오랜 시간 동아리 활동을 이어온 조재호 대외팀장에게 이번 프로젝트는 더욱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그는 “약 150명의 장애 학우가 계시지만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다고 느꼈다”며, “대학생이 가진 강점을 집약해 네이버나 카카오맵과 같은 상용 앱이 알기 어려운 정보를 세밀하게 담아내고자 했다”고 피력했다.
또한 “단순히 개발을 외부에 위탁한 것이 아니라, 동아리원들이 처음부터 스터디하며 개발에 직접 참여했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고 전했다.
앱 출시 후 반응은 뜨겁다. 학내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 등에서 긍정적인 피드백이 이어졌고, 인터뷰 당일인 개강 첫날에는 교내에서 실제로 쿠맵을 이용하는 학생이 포착되기도 했다.
오주영 PM은 “우리가 진심을 다해 만든 서비스를 누군가 잘 이용하는 걸 보니 굉장히 뿌듯했다”며 소감을 전했다.
가날지기 팀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쿠맵이 건국대를 대표하는 ‘공식 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길’이 누군가에게는 ‘장벽’이 되지 않도록, 대학생들의 열정으로 빚어낸 쿠맵이 학교의 공식적인 지원 아래 더 널리 활용되길 바라는 마음을 조심스럽게 비춰 보이기도 했다. 이들의 행보는 배리어프리 캠퍼스를 향한 소중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이서영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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