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농부 박영옥의 투자 칼럼 - 일곱 번째
당신은 영화 속 주인공처럼 억세게 운이 좋은가? 무슨 테마가 좋다고 무조건 달려든다면 결국 불꽃으로 뛰어드는 불나방밖에 될 수 없다. 업종의 전체적인 판세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쉬운 투자란 없다.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는 발달장애를 가진 주인공이 미국의 주요 현대사를 배경으로 서서히 성장해 가는 영화다.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주인공은 제대 후에 군대에서 상관이었던 중위와 새우잡이를 시작한다. 처음에는 고전을 면치 못하지만 곧 새우를 많이 잡으면서 돈을 좀 벌게 된다. 그런데 새우잡이를 그만둘 때쯤 주인공은 일을 해서 번 돈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가진 부자가 돼 있었다. 돈을 관리하던 중위가 주식투자를 했는데 엄청난 수익이 난 것이다. 중위의 말에 따르면 평생 돈 걱정은 안 해도 되는 액수였다. 주인공이 누군가에게 이 사실을 설명하면서 이런 말을 한다.“중위님이 사과농장에 투자했다나 봐.”
도대체 어떤 사과농장이기에 평생 돈 걱정 안 해도 될 만큼 큰 수익을 안겨준 것일까. 영화에는 주인공이 ‘사과농장’에서 보낸 우편물을 보는 장면이 나온다. 봉투에는 한 입 베어 먹은 사과 모양이 그려져 있다. 영화에서 보신 대로, 혹은 짐작하시는 대로 사과농장은 애플사다.
억세게 운 좋지 않다면 업종부터 이해하라
영화 내내 주인공은 억세게 운이 좋다.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들을 피해 도망가던 주인공은 다리에 차고 있던 보조기구가 부서지는 덕분에 보조기구가 필요 없음은 물론이고 누구보다 빠르게 달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총알을 맞기도 하지만 엉덩이에 절묘하게 박혀서 큰 부상은 입지 않는다. 탁구에 대한 재능을 발견해 중국과 핑퐁 외교를 위한 선수로 발탁되기도 한다. 그리고 인복이 좋아서 현명하고도 정직한 사람과 동업을 한다.
혹시 여러분은 영화 속 주인공처럼 억세게 운이 좋은 사람인가? 그렇지 않다면 남의 말만 믿고 투자해서도 안 되고 자신이 잘 모르는 사업에 투자해서도 안 된다. 여기서 사업이란 업종을 뜻한다.
조금 무리한 비유인 듯도 하지만 기업과 업종도 사람처럼 생로병사를 겪는다. 신생아, 신생 기업, 신생 업종은 연약하지만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청년기에는 체력이 좋아서 몸살도 잘 앓지 않는다. 노년기는 조금 다르다. 인간은 죽음을 피할 길이 없다. 대부분의 기업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몇몇 기업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 노련한 신생아로 거듭나기도 한다. 업종은 다른 분야와 통합되거나 세분화되면서 새로운 이름을 갖는다. 사람은 어릴 때 약을 잘못 먹었거나 나이가 들어서 약을 잘 먹은 경우 등 몇몇 특별한 사람을 빼고는 딱 보면 얼추 나이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이나 업종은 딱 봐서는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시름시름 앓고 있더라도 일시적인 감기인지 노년기라서 그런 것인지 알려면 기업은 물론이고 업종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이해해야 한다. 경영자와 직원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열심히 경영하고 일해도 업종 자체가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다면 백약이 무효다. 업종의 전망이 좋다고 해도 섣불리 달려들어서는 안 된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주식투자를 할 때도 유행에 민감한데, 무슨 테마가 좋다고 하면 불나방처럼 날아든다. 찬란한 불꽃이 자신의 무덤인 줄 모르고 말이다.
애플을 사과농장이라고 오해한 주인공처럼 어이없는 수준은 아니어도 ‘○○를 만드는 회사’라는 것 정도만 알고 투자하는 경우는 흔하다. 원재료를 어떻게 조달하는지(수입인지 아니면 국내산인지), 어떤 기술이 핵심 역량인지, 비약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해줄 기술은 없는지, 유통과 판매는 어떤 경로를 거치는지 알아야 한다. 수익을 내는 방법도 파악해야 한다. 정수기처럼 지속적으로 관리를 해주는 구조인지, 유통업체와의 관계가 수익을 좌우하는 구조인지도 알아야 한다.
모르는 업종의 기업에 투자하려고 할 때, 필자는 정말 공부를 많이 한다. 알지도 못하는 곳에 돈을 맡기고 수익이 나기를 기대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 물론 주식시장에는 이따위 공부는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업종도, 기업도 필요 없고 오로지 차트만 있으면 된다고 주장한다. 대체로 단타에 치중하는 사람들이다. 기업의 가치가 반영된 주가를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 차트인데, 그것으로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이 필자로서는 놀라울 따름이다. 차트는 참고자료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온갖 그럴듯한 이름의 기술적 분석이 있는데 이 틀에 따라 과거의 지표를 분석하면 딱딱 들어맞는다. 그 정도 적중률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면 그 투자자는 세계경제를 지배하고 있어야 할 텐데, 아직 그런 경우는 보지 못했다. 투자에 유리한 고지부터 선점하라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고 한다. 그래서 사기꾼이 사라지지 않는지도 모른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지만 탐욕이 그들의 말을 믿게 만드는 것이다. 차트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여전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여러분 중에도 이 글을 읽고 ‘맞는 말인 것 같지만 실행하기는 너무 어렵다. 좀 더 쉬운 방법은 없을까?’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바로 거기에 ‘차트의 미신’이 들어올 공간이 생긴다.
업종과 기업을 공부하고 기업과 장기간 소통하면서 동행하는 것에 비하면 차트 투자는 너무나 쉽다. 그래프를 공식에 대입하기만 하면 미래 주가의 향방을 알 수 있다니, 얼마나 환상적인가. 사람 마음속에는 쉽게 돈을 벌고 싶은 욕심이 있다. ‘차트만 봐도 되면 참 좋겠다’라는 바람은 어느새 ‘차트만 봐도 된다’라는 믿음으로 바뀐다. 헛된 희망을 품지 않는다고 해도 필자가 말하는 주식투자의 방법들을 보면 ‘직장에 다니면서 하기에는 좀 버겁겠다’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러나 부자가 되려면 그 정도 각오는 해야 한다.
전략적으로 조금 더 쉬운 길은 있다. 현재 여러분이 종사하고 있는 직업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여러분은 자신의 직업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이것은 세부적인 업무를 잘한다는 것과는 조금 다른 문제다. 다른 부서는 물론이고 협력업체의 일 등을 포함해 업종의 전체적인 판세를 읽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한 업종에서, 또는 한 기업에서 어느 정도 일하다 보면 그 정도는 당연히 아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객관적인 판단을 방해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다른 부서와의 알력 다툼 등이 대표적이다. 알력 다툼이 감정싸움으로 번지면 전체적인 판세를 읽기 어려워진다.
기획, 생산, 판매 등 각 팀들이 서로를 무능하다거나 이기적이라고 욕하는 상황이라면, 혹은 여러분이 그중 한 명이라면 업종의 판세를 객관적으로 읽을 수 있겠는가. 협력업체를 갑을관계로만 파악하면서 업종의 판세를 읽을 수 있겠는가. 부서의 논리를 떠나, ‘우리 회사’를 떠나 업계 전체의 상황을 보면 예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이 보일 것이다.
나는 “공부를 한다고 할 때 도대체 어느 수준까지 알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이렇게 답한다. “그 회사 사장과 기업 경영을 놓고 토론할 수 있는 식견이 있어야 한다.” 만만한 경지는 아니다. 하지만 이 정도 수준은 돼야 동행과 동업이 가능하다. 임원이 되기 위한 선행학습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좋겠다. 직업인으로서, 투자자로서 능력을 쌓는 길이니 일거양득이라 하겠다.
개인투자자는 반드시 자기 직업과 연관된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업종의 현황이 좋지 않은 기업에 투자해서는 안 되고, 하나의 업종에 포트폴리오가 몰려 있어서도 안 된다. 전혀 다른 업종으로 구분돼 있다고 해도 파고 들어가면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공부를 시작하는 지점이라는 데 무게중심을 두기 바란다. 다행히 해당 업종의 현황이 좋다면 투자를 하면 되고, 아니라면 ‘우리 업종에 있던 돈은 어디로 흘러갔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공부의 꼬리를 이어 나가면 된다. 업종이 돌아가는 원리를 알아야 호재와 악재를 구분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늘 다른 누군가가 분석해주는 자료에 의존해야 한다. 그리고 자료를 손에 넣었을 때는 이미 주가가 상승하거나 하락한 이후가 되기 쉽다.
모든 목표에는 장애물이 있다. 장애물은 그 목표를 원하는 많은 사람들 중 간절하고 절실하게 원하는 사람만 통과시킨다. 간절함이 크면 장애물은 작아 보일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태산처럼 높아서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처럼 보일 것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농심 투자가 너무 어려워서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아 보인다는 건 부자가 되고 싶은 욕구가 그만큼 적다는 것이다.
사업가, 정치인, 운동선수, 예술가 등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 중에 “우리 일은 참 쉬워요. 그래서 이 일을 하기로 선택했어요”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다들 힘든 줄 알면서도 그 길을 갔다. 그 고난을 품을 수 있을 만큼 그 일에 대한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부자로 살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큰지, 부자가 돼야만 하는 이유가 얼마나 절실한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각오를 다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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