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농부 박영옥의 투자 칼럼 - 여덟 번째

주식 투자를 할 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주가를 상승시킬 재료가 있느냐 없느냐’인데 이는 단골이 많아 꾸준하게 이익을 남기는 식당에 투자하기보다 얼마 전에 개발된 레시피 하나에 지나치게 기대감을 보이는 것과 같다. 식당의 숟가락을 세듯이 꼼꼼하게 돈의 흐름을 따져보는 투자가 필요하다.
[BACK TO THE BASIC] 식당 숟가락 세듯이 돈의 흐름 보라
사람들은 주가를 상승시킬 어떤 사건, 즉 ‘재료’를 참 좋아한다. 그 재료에 따라 기막힌 반전이 일어날 수 있다. 10년 동안 적자를 내던 기업이었지만 당신이 투자하고 나서부터 흑자 전환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세상에 알려진 재료라면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특히 달콤해 보이는 재료일수록 조심하는 것이 상책이다.

기업은 돈을 버는 곳이다. 우리가 어떤 기업에 투자하는 이유는 그 기업이 앞으로도 돈을 벌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기업의 가치가 점진적으로 상승하고 당신이 가진 주식 가치도 상승한다. 우리가 공유할 성과가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매년 지속적으로 돈을 벌어왔는가가 중요하다. 지극히 당연한 사실인데 이 부분을 무시하는 투자자가 많다.

굳이 파리 날리는 식당에 투자하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된다. 단골이 많아서 꾸준하게 이익을 남기는 식당도 많이 있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얼마 전에 개발됐다고 전해지는 기막힌 레시피를 가진 식당을 찾는 것이 아니라, 오래도록 그 자리에서 장사를 하며 자식들 대학까지 보낸 식당의 숟가락 숫자를 파악하는 것이다.


돈의 흐름 볼 때 ‘왜’라고 묻는 게 기본
기업의 돈이 어디서 흘러와서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정리한 것이 재무제표다. 다들 재무제표쯤은 보고 투자한다고 말하지만 식당의 숟가락을 세듯이 자세하게 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재무제표를 봤다고 말하려면 최소한 10건 이상의 공시를 봐야 한다. 연간 4번 공시가 나오고 최소한 3~4년치는 봐야 하니까 그 정도는 살펴봐야 된다.

간단하게 정리된 것만 쓱 본 걸 가지고 재무제표를 봤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식당의 주인이 황금 숟가락을 수저통에 몰래 넣어두었을 수도 있고, 옆 식당에서 빌린 숟가락을 가져다 두었을 수도 있다. 이런 것들은 자세히 봐야 보인다.

실제로 재무제표는 경영자의 의지에 따라 상당 부분 조정이 가능하다. 분식회계가 아니라 ‘합법적인 경영상의 이유’로 조정하는 것이다. 모든 학습의 기본이 ‘왜’라고 묻는 것이듯, 돈의 흐름을 볼 때도 ‘왜’라는 질문을 손에 들고 있어야 한다.

매출이 늘었다면 왜 늘었는지, 매출은 그대로인데 이익이 줄었다면 왜 줄었는지 옆집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재무제표 읽는 법을 배워야 하고 해당 업종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제조업체에 부채가 하나도 없다면 어떨까. 빚이 없으니 좋은 것일까. 그렇게만 볼 수는 없다. 업종이 막 성장하는 추세에 있고 호황기라면 빚을 내서 생산설비를 늘리는 것이 합리적이다. 밀려오는 주문을 처리하지 못하는 데도 생산설비를 늘리지 않는다면 성장의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하나하나 따지자면 책 한 권으로도 모자란다. 이런 부분만 다룬 책들도 많다. 이 책 한 권만 보고 공부를 마치는 분은 곧 ‘주식 투자 불가론’의 전도사가 될 것이다.

기업의 가치를 발행 주식 수로 나눈 것이 주가이고 그 기업의 가치를 가장 기본적으로 나타내는 것이 재무제표다. 사실 재무제표를 꼼꼼하게 봐야 한다는 것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이야기다. 문제는 기본 중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이 공부조차 하지 않고 투자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당신이 별도의 공부를 한 다음 잘근잘근 씹듯이 재무제표를 들여다볼 것이라고 믿고, 특히 주의해야 할 점들만 짚어보겠다. 투자 결정의 마지노선쯤 되는 부분이다. 2013년 금융감독원은 상장이 폐지되기 2년 전부터 기업들이 어떤 증상을 보였는지 조사해 발표했다.

대표이사 또는 최대주주의 변경, 관련 없는 분야로 목적 사업을 수시로 변경, 자기자본의 61%를 타 법인에 출자, 공급계약 공시 후 철회 등의 공통점이 있었다. 이 공통점은 누가 봐도 좋게 봐주기가 어렵다. 기업의 기초가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이므로 가능한 한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리고 또 하나가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사채(CB) 등을 통한 자금조달이다. 장사를 못 했으니 돈이 없고 돈이 없으니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상황이 안 좋은 기업이 BW나 CB를 발행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런데 자금조달을 항상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다. 낮은 이자로 돈을 빌려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면 합리적인 결정이다. 중요한 것은 발행하는 이유다. 돈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 성장을 위한 투자인지 알아야 한다. 대주주가 자신의 지분을 늘리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투자할 때는 의심하는 게 미덕이다
당신이 발행 여부를 결정할 수는 없지만 동의해줄 수는 있다. 발행 목적에 동의한다면 투자하고 아니라면 투자하지 말아야 한다. 이미 투자하고 있는 기업이라도 마찬가지다. 동의한다면 투자를 지속하고 아니면 철회해야 한다.
[BACK TO THE BASIC] 식당 숟가락 세듯이 돈의 흐름 보라
‘그래도 저 경영자가 기업을 이만큼이나 일궜는데 나보다는 잘 판단하겠지. 그리고 저 회사에 똑똑한 사람이 얼마나 많겠어. 저 일로 먹고사는 사람들인데, 나보다는 낫겠지.’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 기업에 미련이 남을 때 흔히 할 수 있는 생각이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를 하거나 지속했다고 하자. 시간이 지난 뒤에 보니 ‘능력 있는 경영자와 똑똑한 직원들’의 결정이 맞았다. 기업은 크게 성장했고 시장의 관심을 받으면서 주가도 크게 상승했다. 당신은 쾌재를 부른다. 역시 그들을 믿은 건 올바른 판단이었다며 기뻐할지도 모른다. 빨갛게 불어난 수익을 보면서 말이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이 경우 ‘빨간 수익’은 경고등으로 보인다. 기업을 믿어주겠다는 ‘판단’을 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건 판단이 아니다. 판단의 권한을 넘긴 것일 뿐이다. 모든 투자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는 말은 스스로의 생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뜻이다. 자신의 생각을 신뢰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투자를 할 수 있겠는가.

재무제표에 나타나는 다른 지표들도 마찬가지다. 애널리스트가 양호하다는 분석을 내놔도 당신이 거기에 동의하지 않으면 투자하지 않는 것이 옳은 결정이다. 계속해서 다른 사람들의 결정에 따라 투자를 한다면 영영 평온한 마음을 가진 투자자는 되지 못한다. 물론 기업의 결정에 대한 동의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만큼 해당 기업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사적인 인간관계에서는 믿어주는 것이 미덕이지만 투자를 할 때는 사사건건 의심하는 것이 미덕이다. 차근차근 시간을 두고 의심을 제거하는 것이 투자의 과정이다. 필자가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전에 1~2년 정도 지켜보는 것 역시 의심을 제거하는 과정이다. 의심을 제거한 뒤에야 기업이 성장할 때까지 마음 편하게 기다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큰 숫자를 자주 접하지 않는 생활을 하는 분들에게 재무제표는 암호처럼 보이기도 한다. 계산기를 두드리는 일도 익숙지 않다. 그래도 그렇게 해야만 한다. 시중에 떠도는 정보보다 재무제표에 숨어 있는 정보가 더 정확하다. 당신이 수험생처럼 파고들다가 발견한 정보야말로 다른 사람들은 미처 보지 못한 황금 숟가락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