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성장 가능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동안 ‘검은 대륙’을 향한 열강들의 구애전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중국이 발 빠르게 선점한 가운데 미국, 일본, 브라질 등이 치열한 외교전에 뛰어들었다. 최근에야 아프리카 시장의 중요성에 눈을 뜬 한국은 “한 발 늦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SPECIAL REPORT] 아프리카, 누가 노리나, 중·미·일 선점전 치열…한국은?
아프리카가 2000년대부터 연평균 5%대 이상 경제성장을 지속하면서 안정성에 기반을 둔 해외투자도 꾸준히 늘었다.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에 따르면 2012년 아프리카가 유치한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는 5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아프리카 FDI 유입액은 2010~2012년 평균 470억 달러로 10년 전(2000~2002년 평균 150억 달러)보다 3배 규모로 증가했고, 특히 사하라사막 이남 지역의 2012년 FDI 유입액은 410달러로 2000년 대비 6배 급증했다. 2012년 아­­­프리카의 국가별 FDI 유입 규모는 나이지리아 70억 달러, 모잠비크 52억 달러, 남아프리카공화국 46억 달러, 콩고민주공화국 33억 달러 순이다.


中 차이나프리카 vs 美 파워아프리카 격전
선두주자는 중국이다. 중국은 일찌감치 아프리카의 가능성을 보고 끊임없는 러브콜을 보냈다. 과거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던 아프리카가 ‘프랑사프리카(France Africa)’였다면, 오늘날 중국의 막강한 영향력 아래 있는 아프리카는 ‘차이나프리카(China Africa)’라고 불릴 정도다.
‘차이나프리카’ 시대는 2003년 본격 개막했다. 후진타오 전 주석이 10년간 18개국의 아프리카 국가를 도는 동안 중국의 아프리카 직접투자는 1억 달러 미만에서 2012년 150억 달러로 급증했다. 중국의 아프리카 대외무역은 2000년 3.82%에서 2012년 16.13%까지 증가했다.
[SPECIAL REPORT] 아프리카, 누가 노리나, 중·미·일 선점전 치열…한국은?
2013년 4월 시진핑 주석이 첫 해외 순방지로 아프리카를 선택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는 아프리카 각국을 돌며 3년간 200달러에 달하는 차관을 제공하겠다고 밝히고 남아공과 탄자니아, 콩고를 방문해 사회기반시설 투자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는 자원 중심 외교에서 무역과 통상, 경제 개발 쪽으로 협력 범위를 넓힌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대규모 원조 공세로 인프라 건설 시장을 사실상 석권했다는 분석이다. 2011년 아프리카 건설 시장 점유율이 40%를 넘었으며, 교통 인프라 분야에서도 미국이 가지고 있던 주도권은 중국으로 넘어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중국의 아프리카 원조 원칙인‘내정 불간섭’은 독재와 인권 문제를 도외시했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고, 일부 건설 현장에서는 현지인 대신 중국 인부들을 동원하면서 고용 창출에 기여하지 않는다는 질타를 받으며 반중국 정서도 생겨나고 있다.

미국도 이에 질세라 통상 협력을 강화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3년 6월 새로운 아프리카 전력지원책인 ‘파워 아프리카’ 프로젝트를 발표, 아프리카 전력망 확충을 위해 향후 5년간 70억 달러 지원을 약속했다. 동아프리카 지역에 진출한 자국 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과 심비안파워 등에 9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에티오피아와 가나, 케냐, 라이베리아, 나이지리아, 탄자니아 등 만성 전력 부족에 시달리는 6개국에 집중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미국은 아프리카에 경제적으로 보다 깊숙이 관여하고자 정치력도 발휘하고 있다. 미 상원에서는 2015년 말 완료 예정인 ‘아프리카 성장과 기회법(AGOA)’을 연장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00년대 아프리카 교역을 확대하고자 만들어진 이 법은 아프리카산 물품에 대한 무관세 혜택 등을 골자로 한다.


자원 부족 日-제조업 강자 韓 앞다퉈 진출
자원난이 심각한 일본 역시 아프리카의 거대 자원에 눈독을 들여왔다. 후쿠시마 원전 폐쇄 이후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 의존도가 크게 늘었다. 일본무역진흥회에 따르면 2011년 일본의 아프리카 직접투자 규모는 4억6000만 달러로 중국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일본은 2013년 6월 요코하마에서 개최된 제5차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에서 아프리카에 36조 원 규모의 투자 및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아프리카 실업난 해결을 위해 향후 5년간 아프리카인 3만 명이 일본 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계획을 담은 ‘아베 이니셔티브’ 등 투자를 통한 협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일본의 아프리카 지원 분야는 사회간접자본(SOC) 정비, 인재 육성, 보건, 농업 등이다. 아프리카연합(AU) 순회의장 하일레마리암 데살렌 에티오피아 총리는 “일본이 아프리카 고난의 목소리에 가장 먼저 귀를 기울인 선구자”라고 평가했다.

제조업 비중과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도 아프리카는 기회의 땅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2013년 6월 25일 아프리카 54개 회원국으로 참여하는 유엔아프리카경제위원회(UNECA)와 아프리카의 산업 발전과 인프라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아프리카에 대한 개발 협력, 교류 확대, 금융 지원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기획재정부는 2014년까지 아프리카 사회기반시설 구축, 정보통신, 인적자원 개발, 농촌개발 녹색성장 등 6대 분야를 중심으로 37개 협력 사업 등에 5억90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한국 기업의 아프리카 진출을 돕는 기관도 늘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아프리카에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지원 비중을 늘려 보다 많은 기업들이 대아프리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하나금융은 최근 영국 은행 바클레이스와 양해각서를 체결, 바클레이스의 아프리카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내 기업들의 현지 진출을 지원할 예정이다. 국내 첫 아프리카 전문 투자컨설팅회사도 출범했다. 사모펀드(PE) 나무코프와 컨설팅회사 메이크그룹이 공동 설립한 ‘메이크나무 파트너스’는 아프리카 자원개발이나 시장 개척, 투자 등에 필요한 리스크 관리 전략을 주로 자문한다.

프랑스도 중국으로부터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2013 프랑스·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현재 100억 유로(약 14조4200억 원)인 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원조액을 앞으로 5년간 200억 유로까지 늘리기로 약속했으며, 300억 유로 수준인 무역액도 2배로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신흥국 가운데 브라질은 건설, 에너지, 농업, 소매 기업들을 앞세워 아프리카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터키 역시 석유와 가스가 풍부한 서아프리카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그 밖에 사우디아리비아, 인도 등도 연평균 20% 이상 수준으로 아프리카 직접투자를 늘렸다.


이윤경 기자 ram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