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의 ‘건축 기행 그리고 인생’(9)
마리나 베이 샌즈(Marina Bay Sands)마리나 베이 샌즈는 싱가포르의 전략적 프로젝트로 건립됐다. 싱가포르는 1965년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한 이후 초대 총리 리콴유의 탁월한 리더십으로 금융과 물류 중심국으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2001년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돌파구가 필요했고, 싱가포르 정부는 신성장 동력의 하나로 동남아시아 최초의 도심형 복합 리조트 건설을 기획했다. 마리나 베이 샌즈는 싱가포르가 오늘날 새로운 경제 성장을 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며 싱가포르의 전략은 적중했다. 마리나 베이 샌즈. 이름은 몰라도 그 화려하고도 독특한 외형은 사진으로나마 한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2010년 6월 23일 공식적으로 문을 연 마리나 베이 샌즈는 동남아 최초의 도심형 복합 리조트이자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다. 싱가포르 남쪽 마리나 베이의 바다를 매립한 57만 ㎡ 부지 위에 건설된 마리나 베이 샌즈 복합 리조트에는 컨벤션센터, 박물관, 극장, 카지노, 야외 공연장, 호텔, 스카이파크, 웨딩홀 등이 몰려 있다. 초고층 빌딩들이 즐비한 도심 속에서 비즈니스와 휴양, 쇼핑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그야말로 마이스 시설[MICE: 회의(Meeting)·인센티브 관광(Incentives)·국제회의(Convention)·전시회(Ex hibition)의 영문 첫 알파벳을 딴 것으로 대규모 복합적 단지]의 중심이라 할 수 있다.
‘들 입(入)자’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복합 리조트의 백미
싱가포르 정부 주도로 야심 차게 기획된 마리나 베이 샌즈의 건립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1965년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한 이후 도박과 마약 등 사회 부조리 현상을 퇴치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여온 정부가 카지노 사업을 허가하자 종교와 사회단체가 거세게 반발했다. 이때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는 국민들을 설득했다. “세계경제의 흐름이 바뀐다면 우리도 반드시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 우리 아이들이 먹고 살기 위해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다시 가난한 어촌 국가로 되돌아갈지 모른다.”
국민의 마음을 돌린 싱가포르 정부는 세계 최대 카지노회사인 라스베이거스 샌즈그룹을 사업자로 선정해 국가적인 랜드마크가 될 만한 대규모 복합 리조트 건설에 착수한다. 리조트가 단순히 가족들과 휴식하는 곳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비즈니스와 휴양을 연계함으로써 시너지가 발생하도록 한 것. 그렇게 마리나 베이 샌즈는 도심형 복합 리조트로서 기틀을 갖춰나갔다.
그중에서도 연면적 30만2171㎡의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은 단연 백미다. 높이 200m가 넘는 3개의 타워가 그 위에 배 모양의 길게 뻗은 스카이파크를 떠받치고 있는 모습은 디자인 자체가 유니크하고 사람들의 눈길을 강력하게 끌어당긴다. 각 타워는 지하 3층, 지상 55층으로 세워졌으며 넓고 높은 아트리움과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총 2511개의 객실은 1박에 500달러 선으로 상당히 비싸지만, 항상 예약이 꽉 차 호텔 측은 객실을 추가로 건립할 계획이라고 한다.
스카이파크를 포함하면 호텔 건물의 높이는 206m에 이른다. 돛단배 모양을 딴 스카이파크는 그 길이가 무려 343m로, 파리의 에펠탑을 눕혀 놓은 것보다 약 20m나 더 길다. 이 가운데 약 70m가 하부에 아무런 지지대 없이 상공에 돌출된 외팔 보 구조(한쪽 끝만 고정돼 있고 다른 끝은 자유단인 보)를 하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경이로움을 자아낸다. 지상 200여 m 높이 허공에 떠있는 스카이파크에는 수영장 또한 일품이다. 수영장 한쪽 경계를 수평선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는데, 여기서 바라보는 싱가포르 도심의 풍광은 수평선과 어우러져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아찔하면서도 황홀하다.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은 세 개의 타워가 마치 사람이 두 다리로 서 있는 것처럼 하부가 둘로 나뉘어 있다. 그것도 한쪽 다리는 수직에 가깝고, 다른 쪽 다리는 옆으로 벌린 듯 휘어진 채로 기울어져 있다. 타워1은 그 기울기가 지상으로부터 최대 52도에 이르는데, 이는 이탈리아 피사의 사탑(5.5도 기울기)보다 10배가량 더 기울어진 것이다.
이토록 경이로운 건축물의 설계자는 세계적인 건축가 모셰 사프디(Moshe Safdie)다. 이스라엘 출신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사프디는 주로 특이한 건축물을 디자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1967년 27세의 나이로 이미 20세기의 대표적인 건축물 가운데 하나인 캐나다 몬트리올의 올림픽 선수촌 ‘해비타트 67’을 디자인해 세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우리는 흔히 이 호텔의 겉모습이 들 입(入)자를 닮았다고 말하지만, 정작 사프디는 트럼프 카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디자인했다고 한다. 두 장의 카드가 서로 기대어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는 것. 또 스카이파크는 해안 국가 싱가포르의 진취적인 기상과 미래의 희망을 상징하도록 배를 형상화했다고 덧붙였다.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은 국내 기업이 건축 과정에 참여해 우리에게는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다. 쌍용건설은 호텔의 시공을 27개월이란 짧은 기간에 성공적으로 완료했고, 필자가 경영하는 한미글로벌은 프로젝트매니지먼트(PM)를 맡았다.
마리나 베이 샌즈는 이제 싱가포르뿐 아니라 세계적인 명소로 발돋움했다. 어디 그뿐인가. 싱가포르는 마리나 베이 샌즈 완공 이후 카지노와 마이스 산업, 거대 공연장인 에스플러네이드, 그리고 센토사 섬 리조트와 시너지 효과를 통해 관광객 유치를 획기적으로 증가시켰다. 수치로 보면 2009년 970만 명이었던 싱가포르 관광객 수는 2011년 1320만 명으로 350만 명 늘어났으며, 2015년에는 관광객 17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 덕분에 경제도 활성화되고 있다. 관광 산업으로 인해 연 평균 7~8%대의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관광 산업 활성화로 경기 침체 돌파해야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나라는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활력을 상실한 우리 경제에 뭔가 돌파구가 절실한 상황. 나는 서비스업, 그중에서도 관광 산업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리나 베이 샌즈는 싱가포르가 도심형 리조트라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경제적 침체를 극복하려고 40여 년간 지켜온 도박 금지라는 금기마저 깨면서 만들어낸 혁신의 산물이다. 싱가포르의 사례에서 보듯 발상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아주 특별한 콘텐츠를 가진 건축물을 짓고 인프라를 갖춰서 외국인에게 제대로 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첫 번째 대안으로 새만금에 외자를 유치해 마카오를 능가하는 대규모 카지노 집적 단지를 지어 마이스 산업을 육성하는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필요 시 공항이나 항만, 크루즈 터미널 등 인프라를 별도로 구축해 거대한 중국 관광 수요를 흡수해야 한다. 또 한 가지, 한강 둔치를 활용한 강변 복합 리조트 건립을 제안한다. 마리나 베이 샌즈처럼 강력한 랜드마크와 서울의 아이콘이 될 종합 리조트 건립을 외국 투자자에게 제안한다. 케이팝 등 한류를 소개하는 각종 공연시설과 요트 등 수상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시설과 카지노, 마이스 산업을 유치할 수 있는 대규모 도심형 복합 리조트를 건설해 휴양과 비즈니스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관광객을 유치한다면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10여 년 전 싱가포르가 그랬듯이, 우리에게도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리 이윤경 기자 ramji@hankyung.com│사진 김종훈 회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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