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프라세티오·알렉산드라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 부부

올해는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수교를 맺은 지 40주년이 되는 해. 지난해 10월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로 부임한 존 프라세티오(John A.Prasetio) 대사와 알렉산드라 프라세티오(Alexandra A. Prasetio) 여사의 관저에 초대받았다. 낯선 땅 한국살이에 이제 막 적응하기 시작한 대사 부부의 생활은 즐거움 자체.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유명 기업가 출신인 대사와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아트 컬렉터인 여사의 관저에는 다양한 스토리가 있었다.
대사관저 로비에 나란히 포즈를 취한 존 프라세티오 대사 부부. “남편이 더 돋보여야 하는데”라며 수줍은 미소를 보이는 여사는 천생 여자였다.
대사관저 로비에 나란히 포즈를 취한 존 프라세티오 대사 부부. “남편이 더 돋보여야 하는데”라며 수줍은 미소를 보이는 여사는 천생 여자였다.
지난해 10월에 부임한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 존 프라세티오와 부인 알렉산드라 프라세티오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대사관저에서 만났다. 이날은 마침 배우 이범수 부부가 인도네시아 홍보대사로 위촉된 기념으로 위촉식 및 오찬 파티가 열리는 날이었다.

분주한 가운데서도 반갑게 맞이해 준 프라세티오 대사. 사실 그는 경제인의 길을 걸어온 인도네시아 유명 기업가였다. CBA 컨설팅의 설립자이자 회장으로 재직했으며, 페르마타(Permata)은행 및 사라나 메나라 누산타라(Sarana Menara Nusantara) Tbk 이사, P&G 인도네시아, 크로 호워스(Crowe Horwath) 인도네시아, 그리고 미쓰이(Mitsui) 인도네시아 고문으로 일했다. 그 외에도 산업부 장관의 특별 자문, 대통령 직속 기관인 국가경제위원회 등에서 고문으로 활동한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고 있다.
알렉산드라 여사가 직접 발행한 인테리어 책.
알렉산드라 여사가 직접 발행한 인테리어 책.
처음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 제안을 받았을 때는 사실 조금 당황스러웠다는 프라세티오 대사는 “날이 갈수록 잘한 결정이었다. 한국에서의 생활이 즐겁다”고 말했다. 친구를 중요시해서 한번 친구면 영원한 친구라고 생각하는 의리파인 인도네시아인의 근성이 한국인의 성향과도 비슷해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게 그의 얘기. 또한 ‘빨리빨리’ 근성이 긍정적인 면으로는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느냐며 한국인의 근면 성실한 면을 높이 샀다. 특히 올해는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수교를 맺은 지 4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 그는 9월에 개최할 특별한 행사에도 관심을 가져달라며 양국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도 전했다.


기업가 출신 남편과 인테리어 디자이너 아내의 매력적인 한국 생활
한국에서의 생활이 8개월을 넘긴 지금, 프라세티오 대사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은 어떨까. 낯선 땅에서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던 찰나, 마침 프라세티오 대사의 부인인 알렉산드라 여사가 동석했다. 프라세티오 대사는 특유의 너털웃음을 지으며 라이프스타일에 관해서는 부인이 자신보다 더 대답을 잘할 것이라고 바통을 넘겼다. 이유인즉슨, 알렉산드라 여사가 인도네시아에서 유명한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아트 컬렉터이기 때문이다.

한눈에 보기에도 여사는 탁월한 감각을 보여줬다. 고급스럽고 우아한 취향을 드러내듯 여사는 이날 행사를 위해 인도네시아 전통의상인 바틱을 입고 있었다. 이 의상은 하비비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며느리인 바틱 디자이너 인사나 하비비(Insana Habibie)의 작품으로 ‘리마란(Limaran)’ 제품이다.

알렉산드라 여사가 귀띔한 한국 생활은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스타일을 적절히 조합한 결과물이었다. 원래 맛집 탐험을 즐기는 프라세티오 대사 부부는 벌써 한국에서도 다양한 맛을 경험하는 등 낯선 땅에서 매력적인 삶을 살고 있다. 그가 꼽은 한국 음식 맛집은 ‘시화담’. ‘시와 그림, 이야기가 있는 곳’이라는 이름도 마음에 든다며 깔끔한 음식 맛도 훌륭하지만 문화와 예술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장소라고 극찬했다.



전통에 모던을 가미한 대사관저 인테리어
화사하고 심플한 응접실.
화사하고 심플한 응접실.
한국적 라이프스타일에 익숙해져가고 있는 부부지만, 대사관저는 인도네시아의 전통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심플한 분위기에 곳곳에는 인도네시아 전통의 화려한 장식이 돋보인다. 전통적인 앤티크에 컨템퍼러리 모던 스타일을 가미한 셈이다. 무엇보다 예술작품들이 눈에 많이 띄는데 까다로운 아트 컬렉터인 그가 고른 만큼 각각의 작품에 스토리가 담겨있다.
중국 작가 웨민쥔의 ‘웃는 얼굴’
중국 작가 웨민쥔의 ‘웃는 얼굴’
먼저 로비 입구에 유명 중국 작가 웨민쥔(岳敏君) 특유의 작품인 ‘웃는 얼굴’이 눈길을 끌었다. 알렉산드라 여사는 “제 남편이랑 너무 닮아서 구입했어요”라고 친절한 설명을 덧붙였다. 그 바로 앞에는 어느 여인의 형상으로 보이는 조각상이 있었다. 제목은 ‘우먼(Woman)’으로 인도네시아 여성 조각가 돌로로사 시나가(Dolorosa Sinaga)의 작품이다. 특히 이 작품에 대해서 애착을 보이는 알렉산드라 여사는 아기를 들고 있는 어머니의 형상이라며 강한 모성애를 드러냈다. 한국이나 인도네시아 여성들에게 있어서 어머니라는 존재는 세상에서 가장 강하다는 의미를 지닌 점에서도 공통점이 있는 듯했다.
인도네시아 여성 조각가 돌로로사 시나가의 ‘여인’. 알렉산드라 여사가 애착을 갖는 작품이다.
인도네시아 여성 조각가 돌로로사 시나가의 ‘여인’. 알렉산드라 여사가 애착을 갖는 작품이다.
이 외에 그는 한국 작가의 작품들도 많이 소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작가 최초로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어 화제가 됐던 세계적인 이우환 화백, 그리고 해외에서 더 유명한 작가 전광용의 작품을 좋아한다고. 한지로 조형물을 창조하는 한지 작가로 유명한 전광용은 미국 연방 산하 기관인 우드로 윌슨 센터에 아시아 작가 최초로 작품이 영구 전시돼 있다.
다이닝룸에서 미국 명품 브랜드 체뚜(Cettu)의 백과 함께 우아한 룩을 보여준 여사.
다이닝룸에서 미국 명품 브랜드 체뚜(Cettu)의 백과 함께 우아한 룩을 보여준 여사.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회사인 크리스티 경매에서 근무하는 딸 덕분에 미술품에 대한 정보를 얻기도 한다는 알렉산드라 여사는 실내 장식에 대한 감각도 탁월하다. 대사관 내에서 개최하는 크고 작은 행사의 데커레이션과 케이터링에도 일일이 관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고운 외모와 우아한 자태의 비결에 대해 묻자, 평소 튀긴 음식보다는 굽거나 찐 음식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수줍게 얘기하는 알렉산드라 여사. 평소 의상도 기본적으로 편하고 심플한 걸 좋아하는데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지 않고 자유자재로 매치하는 걸 즐기는 멋쟁이다.



장은정 라이프스타일 저널리스트
사진 공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