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영의 공간 & 공감_네 번째
인테리어라 함은 기본적으로 사람의 감각으로 인공의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 안에서 우리가 외부에서 자주 접하는 완전한 자연 그대로의 ‘날것’을 만나는 것은 오히려 낯설고 신선하게 다가온다. 익숙한 것이 낯선 것이 될 때의 반전 매력. 공간을 편하게 하면서도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 훌륭한 아이템이다. 가끔 심플하고 모던한 스타일의 공간을 인테리어하고 나서 느끼는 점 중 하나는 그 공간의 인공성이 필연적으로 강조되기 때문에 일상에서 편하게 다가갈 수 없는 부담을 느끼게 한다는 점이다. 심플한 디자인일수록 직선의 느낌도 더욱 강조된다. 마감재의 표현에 있어 넓은 공간일수록 자연적 패턴을 사용하기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필자는 이런 상황에서는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는 방법으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오브제 가구를 이용한다.원목의 단면 형태를 그대로 살려 벌목한 뒤 건조시킨 고재(古材)는 테이블이나 스툴로 활용할 경우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공간에 자연 그대로의 감성을 전달해준다. 이때, 복잡한 디테일이 많은 공간보다는 아주 심플하게 마감된 공간일수록, 또 직선적 디자인이 많은 공간일수록 거칠고 투박한 나무의 질감과 울퉁불퉁한 자연의 곡선이 살아 있는 테이블은 공간과 대비돼 효과는 극대화 된다.
사무실이나 주택의 경우 그리 크지 않은 원목 떡판을 사서 철제다리를 부착하면 자연적 느낌이 물씬 나는 테이블이나 콘솔을 어렵지 않게 제작할 수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티크 소재나 오크·월넛 원목 고재의 경우, 나무를 수입하는 인천 지역 쪽에 가서 구하는 방법도 있지만, 가까운 서울 을지로나 논현동 등지에서도 판매하는 곳이 많다. 대부분 철제다리도 원하는 디자인으로 제작해주는 곳이 많으니 둘러보면 생각보다 쉽게 제작이 가능하며, 생각보다는 가격도 저렴하다.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자연 소재의 미학
자연 그대로인 고재의 또 다른 매력은 소재 자체에 이야기가 있으며 그 이야기가 형태에 반영돼 있다는 점이다. 이 점을 살리면 공간에도 더욱더 멋진 이야기를 부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브리콜레(Bricole)가 그렇다. 브리콜레는 물속의 나무라는 뜻으로 물의 도시 베네치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구멍 난 나무를 활용한 콘솔이다. 베네치아에서 물에 잠겨 있는 이 나무는 반복되는 밀물과 썰물에 침식되거나 미생물의 영향을 받아 구멍이 송송 나 있는데, 이 점을 이용해 멋진 오브제로 탄생했다. 거기다가 물 표면을 표현하는 형태로 디자인해 베네치아의 모습을 재현했다. 거친 고재의 느낌이 주는 독특한 아름다움에 더해서 공간에 재미있는 이야기까지 선사해주는 이런 가구는 자칫 인공적으로 보일 수 있는 공간에 새로운 활력을 부여해줄 수 있는 멋진 아이템이다.
만일 우리가 자연 속에서 이러한 가구를 본다면 익숙하고 당연한 듯 넘기겠지만, 공간 안으로 들어온 자연 그대로의 날것은 낯선 듯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경험적 놀라움을 선사한다. 집, 사무실 어디에든 생기 없는 공간이라면 자연의 고재를 이용해 가구를 만들어 배치해보자. 평범한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으며 분명 큰 존재감을 발휘할 것이다.
기획 박진영 기자 | 글·사진 심지영 판다스튜디오 디자이너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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