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브랜드들이 그럴싸할 디자인이나 그럴 듯한 마케팅으로 그들의 가치를 알리려고 노력하건만 ‘조나단 워드 런던(Jonathan Ward London)’은 오롯이 제품 자체로만 그 가치를 얘기하는 듯하다.
조나단 워드 런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나단 워드 “최고의 후각을 체험케 해줍니다”
“모든 컬렉션은 나의 주관적인 영감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진정성을 담고 있는 향이어야만 한다.” 이는 조나단 워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그 개인적인 취향 덕분에 그의 향초들을 만날 수 있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190cm가 훌쩍 넘는 큰 키에 중저음의 목소리가 일품인 이 영국 신사는 리빙 프레그렌스의 새 시대를 이끌어나갈 인재로 2012년 영국 일간지 타임스(The Times)의 커버를 장식하기도 했다. ‘최고의 후각을 경험하게 해주다’라는 철학 아래 탄생한 영국 프리미엄 향초 브랜드 조나단 워드 런던의 창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나단 워드와의 인터뷰다.


조나단 워드 런던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아마도 ‘향’ 그 자체가 아닐까.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향을 맡고 느끼는 것만으로 제품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매력인가.”

새로운 컬렉션의 영감은 어디서 얻나.
“조나단 워드 런던의 모든 컬렉션은 전부 나 자신의 주관적 관점에서 출발한다. 나는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에 큰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에 쇼핑도 별로 즐기지 않는다. 여행을 가거나 책을 읽으며 음악을 듣고 작품을 감상할 때 등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그 모든 것들이 컬렉션의 영감이 되고 주제가 된다.”

패턴과 일러스트가 그려진 패키지가 독특하다.
“패키지는 향이 전달고자 하는 모든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사실은 향 디자인 프로세스에 포함돼 있는 작업이라고 느낀다. 향의 모토가 되는 영감과 느낌을 바탕으로 스케치하기도 하고 원료나 재료가 되는 사물들의 느낌을 바탕으로 패턴을 디자인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도 고객들이 제품을 볼 때 무언가 끌리는 느낌을 가지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심지가 두 개인 것이 인상적이다.
“바삐 돌아가는 일상에서 초를 켜놓고 그 향이 방이나 거실을 채울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릴 만큼 여유가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래서 나는 보다 빨리 향이 방 안으로 퍼지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좀 더 손쉽게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초의 향이 빨리 확산이 되기 위해서는 초가 액체 상태일 때이므로 좀 더 단시간 내에 초를 액체화하기 위해 굵은 하나의 심지보다 얇은 두 개의 심지를 이용한다.”

당신만의 향초 활용법이 있는지.
“상황에 따라 다른 향의 향초를 사용해 그 순간의 묘미를 극대화한다. 이른 오전에는 상큼한 향으로 잠에 취해 있던 정신을 깨우기도 하고 피곤에 지친 저녁에는 와인 한 잔에 어울리는 우디한 향으로 피로를 풀기도 한다. 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향 위주로, 추운 겨울에는 달콤한 향 위주로 나의 삶을 좀 더 윤택하고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는 것. 이처럼 때와 장소에 걸 맞는 향을 스타일링해서 쓸 수 있는 것이 진정으로 향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덧붙여 실제 이를 주제로 책을 집필 중이다.”

최근 한국에서는 향초에 관심 있는 남성들의 부쩍 늘었다.
“유럽에서는 이미 많은 남자들이 향초나 디퓨저를 사용하고 있다. 맞춤 양복을 선택하고 수제 구두를 신는 안목을 가진 남성들이라면 그들의 취향에 부흥하는 향을 선택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이 아닌가? 라이프스타일의 질을 높이는 것은 여자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남성들은 사무실에 있는 시간이 많다.
“시트린 아이비에 들어가는 버베나 같은 노트의 경우엔 실험을 통해 집중력을 향상시킨다는 결과를 얻었다. 실험에 참가했던 아이들의 점수가 30% 이상 증가하는 효과를 보였을 정도로 인간에게 향은 간과할 수 없을 만큼 깊은 영향을 미친다. 사무 공간에서는 이와 같이 정신을 맑게 해주고 집중을 도울 수 있는 경쾌한 향을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대부분의 남성, 여성도 마찬가지이지만 피로를 풀어주는 향이 필요하지 않을까. 집에서 즐길 수 있는 뭄바사(Mombasa)나 카투사(Kartushya) 등을 추천한다.”
조나단 워드 런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나단 워드 “최고의 후각을 체험케 해줍니다”
한국에 진출한 지 약 1년, 현재까지 성과는.
“솔직히, 조나단 워드 런던은 나의 주관적인 관점을 배경으로 탄생된 브랜드임에도 이를 이해해주고 칭찬해주는 한국 고객들이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우리가 쏟아 붓는 향초에 대한 열정과 정성스럽게 고수한 제품의 깊이를 알아주는 것 같아서 굉장히 만족스럽고 행복하다.”

한국 시장이 다른 나라 시장과 차이점이 있다면.
“유럽에서 인기 있는 향들은 어떻게 보면 좀 국한적이라 할 수 있다. 한쪽으로 쏠린다고 할까. 하지만 한국인들의 취향은 매우 다양하다는 것이 정말 흥미로웠다. 사람들은 런던과 파리를 트렌디한 도시라고 얘기하지만, 오직 개인적인 취향을 고려해 제품을 선택하는 한국인들이야말로 진정한 스타일 리더들이 아닐까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향은.
“러시아의 군인이 전장으로 떠나며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에게 바친 사랑의 노래 제목인 ‘카투사(Kartushya)’. 스토리가 슬프지만 아름다워서 디자인하게 된 향인데 세계적으로 진귀한 오일들(러시아 버치우드리프, 코냑, 앰버, 카네이션 등)이 어우러져 내가 얘기하고자 했던 느낌이 가장 잘 전달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전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향이다.”

마지막으로 머니 독자들을 위해 추천해달라.
“바로 ‘키스 인 리오(Kiss in Rio)’. 정말 남성적인 향이라 독자들이 그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만한 향이 아닌가 싶다. 키스 인 리오에서 느껴지는 시크함이 머니의 독자들과 닮지 않았는가?”


진정한 프리미엄 향을 전달하기 위한 조나단 워드가 가진 독특한 향의 해석은 가장 아름다운 장미향 하나를 구현하기 위해 수백 수천 가지의 장미를 연구하고, 전 세계를 누비며 진귀한 향의 원료를 수집하는 그의 노력 덕분이다. 공간 방향 디자인의 새로운 철학을 가진 조나단 워드 런던. 그의 향을 경험하는 모든 이들에게 후각의 아름다움으로 인한 행복과 감동을 선사한다.


About Jonathan Ward London
영국 프리미엄 향초 브랜드 ‘조나단 워드 런던(Jonathan Ward London)’의 창립자 조나단 워드는 미국 패션 브랜드들의 아트디렉터로 활동하다가 ‘조향’이라는 향기 디자인에 매력을 느껴 2005년 ‘조나단 워드 런던’을 설립했다. 다섯 개의 클래식 컬렉션과 매 시즌 새롭게 탄생하는 뉴 컬렉션을 가지고 있다. 조나단 워드 런던의 향초들은 최고급 원료인 100% 천연 왁스로 제작되는 것이 특징. 최고의 퀄리티를 자랑하는 미국산 소이왁스와 천연 비즈왁스를 적절한 비율로 배합해 무해하다. 여기에 전통적인 향초 생산 방식인 향초 하나하나를 손으로 부어 만드는 ‘핸드 푸어링(hand pouring)’ 제작 방식을 고수해 더욱 깊고 진한 향을 전달하도록 했다. 향초의 왁스가 갖는 성향, 본연의 향, 향이 증발되는 방법 등을 고려해 향초를 위한 최적의 프레그런스들을 구현해내며 고급 향초 전문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양정원 기자 neiro@hankyung.com│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