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치료, 동작치료라고도 불리는 댄스테라피는 이름 그대로 춤을 치료의 관점으로 접근한 대체보완의학의 한 분야다. 언어만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개인의 감정과 정서를 자유롭고 즉흥적인 움직임으로 표현함으로써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증진하는 것이 댄스테라피의 목적. 1942년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엘리자베스 병원에서 처음 시작돼 아동과 여성, 노인, 정신과 환자 등의 치료에 적용돼 왔으며, 국내에는 2007년 장환일 전 경희대 의대 신경정신과 교수를 중심으로 춤을 좋아하는 의사와 간호사, 한의사 등 보건의료인 약 50명이 모여 한국임상댄스치료학회(KODTA)를 설립한 이래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왈츠, 자이브, 차차차 등 댄스스포츠 10개 종목과 탱고, 재즈, 발레, 한국무용까지 모든 종류의 춤을 배우고 즐기며, 나아가 어떻게 치료에 접목할 것인지를 연구한다.
정신질환자 치료 목적으로 탄생, 최근엔 일반인도 춤추며 힐링
댄스테라피는 애초에 정신질환자들의 치료를 목적으로 탄생했다. 춤의 역동적인 동작들은 신체적 기능이 위축돼 있는 정신질환자들이 불안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이재현 세화정신과의원 부원장이 2004년 서울아산병원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댄스치료 분석 사례에 따르면 19~65세 사이의 정신질환자를 대상으로 주 1회씩 총 8회 자이브, 차차차, 왈츠 등 경쾌한 댄스를 배우게 한 결과, 자신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으로 바뀌고 타인에 대한 민감성이 향상됐으며 대인관계 만족감, 친근감, 개방성 등이 향상됐다. 실제 서울아산병원은 2011년부터 정신건강의학과 외래환자들을 대상으로 무용치료를 하고 있다.
학회 측은 대체보완의학의 한 분야인 댄스치료는 보조적 치료 개념으로, 거의 모든 질환에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임상에서는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당뇨나 노인질환자에게 심장혈관이나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약간 숨이 가쁘며 이마에 살짝 땀이 날 정도의 운동을 권하는데, 환자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직접 몸을 움직이는 경우 심폐기능 강화, 근력운동, 관절운동 등 효과를 볼 수 있다. 김창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비만이나 당뇨, 고혈압 등 각종 성인병 위험이 있는 이들에게도 무조건 약을 처방하기보다는 댄스를 권한다”며 “몸이 아픈 환자들은 일차적으로 우울감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한데, 댄스만 한 운동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치료 목적의 댄스테라피는 최근 ‘웰빙’이 강조되면서 점차 일반인에게로 확산되는 추세다. 중증 질환자가 아니더라도 일상생활에서 취미로 춤을 춤으로써 무력감에서 벗어나 삶에 활력을 되찾으려는 중장년층이 늘고 있다.
댄스는 건강에 어떤 도움을 줄까. 학회 의사들은 “춤은 대표적인 수평운동”이라고 강조한다. 점프를 많이 하는 농구와 배구가 수직운동이라면, 무게중심을 평행으로 이동해 근육이나 관절에 큰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도 에너지 소비가 많은 댄스는 대표적인 수평운동이다. 과격하지 않으면서도 음악과 함께 기분 좋게 운동하며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다. 미국 댄스테라피협회도 댄스의 첫째 목적을 ‘스트레스 매니지먼트(stress management)’로 꼽을 정도로 스트레스 해소에 탁월하다. 변성환 한사랑아산병원 진료과장은 한때 과로로 인한 폭식과 폭음으로 몸무게가 90kg을 육박했지만 댄스를 배우고 나서 완전히 달라졌다. 살사클럽에서 2~3회 춤을 춘 결과 몸무게가 20kg 이상 빠지고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살사와 같은 라틴댄스는 속도가 빠르고 운동량이 많아 살을 빼거나 성인병을 치료하려는 이들에게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 해소 ‘직방’, 부부 간 교감하며 관계 개선에 도움
댄스는 파트너와 함께하는 운동이다 보니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만나 교류할 수 있으며 이성과 호흡을 맞춤으로써 신사도, 숙녀도를 배울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김현식 김현식여성병원장은 “사회적 문제가 되는 고위공직자, 유명 대학교수들의 성추문도 성 트러블을 잘못 해소해 나타나는 현상인데, 춤을 추다 보면 자연스레 이성의 몸과 마음을 존중하는 자세를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 부부가 함께 즐기면 금상첨화다. 우리나라 댄스치료계의 선구자인 장환일 전 경희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2000년 초반 아내와 함께 댄스를 시작했다. 부부가 함께 춤을 추면 나이가 들어서도 서로 교감이 많아지고 은퇴 이후에도 관계가 돈독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모던댄스 5가지, 라틴댄스 5가지, 살사, 지르박 등 사교댄스를 마스터한 장 교수는 지금도 종종 마음 맞는 친구들과 교습을 받으며 70대 중반의 나이에도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댄스테라피에도 한계가 있다. 댄스치료 역사가 60여 년에 이르는 미국과 달리 국내에는 댄스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이 부족하다 보니 댄스치료가 환자에게 어떤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연구도 상대적으로 미미한 실정이다. 학회는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어떤 종류의 춤이 어떤 질환에 효과적인지를 연구해 나가겠다는 목표다. 춤에 대한 사회적 편견 역시 댄스테라피가 대중화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김 원장은 “주변에 댄스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많지만 정작 선뜻 시작하지 못한다”며 “다들 ‘내 나이가 몇 살인데 저걸 하나’ 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라 아쉬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 그는 “주변 의식하지 말고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치유의 첫걸음”이라며 “용기 있게 첫 발을 내딛는다면 분명 그 매력에 빠져들 것”이라고 확신한다.
댄스, 어떤 것을 배워볼까
발레·재즈댄스
누가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며 살을 빼고자 하는 이들.
특징 척추 교정, 근육 스트레칭 효과,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
밸리댄스
누가 뱃살을 빼고 싶은 모든 이들.
특징 복부를 움직이는 동작이 많아 꾸준히 할 경우
뱃살은 들어가고 허리는 잘록해지는 효과.
차차차·자이브·룸바·삼바·살사
누가 하체비만이 고민인 이들.
특징 움직이는 속도가 빨라 운동량이 많다.
긍정적인 성격과 대인관계 개선에 도움.
한국무용
누가 급하고 화를 잘 내는 성격을 가진 이들.
특징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힘.
자이브·비엔나 왈츠·아르헨티나 탱고
누가 격렬한 운동을 원하는 중년층.
특징 속도가 빠르고 운동량이 많아 당뇨,
골다공증, 고혈압 예방.
왈츠·폭스트롯
누가 천천히 춤을 배우고 싶은 이들.
특징 속도가 느리고 운동량이 걷기 수준.
무릎관절에 부담을 주지 않음.
이윤경 기자 ramji@hankyung.com
사진 한국경제DB·김현식 김현식여성병원 원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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