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자산 유동화 제도 마련하고 퇴직연금 지급 시기 엄격하게 조정해야”

사단법인 은퇴연금협회가 10월 15일 서울 중구 삼성화재빌딩 국제회의실에서 ‘장년층의 노후 준비와 개인·기업·정부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창립 기념 세미나를 개최했다. 초대 회장을 맡은 김원식 건국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급격한 고령화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개선이나 사회적 인식은 부족하다”며 “지금까지 연금, 은퇴 등에 대해 토론하고 고민한 바를 사회에 반영해 선진화된 노령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패널로 나선 국민연금연구원의 김헌수 박사와 세계적인 인사조직 컨설팅 업체 에이온휴잇(Aon-Hewitt)의 권오성 대표의 발표를 정리했다.
은퇴연금협회 창립 기념 세미나가 삼성화재빌딩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가운데 김헌수 연구위원이 ‘우리나라 고령자 자산 현황과 은퇴 준비’라는 주제로 발언하고 있다.
은퇴연금협회 창립 기념 세미나가 삼성화재빌딩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가운데 김헌수 연구위원이 ‘우리나라 고령자 자산 현황과 은퇴 준비’라는 주제로 발언하고 있다.
김헌수 국민연금연구원 연구위원
[SEMINAR] 은퇴연금협회 세미나 지상중계
‘고령자 자산 현황과 은퇴 준비’

2011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모델로 추정한 우리나라의 연금자산액은 여성의 경우 약 3억 원, 남성은 약 2억4800만 원이었는데 이는 OECD 34개국 평균 연금 자산 추정액의 각각 55.4%와 61.7%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추정 결과를 연금 자산의 충분성과 연관시켜 이야기하는 것은 다소 논란이 될 수 있으나 상대적 비교 관점에서 OECD가 추정한 연금 자산으로 우리나라에서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영위하기는 부족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은퇴를 대비한 개개인의 노력과 실천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2012년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와 2011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다층노후소득체계 구축을 위한 국민연금 등의 실태조사 및 분석 연구’ 결과를 보면 아직 은퇴를 앞둔 50대의 국민연금 가입은 전체 가입자 중 32.6%를 차지하고 있으나, 이들 연령대의 지역가입자 비중은 43.8%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같은 연령대의 사업장 가입자에 비해 급여가 낮을 개연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다층노후소득보장 측면에서 보더라도 50대의 퇴직연금 가입 실태는 각각 조사 대상 중 가입자 기준으로 12.8%에 불과하고 개인연금의 가입 비중은 25.2%로 40대와 30대에 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 은퇴를 앞둔 세대의 노후 소득 기반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개인의 은퇴 준비를 도울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이에 몇 가지 제안을 한다면 부동산 자산 비중이 높은 것을 감안할 때, 부동산 자산의 유동화를 쉽게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현재는 2007년부터 도입된 역모지기(주택연금) 제도가 가장 유용한 수단인데, 최근 제도 개선과 더불어 주택 가격 하락으로 주택연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정부도 ‘주택연금 사전가입제도’ 도입과 가입 연령 하향을 검토 중인 만큼 다양한 유인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현재 초기 보증료가 주택 가격의 2% 수준인데 실수요자의 부담이 존재하는 만큼, 사업의 수익성과 공익성을 저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소폭 인하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다음으로는 퇴직연금의 개인형퇴직계좌(IRP) 및 개인연금제도의 활성화다. 전자의 경우 2012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 전면 개정돼 퇴직연금제도가 도약할 기반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는데, 근로자나 자영업자가 퇴직하거나 이직 시 IRP 제도로 강제 이전되더라도 일정 사유에 의해 일시금 수령이 가능해 IRP의 유지율 및 연금수급자 비율이 매우 낮은 실정이다. 따라서 IRP가 노후 소득 수단으로의 기능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중도 해지 요건을 강화한다거나 부분 해지를 허용하되 중도 인출 시 세제 혜택의 패널티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연금 수령을 유도할 필요가 있으며, 현재 조세 개편(소득공제→세액공제) 방향을 유지하면서 소득공제 한도를 소폭 인상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권오성 에이온휴잇 대표
[SEMINAR] 은퇴연금협회 세미나 지상중계
‘장년층 노후정책의 방향’


재무적 관점에서 노후 준비는 크게 저축·자산 형성(accumulation)의 단계와 소비·인출(decumulation)의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개인 차원에서의 노후 준비와 퇴직연금제도를 활용한 노후 준비로 분류해 접근할 수도 있다. 한국의 현 장년층(50~65세)은 여러 제도적, 환경적 요소로 인해 노후 준비의 모든 단계에서 매우 취약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은퇴 이후의 기간 중 가장 많은 소득이 필요한 시기가 장년기임을 감안한다면 장년층 노후 준비에 대한 정책적 대책이 절실하다.

이에 먼저, 재무 설계(financial planning) 서비스가 활성화돼야 한다.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은퇴 교육 및 재무 설계의 서비스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재무설계사의 신의성실원칙(fiduciary duty), 이해 상충의 방지책, 재무 설계에 대한 고객의 신뢰 회복은 궁극적으로 노후 준비를 위한 저축(accumulation)의 향상을 유도할 수 있다. 부동산, 국내 자산, 그리고 단기 원리금 보장성 자산에 편중된 자산 배분의 합리적 재조정을 기대할 수 있다.

둘째, 퇴직연금 지급 시기의 법제화가 필요하다. 장년기에 대비하기 위해 퇴직연금의 지급 시기를 정년 시점으로 연장하고 예외적인 지급에 대한 조건을 엄격하게 해야 한다. 퇴직연금 사업자 간 퇴직연금 자산은 이전 가능해야 하며, 퇴사자의 연금 자산도 관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급여 자진 납부(Salary Sacrifice)’ 제도의 정착을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임금 상승 중 일부분을 퇴직연금 부담금으로 지급하고 세제 혜택을 확대함으로써 은퇴 대비 저축을 유도하는 제도다. 은퇴 자산의 효율적인 인출 및 소비를 위해 ‘비연금 옵션(Non Annuity Option)’과 상품 개발 및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다.

퇴직연금제도는 연금 형태의 수령을 허용하고 있으나 현재의 환경 아래에서 활성화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시금 형태의 처분 역시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 이에 따라 변하고 있는 노동시장과 장년층의 니즈에 따라 다양한 지급 방식 등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보다 더 높은 수준의 연금을 초기에 지급받을 수 있게 하는 상품의 개발이 필요하다. 본인의 상황에 따라 맞춤형 연금 지급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 노후 준비에 대한 주인의식을 유도해야 한다.


정리 이윤경 기자 ram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