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승옥 ㈜스타브리지피플앤서비스 대표

트리젠코(Trigenco)는 올해 8 월, 국내 시장에 공식 론칭한 따끈따끈한 한국 토종 시계 브랜드다. 한국 론칭에 앞서 스위스에서 개최된 대표적인 시계 페어인 2014년 바젤월드 통해 첫선을 보였다.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유명 시계 컬렉터이자 스위스의 시계 평론가인 팀 델프로부터 호평을 받는 등 좋은 반응을 얻었다. 민족의 영물인 삼족오(三足烏)를 모태로 탄생한 트리젠코,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로 시계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10월 초,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스타브리지피플앤서비스 본사에서 손승옥 대표를 만났다.
[FASHION INTERVIEW] “메이드 인 코리아로 성공하고 싶어요”
시계 다이얼에는 붉은 바탕에 삼족오가 새겨져 있다. 토속적이면서도 강렬한 느낌이 강한 삼족오 시계는 우리 역사 면면에 등장하는 민족의 영물인 삼족오를 모티브로 삼아 손승옥 스타브리지피플앤서비스 대표가 론칭한 국내 시계 브랜드다. 삼족오는 고대 신화에 나오는 상상 속의 새로, 영생불멸의 세 발 달린 까마귀를 뜻한다. 고조선 때부터 우리 역사에 등장한 삼족오는 고구려에서 국조(國鳥)로 숭상되는 등 귀한 대접을 받았다.

본사로 들어서자마자 맞은편 벽면에 걸린 커다란 삼족오 벽시계가 맞이한다. 사진을 통해서만 접해보다가 실제로 마주해보니 의외로 세련된 디자인이다. 삼족오 시계는 2007년 스타브리지피플앤서비스가 설립되면서 태어난 브랜드다. 처음이다 보니 소량 제작으로 시작했고 마케팅도 거의 하지 않아서 잘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삼족오는 흔히 말하는 아주 성공적인 시계 브랜드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고유의 정체성만큼은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삼족오는 본격적으로 시계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경쟁하기 위해 트리젠코란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스위스 시계 기술과 동양 전통의 결합이자, 시계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는 트리젠코는 ‘시간의 본질(The Essence of Time)’이라는 브랜드 슬로건에 맞게 시간을 파악하는 시계의 본질적 목적에 충실한 타임피스를 만드는 것을 모토로 한다. 오류의 위험성이 많은 여러 가지 복잡한 기능을 담는 컴플리케이션 시계보다는 단순화, 최소화하고 무도금 등 소재 또한 변형하지 않고 본질을 추구하는 컬렉션으로 구성돼 있다.


트리젠코를 론칭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트리젠코는 삼족오와 같은 의미입니다. 우리나라 말이란 것을 강조하려다 보니 삼족오란 단어가 외국인들이 발음하기 어려워해서 해외 시장 진출에 가장 큰 제약이 되더군요.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었어요. 그러다 직원의 아이디어로 트리젠코란 이름이 탄생하게 됐습니다. 트리젠코란 이름도 ‘우주의 이치와 섭리, 세대를 통해 이어지는 시간’을 뜻하는 트리니티(trinity)와 ‘새로운 세계의 시작’을 뜻하는 제네시스(genesis), 그리고 ‘삼족오’의 오리지널 형상인 까마귀(crow)의 합성어입니다.”


그간 힘든 일이 적지 않았을 텐데요.
“개인적으로는 시계 사업에 영리 목적은 전혀 없었어요. 차라리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었으면 아예 시작도 안 했을 수도 있죠. 처음에는 겁 없이 뛰어들었다가 굉장히 힘들었고 갈등과 고민이 점점 쌓이고 그랬죠. 지난 7년 동안 이렇다 할 실적 없이 여기까지 오기까지는 여러 가지로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특별히 삼족오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버틴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간의 경험들이 모여 트리젠코가 나아갈 방향이 확실해졌죠.”


‘메이드 인 코리아’가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을까요.
“‘메이드 인 코리아’로 트리젠코를 론칭한 것에 대해 주위에서 걱정을 합니다. 생각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 같아요. ‘메이드 인 코리아’란 꼬리표를 달고 과연 잘할 수 있을까. 과연 한국에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을까. 물론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남의 나라에 의존해서 언제까지 잘 만들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죠. 하지만 결론은 하나입니다. 저는 스위스보다 한국이 더 정교하고 정밀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고 확신해요. 또한 한국인의 정체성을 표현한 무궁무진한 스토리가 담긴 삼족오는 트리젠코 컬렉션의 모든 모델에 적용돼 있습니다. 크라운이나 다이얼에는 무조건 삼족오가 디자인돼 있죠. 앞으로도 삼족오를 빼면 트리젠코를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국내 소비자들을 위한 특별한 계획이 있습니까.
“1년에 한 번씩 트리젠코 고객 및 마니아들을 초대해 자리를 마련하려고 해요. 시계에 관한 얘기는 불특정다수에게 들어야 가장 진실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품평회 비슷한 그런 행사를 통해 시계에 대한 평가를 직접 듣는 것이 가장 좋은 발전 요소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제품과 관련해 더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죠. 내년부터 본격화할 예정입니다.”


앞으로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단순히 시계를 통해 한국을 대표하고 상징할 수 있는 한국 토종 시계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 시작한 사업이었죠. 삼족오를 시작으로 실적 부분에서만큼은 이렇다 할 성과도 없이 7년째입니다. 애초에 돈을 벌겠다는 목적으로 뛰어든 사업이 아니었기에 최소 10년은 바라보고 시작했습니다. 진심으로 하다 보면 통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열심히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도 스위스보다 꼼꼼하게 더 잘 만들 수 있다는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좋은 제품으로 메이드 인 코리아로 인정받는 것, 트리젠코가 한국 브랜드라는 것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


양정원 기자 neiro@hankyung.com |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