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애주가들도 자신의 기호와 취향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위스키를 고르는 게 쉽지는 않다. 그러나 싱글몰트 위스키의 지역별 특징과 블렌디드 각각의 차이점을 알게 된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LIQUEUR STORY] 스카치위스키의 다양하고 독특한 개성에 대해
1976년 5월 24일 프랑스 파리. 유명한 프랑스 와인 전문가 9명이 와인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가졌다. 결과는 놀랍게도 신생 캘리포니아 와인이 프랑스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와인을 이겼다. 이 사건은 프랑스의 와인 역사를 바꾼 ‘파리의 심판’이라 알려져 있다. 그 이후 2006년 같은 날, 다시 시음 품평회가 열렸지만 최고 수상 타이틀과 상위권을 휩쓴 와인 역시 캘리포니아산이었다.

만약 와인 시음 품평회처럼 스카치위스키에도 싱글몰트 위스키로 대표되는 글렌피딕(Glenfiddich), 발베니(The Balvenie)와 블렌디드로 대표되는 발렌타인, 조니워커 등을 대상으로 시음 대결이 펼쳐진다면 결과는 어떻게 될까. 아쉽게도 이는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평가의 기준이 되는 카테고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즉 “디젤 승용차가 좋으냐. 휘발유 승용차가 좋으냐”고 묻는 것과 마찬가지다.

위스키 카테고리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위스키 종류를 알아야 한다. 싱글몰트 위스키(single malt whisky)는 단일 증류소에서 나오는 100% 몰트 원액만을 사용해 제조된 것을 말한다. 따라서 증류소가 위치한 지역의 특색과 몰팅 방법, 사용되는 이스트의 종류, 증류기의 모양, 오크통의 종류, 원액의 숙성 방법에 따라 다양한 개성을 가지고 있어 자기 표현력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블렌디드 위스키(blended whisky)는 싱글몰트 증류소에서 만들어진 몰트위스키 원액과 그레인위스키(grain whisky: 밀·옥수수·귀리·보리 등 곡물 원료)를 혼합해 만든 제품이기 때문에 맛과 향의 일정함은 유지되나 자기만의 독창성, 개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물론 싱글몰트 위스키와 블렌디드 위스키 중 어느 것이 더 뛰어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휘발유나 디젤 자동차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성이 있듯 이 두 카테고리의 위스키도 만드는 원료가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싱글몰트 위스키를 선호한다면 단일 증류소의 이름과 브랜드의 정통성, 특정 연도에 생산된 빈티지 제품 등 독특한 풍미와 개성을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블렌디드는 대량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균일하고 부드러운 맛을 자랑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 어느 것이든 개인적 기호와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LIQUEUR STORY] 스카치위스키의 다양하고 독특한 개성에 대해
위스키의 지역별 특징

스코틀랜드는 위스키 생산 지역으로 크게 네 곳으로 구분된다. 로랜드(The Lowlands), 하일랜드(The Highlands), 스페이사이드(Speyside), 그리고 아일라(Islay: 영어 표기대로 읽으면 아일래이이지만, 현지 전통어인 게일어로 아일라라고 발음한다) 지역이다.

로랜드는 스코틀랜드 지역 수도인 에딘버러를 포함해 남쪽 지역을 말한다. 이 지역의 증류소는 그리 많지 않으며, 맛과 향은 마일드하면서도 가벼운 특색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식전주나 물과 얼음을 섞어 즐기는 편이다. 갓 구운 비스킷 향이 특징이며 대표적 제품으로 글렌킨치(Glenkinchie)와 오큰토션(Auchentoshan)이 있다.

하일랜드는 실질적인 스코틀랜드 싱글몰트 위스키의 주 생산 지역이라 말할 수 있다. 스코틀랜드 지도를 보면 전 지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넓은 지역에는 높은 산과 계곡, 강, 해변, 섬 지역이 다 포함돼 있다. 여기에 북쪽 끝에 있는 오크니섬(Island of Orkney)과 스카이섬(Islands of Skye) 등 이 모두가 하일랜드 지역에 속한다.

여기서 생산되는 싱글몰트 위스키는 달콤하면서 꽃 향의 일종인 헤더(Heather: 스코틀랜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관목) 향이 특징이다. 글렌모렌지(Glenmorangie)와 오반(Oban), 싱글턴(Singleton), 탈리스커(Talisker) 등이 대표적이다.

스페이사이드는 지리적으로는 하일랜드에 속하나 위스키에 있어서는 따로 분류된다. 지리적 크기로 봤을 때는 작지만 몰트위스키의 고향이라고 얘기할 정도로 대부분의 몰트 증류소들이 밀집해 있다. 전 세계 싱글몰트 위스키 시장에서 1~3위를 하는 글렌피딕과 글렌리벳(The Glenlivet), 맥캘란(Macallan) 증류소가 모두 이 지역에 있다.

또한 수제로 소량 생산되는 세계 최고가 위스키인 발베니(The Balvenie) 증류소도 이곳에 자리 잡고 있다. 잘 익은 부드러운 과일 향이 특징인데 과일 향에도 신선함이 감도는 과일 향과 건포도와 같은 마른 과일 향으로 구분될 만큼 매력적인 맛과 향을 자랑한다. 따라서 이 지역의 싱글몰트 원액은 블렌디드 위스키의 핵심 원료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마지막 위스키 생산 지역으로는 스코틀랜드 서쪽 해변에 자리 잡은 아일라섬이 있다. 스코틀랜드의 섬들 중에 다섯 번째로 큰 규모지만 인구는 3500명 남짓해 우스갯소리로 사람보다 가축인 양이 더 많이 살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실제로도 그러하다.

이곳에는 총 8개의 증류소가 있는데 해변가에 위치해 있어 위스키가 숙성되는 동안 바닷가 내음의 영향을 많이 받아 해조류와 같이 짭조름한 맛과 요오드 향이 특징이다. 또한 보리를 건조할 때 석탄의 일종인 피트(peat)를 많이 사용해 스모키함이 강하게 나타난다. 이런 바닷가 풍미의 영향으로 특히 해산물이나 신선한 회, 굴과 잘 어울린다.

라프로익(Laphroaig)과 라가불린(Lagavulin), 아드벡(Ardbeg)이 대표적이다. 단, 주의할 점은 싱글몰트 초보자라면 다른 지역의 위스키부터 시음할 것을 권장하고 싶다. 아일라 위스키는 독특하면서도 다소 병원 소독약 냄새에 가까운 맛과 향이 강해 싱글몰트에 거부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LIQUEUR STORY] 스카치위스키의 다양하고 독특한 개성에 대해
마법과 같은 블렌딩 기법

지금부터는 싱글몰트가 아닌 블렌디드 위스키에 대해 살펴보자. 블렌디드 위스키는 전 세계 위스키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대중화된 제품이다.

블렌디드 위스키는 앞에서 설명한 싱글몰트 원액에 그레인위스키를 블렌딩해서 제조한다. 그레인위스키는 대량 생산이 가능해 제조 단가가 낮다는 장점은 있지만 맛과 향이 가볍고 아주 마일드하기 때문에 단독으로 마시기에는 매력이 거의 없다.

따라서 맛과 향이 풍부한 몰트위스키와의 혼합이 꼭 필요하다. 여기서 수십 종의 몰트와 그레인을 혼합하는 게 블렌디드 위스키 품질의 핵심이다. 대개 그레인위스키 70%와 몰트위스키 30% 비율로 최소 15~50종류의 서로 다른 증류소의 몰트 원액을 블렌딩한다. 수십 종의 위스키를 혼합하는 만큼 이 블렌딩 기법은 예술이나 마법과도 같다고 흔히들 얘기한다. 마치 오케스트라 연주처럼 각각의 악기가 훌륭한 하모니를 만드는 것과 같다.
싱글몰트 위스키를 선호한다면 단일 증류소의 이름과 브랜드의 정통성, 특정 연도에 생산된 빈티지 제품 등 독특한 풍미와 개성을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다.
싱글몰트 위스키를 선호한다면 단일 증류소의 이름과 브랜드의 정통성, 특정 연도에 생산된 빈티지 제품 등 독특한 풍미와 개성을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다.
오케스트라에는 지휘자가 있듯이 블렌딩에는 항상 일정한 맛과 향을 유지하기 위해 ‘마스터 블랜더(master blender)’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여러 브랜드가 오랜 기간 동안의 훈련과 해박한 지식, 그리고 전문가적 감각으로 특색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조니워커, 발렌타인, 로얄 살루트, 윈저, 임페리얼 등 익히 알고 있는 대부분의 위스키 브랜드가 블렌디드라고 보면 된다.

“자, 그럼 오늘 저녁 조용히 진열장에서 잠자고 있는 위스키들을 꺼내 입맛에 맞는 위스키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강윤수 글렌피딕 브랜드 엠버서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