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규제 완화의 배경은 두말 할 것도 없이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진출을 적극 독려하고 그로 인해 우리나라 금융 산업의 외연이 확대되는 데에 있다. 증시 거래대금의 축소로 인한 금융투자 업계 전체의 위축, 실적 저하와 구조조정 바람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위기 상황을 맞은 국내 증권 업계에도 분명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전략이다. 그동안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진출 성적은 두드러지지 못했던 게 사실. 최근 증권사들이 다양한 형태의 글로벌 사업으로 해외 진출의 새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해외 현지 법인·사무소 진출 현황
규모가 작은 국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먹을거리를 창출하기 위한 차원에서 증권사들의 해외 진출은 꾸준히 이뤄져왔다. 가장 먼저 앞장선 건 KDB대우증권(이하 대우증권)으로, 현재 베이징투자자문사를 포함해 7개의 현지 법인과 1개의 지점(도쿄), 호찌민, 베이징, 상하이 등에 3개의 사무소 등 11개의 해외 거점을 두며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넓은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대우증권은 1984년 국내 증권사 중 최초로 일본 도쿄에 사무소를 개설하며 해외 진출을 시작했다. 이후 1990년대 초반 한국 주식 세일즈를 주업으로 런던, 뉴욕, 홍콩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2000년대 들어서는 베트남, 중국 등 신흥국 대상으로 사무소를 개설하는 등 꾸준히 해외 시장을 확대해왔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성장 동력이 높은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몽골에 현지 법인을 세우는 등 아시아 시장에도 적극 진출했다. 특히 2007년 현지 최대 온라인 증권사인 이트레이딩증권사에 투자하며 인도네시아 시장에 발을 디딘 대우증권은 지난해 지분 인수를 80%까지 완료하고, 대우증권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으로 영업을 개시했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도입하며 본격적인 공략에 나선 결과, 지난해 인도네시아 법인의 순이익이 전년 대비 약 27% 급증하는 등 경쟁력을 드러내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대우증권 외에도 우리투자증권, 키움증권 등이 이미 진출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지역으로, 지난 8월 한국투자증권도 현지 사무소 설립을 위해 인도네시아 투자청에 사무소 설립 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국내 증권사들의 경쟁이 치열한 곳. 대우증권 측은 “2014년 7월 말 기준 인도네시아 전국 23개 영업소 등의 네트워크 및 마케팅 전략을 통해 인도네시아 현지 전체 시장에서도 약 1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도 성장 동력과 투자 기회를 찾아 글로벌 진출을 확대해왔다. 현재 홍콩, 베트남, 중국, 미국, 브라질 등 5개의 현지 법인과 베이징사무소를 거점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 특히 2010년 영업을 개시한 브라질법인은 아시아 증권사 최초의 현지 진출 사례로,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업무는 물론 투자은행(IB) 업무와 자기매매에 이르는 종합증권사 업무를 수행 중이다. 미래에셋증권 측은 해외시장 경쟁력에 대해 ‘현지화’를 꼽는다. 글로벌 네트워크 인적 구성에 있어 90% 이상의 인력을 현지에서 채용된 금융 전문가로 구성한 것. 그뿐만 아니라 ‘선(先) 운용, 후(後) 증권’이라는 전략을 통해 운용사가 먼저 진출해 브랜드를 확립한 지역에 증권사가 후속 진출해 시너지를 극대화는 전략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일례로 2008년 미래에셋자산운용 브라질법인 설립에 이어 2010년 미래에셋증권이 브라질 시장에 진출한 것이 현지의 다양한 비즈니스 분야에서 빠르게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010년 베이징에 설립한 진우(북경)투자자문유한공사를 비롯해 런던, 홍콩, 뉴욕, 싱가포르, 베트남 등 6개의 현지 법인과 함께 2개의 해외 사무소를 운영 중이며, 연내에 인도네시아에도 현지 사무소 설립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런던, 뉴욕, 홍콩 등 세 개의 현지 법인과 상하이, 베트남 호찌민 등 2개의 사무소를 거점으로 글로벌 영업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증권 역시 런던, 뉴욕, 홍콩 등 3곳에 현지 법인을 두고 있으며 도쿄에 지점과 중국 상하이에 사무소를 두고 해외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현대증권도 뉴욕과 홍콩, 런던, 싱가포르에 각각 현지 법인을 두고 있으며, 상하이사무소와 함께 카자흐스탄(알마티)사무소도 운영 중이다. 그밖에 하나대투증권과 대신증권, SK증권이 홍콩법인을 설립했으며, 키움증권은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이 있다.
성과는 미미,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 노력
현지 법인과 해외 사무소 개소를 통해 주로 해외 영업을 해온 국내 증권사들은 외형적 확대에 비해 실질적으로 수치적인 성과가 뒷받침되지는 못했다. 증권사 관계자들 또한 성장 부분에 대해서는 좀처럼 구체적인 숫자를 내놓지 못하는 상황. 올해로 해외 진출 30년을 맞는 대우증권 관계자는 “해외 사업의 내용을 살펴보면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인바운드 에쿼티 세일즈가 주를 이루었다”며 “2000년 들어서야 에쿼티 세일즈에서 벗어나 IB부문과 자기자본 투자를 시작한 데다 적극적인 해외 투자 시점을 고려하면 최근 3년 정도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아직 성과를 평하기에는 이른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그나마 대우증권은 지난 한 해 해외 사업으로 발생한 수익이 회사 전체 영업순수익 대비 약 6% 후반대를 달성하는 등 양호한 편이다. 다른 증권사들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해외 법인이나 사무소라고 해봐야 규모가 아주 작아서 아예 간판도 안 달린 경우도 많다”며 “수치적인 성과에 대해 말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SPECIAL REPORT] 증권사 해외 진출, 어디까지 왔나](https://img.hankyung.com/photo/202101/AD.25077755.1.jpg)
우리투자증권도 수익구조 다변화를 위해 고정 수익, 헤지펀드 투자, 글로벌 IB부문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외국인 대상 주식영업부문의 체질 개선을 위해 해외 영업 센터를 신설하고, 고객들에게 해외 주식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폭넓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리서치본부 산하에 해외기업분석팀과 글로벌투자전략팀을 신설, 운영하는 등 글로벌 사업에서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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