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울산시장 인터뷰
“길 위의 시장이 되겠다.” 김기현 울산광역시장이 취임 때부터 늘 강조했던 말이다. 모든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신념으로 부지런히 삶의 현장을 찾아 쫓아다니며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는 굳은 결의이기도 하다. 울산시장에 당선된 지 1년, 그는 여전히 집무실보다는 길 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진심이 통한 걸까. 김 시장은 2월 전국 시도지사 직무수행평가 여론조사에서 1위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먹구름이 낀 울산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발에 불이 나도록 뛰고 있는 김 시장을 울산시청 집무실에서 만났다. 지난 오십여 년간 울산은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과 같은 역할을 해 왔다. 위기의 순간마다 3대 주력산업인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의 수출로 난국을 타개하며 우리나라가 무역 1조 달러,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경기 악화로 주력 산업마저 휘청거리면서 울산 경제가 직격탄을 맞았다. 김기현 울산시장은 곤두박질치는 울산 경제를 살려내야 하는 사명감을 가지고 작년 7월 취임했다. 고향인 울산에서 처음으로 지방행정에 뛰어든 김 시장은 “고향의 발전을 위해 역할을 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탁상행정(卓上行政)’이 아닌 ‘노상행정(路上行政)’을 하다 보니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노력을 기울인 만큼 조금씩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어 힘든 줄도 모르겠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 생기가 넘쳤다.
취임하신 지 곧 1주년이 됩니다. 17~19대까지 3선 국회의원을 지낸 후 처음 지방자치단체장을 맡으셨는데, 어떻게 지내고 계십니까.
“매일 정신없이 바쁘게 보내고 있습니다. 국회의원 때는 큰 정책을 입안하는 것이 주된 일이었는데, 시장은 시민들의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자그마한 것 하나하나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일자리, 지방재정 문제 등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새누리당 울산 현장 최고회의 등 정치권과 교감하고, 중앙부처를 수시로 방문하는 한편, 시민과의 대화 창구를 만들어 소통을 강화하면서 바쁘게 쫓아다니고 있습니다. 벌써 4년 임기 중 1년이 지나갔네요. 그동안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는데, 마음은 여전히 급합니다. (웃음)”
올 초 전국 시도지사 직무수행평가 여론조사에서 김 시장님이 전체 지자체장 가운데 1위를 차지하셨습니다. ‘길 위의 시장’으로서 첫걸음을 성공적으로 내디딘 듯 보입니다.
“울산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시민들이 시장을 믿고 좋은 평가를 해주신 데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시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시청의 문턱을 낮추고 시민들 속으로 들어가는 현장 중심의 시정 활동을 잘 봐주신 듯합니다. 작년 24억 달러의 사상 최고 외자 유치 실적을 거두었고, 2조1450억 원에 이르는 역대 최대 국가지원예산을 확보한 점을 높이 평가해주신 듯합니다. 한편으로는 지역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한 번 밀어줄 테니 열심히 해보라’는 시민들의 격려와 기대도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취임 후 울산 경제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시민들과 허심탄회한 대화의 장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히셨습니다. 3월 24일 열린 첫 번째 대화의 장에서는 어떤 논의들이 오갔는지요.
“기업인, 근로자, 상공인 등 250여 명과 자유토론 형식으로 지역경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중소기업 대출금의 이자 보전 확대 건부터 효문공단 정비와 교통체증 해소, 재래시장 활성화 등 경제 현안, 신불산 로프웨이 설치, 시립미술관 건립 등 여러 의견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중소기업 대출금의 이자 보전 규모를 연리 1%만 올려 달라’고 호소하셨던 기업체 사장님이 계셨는데, 제가 평소 고민하던 사안이었기에 즉석에서 ‘올려드리겠다. 이자 보전 규모를 기존 연리 1%, 최고 3000만 원에서 연리 2%, 최고 5000만 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늦어도 내년에는 확실히 시행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더니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이렇듯 대화의 장은 미리 짜인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이벤트’가 아니라 모두 즉문즉답입니다. 제 입장에선 시의 모든 현안을 꿰뚫고 있어야 답변을 할 수 있으니 이런 자리가 쉽지 않지만, 책상에 앉아서는 알 수 없는 많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 대단히 뜻 깊은 시간입니다.”
그간 울산은 전국 최고의 경제도시로 위상이 높았지만 지금은 많이 어려워진 것으로 압니다. 울산 경제의 현주소는 어떠합니까.
“조선해양, 석유화학, 자동차 등 3대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저하되면서 ‘퍼펙트 스톰’에 비견될 만큼 심각한 상태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조선해양은 플랜트 및 선박 수요가 감소하고 저가 경쟁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됐고, 석유화학 분야 역시 유가 급락, 중국의 자급률 확대, 수요 감소로 불황이 지속되는 상황입니다. 자동차도 환율 하락으로 수익성이 감소하고 엔저에 따라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습니다. 지역내총생산(GRDP)이 전국적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6%(50조2600억 원) 증가한 데 반해, 울산은 4.3%(3조820억 원) 감소했습니다. 여기에 베이비부머 숙련공들의 은퇴로 기능 절벽이 우려되고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절벽도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잘못 대응하면 헤어날 수 없는 위기에 빠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경제 재도약을 이룩하기 위한 복안은 무엇입니까.
“아주 절박한 마음입니다. 3대 주력 산업을 강화하고 새로운 산업을 일으켜서 일자리를 만든다는 전략과 투자를 유치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이원화(two-track)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우선, 조선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스마트십을 개발하고, 친환경자동차부품 생산에 3D 프린팅을 응용하는 등 제조업의 융·복합화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또 창조경제의 시금석이 될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은 외자를 유치하려고 활발하게 접촉 중입니다. 물류와 금융을 아우르는 선순환의 산업구조를 형성해 새로운 일자리와 시장을 창출하게 될 것입니다. 블루오션 사업인 관광은 강동을 중심으로 한 해양관광, 영남알프스를 활용한 산악관광을 연계해 울산을 경유형 관광지에서 체류형 관광도시로 만들 계획입니다.” 여러 사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외자 등 투자 유치가 관건일 듯한데요.
“그렇습니다. 투자 유치를 위해 세일즈 마케팅을 과감하게 펼치고 있는데, 울산에 투자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지구 끝까지라도 찾아가서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투자를 권유하고 있습니다. 투자 유치 전담부서를 신설했고 투자 유치 특보를 채용해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대기업들이 울산에 다시 투자하도록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드는 데 매진할 겁니다. 구성원들이 모두 능동적으로 움직이다 보니 분위기가 좋습니다. ‘잘 될 것 같다’는 기대감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귀농이나 귀촌을 희망하는 이들의 성공적인 정착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은퇴 후 귀촌도시로서 울산의 매력은 무엇입니까.
“울산은 저출산·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어 농업, 농촌의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외부로부터의 인구 유입이 절실한 실정입니다. 울산은 울주군, 북구 농소, 강동 등 도심과 가까운 곳에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농어촌이 위치해 있고 120만 명의 소비시장으로 인해 농산물 판매가 쉬워 귀농과 귀촌에 큰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 시는 농촌을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삼아 뿌리내리려는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해 체계적인 정보 제공, 맞춤형 교육, 자립에 필요한 경제 지원 등 단계별로 다양한 시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울산시농업기술센터는 성공적인 농촌 정착을 위해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 중심으로 귀농·귀촌교실을 운영합니다.”
시장님께서는 평소 등산과 사진 찍기를 즐겨하신다고 들었는데요, 요즘도 취미생활을 하십니까.
“중학교 때부터 사진을 좋아했습니다. 사진은 때로는 크게, 때로는 작게 저만의 재단으로 세상과 자연을 담을 수 있고, 등산은 묵묵히 걷다 보면 고난의 과정을 거쳐 어느새 정상에 다다라 성취의 기쁨을 맛볼 수 있어 인생과 많이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에 입문한 뒤로 ‘월화수목금금금’을 12년째 하다 보니 거의 시간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 지난 2월에 부산시장과 대운산 산행을 하면서 동남권 신공항 건설, 원자력발전소 폐로 문제 등 양 도시의 상생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한 바 있어요. 사진도 좀 찍고 싶은데, 울산시 내에 사진서클연합회 등에 부탁해 좀 데려가 달라고 해야겠습니다. (웃음)”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지금과 같은 침체기에 울산시장으로 오게 돼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더 이상 추락하지 않도록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지요. 반전할 수 있는 기회가 조만간 올 것 같아서 신이 납니다. 저는 아름답게 시장 자리에서 물러나고 싶습니다. 제가 퇴장한 다음에 ‘김기현 정말 괜찮은 시장이었다’, ‘그때 그 시절이 참 좋았어’라고 기억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시장으로서 일을 잘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울산을 위해, 또 대한민국을 위해 더 큰 역량을 발휘하고자 한다면 시민들도 기꺼이 응원해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울산=이윤경 기자 ramji@hankyung.com│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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