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256, 416, 98.5, 50. 아무 의미 없이 나열된 듯 보이는 이 5개의 숫자에 공통점이 있다. 기업들의 ‘혹한기’인 현재를 대변하는 숫자라는 점이다. 세계 경제의 회복은 더디기만 한데 국내 여건조차 녹록지 않다. 민간의 소비 심리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 실적 악화와 자금경색으로 기업 투자 활성화도 쉽지가 않다. 정부의 기업 규제 또한 강화되는 추세다. 그 어느 때보다 매서운 겨울을 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현실을 숫자들을 따라 살펴 봤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 100여 개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대’다. 10월 금융감독원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기업들의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선정하고 신속한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들의 재무 상태는 물론 잠재 리스크까지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발단은 ‘동양 사태’였다. 이후 STX그룹을 비롯한 기업들이 연쇄적으로 무너지며 금감원이 칼을 뽑아들고 나선 것이다. 살릴 수 있는 기업은 지원하되 살릴 수 없는 기업은 구조조정을 통해 과감하게 잘라내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11월 금감원은 중소기업 112곳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발표하는 등 기업들의 구조조정 움직임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2010년 이후 3년 만에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 기업들은 지금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국감 증인 기업인 256명
국회마저 찬바람 부는 기업 경영 환경에 냉기를 불어넣고 있다. 국정 감사에 기업인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경우는 해마다 늘고 있다. 올해는 256명의 기업인이 국감장에 증인으로 불려나갔다. 기업인 중 국감의 증인으로 채택된 수는 지난해에는 140여 명, 2011년에는 60여 명이었다. 더욱 문제는 국감장에 기업인을 불러 세운 이후다. 출석한 기업인들의 얘기를 듣기보다는 윽박지르거나 창피 주는 등의 부실한 질문이 쏟아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기업인 증인 중 20%는 하루 종일 앉아 있다 한마디도 못하고 돌아갔을 정도다. 기업들이 원활하게 경영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하는 국회에서 기업인들을 불러놓고 애꿎은 시간만 흘려보낸 셈이다.
현재 조사 중인 기업 416개
현재 국내 15대 그룹 가운데 총수 재판이나 특별 세무조사 등이 진행 중인 곳만 하더라도 7군데에 이른다. 절반가량이 이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들 그룹에 속한 회사 수는 무려 416개다. 여기에 협력업체들까지 고려한다면, 정부의 칼바람에 몸 사리는 기업들의 수는 더 늘어난다. 기업 총수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엄격한 기업 경영 관리는 필요하지만, 기업을 지나치게 옥죄는 규제는 잠재성장률과 기업 경쟁력을 낮출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대상자 98.5%가 중소·중견기업
경제계에 몰아닥친 한파는 중소·중견기업에도 예외가 아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과세 대상자의 98.5%가 중소·중견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국회에서 대기업 집단의 편법 승계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했던 규제가 수출 중소기업에 대한 역규제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중견기업연합회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거래비용을 줄이고 영업 비밀을 유지하는 등 불가피하게 내부거래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기업의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는 항변이다.


세무조사 받는 기업 50개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강화되면서 기업들의 중압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만 하더라도 LG패션, 현대글로비스, 현대자동차 등 굵직한 기업 50여 곳이 세무조사를 받았거나 진행 중이다. 기업들이 ‘덜 낸’ 세금을 걷어 들이는 것은 당연하지만 문제는 강도다. 막대한 추징 세금에 “회사 하나를 팔아야 세금을 낼 수 있다”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세금을 먼저 내느라 투자는 뒷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과도한 세금 징수는 기업의 투자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정흔 기자 ver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