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한국 경제의 특징을 하나 꼽으라면 ‘저성장’을 들 수 있다. 이미 그런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분기별 국내총생산(GDP) 5년 평균치는 1989년 11%를 기록한 이후 계속 떨어져 최근에는 3%대로 낮아졌다. 20년 약간 넘는 동안 우리나라가 고성장국에서 중간 단계를 거쳐 저성장국으로 떨어진 것이다.
[THE SPECIALIST VIEW] 1950년 미국·1990년 일본, 2013년 한국의 공통점
이렇게 성장이 낮아진 건 수요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경제가 성장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생산 연령에 속하는 인구가 끊임없이 유입되든지 아니면 생산성을 증대시키면 된다. 지금 우리 입장에서는 둘 다 쉽지 않은 과제다. 생산가능인구를 늘리려면 미국처럼 이민을 통해 젊은 인구를 받아들여야 하는데 이는 오랜 사회적 합의가 뒷받침돼야만 가능하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꾸준한 기술 축적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하는데, 그동안 우리나라의 기술 진보가 선진국에서 개발한 기술을 따라잡는 형태로 이루어져 당장에 개선되기 힘들다.

성장하는 힘이 떨어지면서 금리도 낮아졌다. 국고 3년물 금리가 3%대를 벗어나지 못할 정도다. 저금리는 저성장과 정책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여서 앞으로 몇 년간 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앞에서 본 것처럼 우리 경제는 더 이상 높은 성장을 기대하기 힘든 상태다. 높은 금리를 물면서 돈을 빌릴 만큼 자금 수요가 생길 수 없다는 의미가 된다. 그나마 정책이 금리에 변동을 줄 수 있는 부분인데 향후 2~3년간은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 정책 변경이 이루어지려면 저금리로 인해 물가가 상승하는 부작용이 먼저 발생해야 하는데, 지금 세계 경제가 디플레이션 환경에 있는 걸 감안하면 물가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 오히려 경기 부양이란 현실적 필요에 의해 팽창적인 통화정책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저성장·저금리가 굳어지면 주식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주식시장의 모습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 변동성이 줄어들게 분명하고 채권이나 예금 같은 경쟁 상품에 비해 주식이 누리고 있던 단기 고수익의 매력이 약해질 수 있다. 그래서 5년 이상을 놓고 볼 때 연평균 주식 수익률은 금리에 약간의 알파(α)가 더해지는 정도가 될 것이다. 주가가 하락할 때도 과거처럼 급격하게 붕괴되기보다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등 모양이 바뀔 걸로 예상된다. 그래서 주식을 가지고 수익을 내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안정적인 초과 수익을 올리려면 배당수익률이 높은 주식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 저성장·저금리 시기에 배당 투자가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건 이미 선진국 시장에서 검증된 사실이다. 1950년대에 미국에서 배당 투자가 성행했다. 대공황 때 주가 폭락을 경험했던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이탈했고, 그 여파가 1940년대 전체를 지배했다. 1950년대 들어 상황이 조금 나아졌지만, 투자는 여전히 보수적이었다. 아직 성장이 높지 않았고, 금리는 1945년 저점 이후 5년 넘게 2%대 초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환경이 배당에 대한 집착을 낳았다.

비슷한 상황이 일본에서도 나타났다. 1990년 이후 일본의 저성장과 저금리는 유명하다. 이런 경제 환경에 대응해 일본 투자자들은 고배당주를 선택했다. 2001년 이후 일본 고배당주의 성과를 추적해 보면 다른 주식보다 연평균 1.5% 정도의 초과 수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기가 순환적으로 상승할 때나 하락할 때 모두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주식시장이 작년에 이어 지지부진한 양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통신, 전력 같은 사회 기반 업종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들이 배당주의 대표주자이기 때문인데 배당수익률이 금리에 육박하는 주식을 멀리해야 할 이유가 없다.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가시적으로 손에 잡히는 대상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 배당주가 그 대상인데 앞으로도 이들은 조용한 상승을 계속 이어나갈 가능성이 높다.
[THE SPECIALIST VIEW] 1950년 미국·1990년 일본, 2013년 한국의 공통점
이종우 IM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