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바로 기후변화의 시대다. 이상기온 등 기후변화야말로 생태적 대참사를 가져올지도 모르는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환경 문제다. 세계는 10년마다 섭씨 0.2도 속도로 더워지고 있으며 앞으로는 더 빠른 속도로 지구 온난화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 여름은 100년 만에 찾아온 이상 폭염으로 극심한 가뭄 피해와 함께 사람이 사망하는 사태가 급증하고 있다.
그런 만큼 기후변화협약을 윤리적인 문제로 인식하는 시각이 급부상하고 있어 주목된다. 벌써부터 올해 말로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포스트 교토의정서’ 논의를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포스트 교토의정서’에서는 회원국들이 윤리적 의무를 다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이 협상에 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갈수록 기후변화협약을 윤리적 문제로서 다루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은 시간과 공간에 의해 피해와 혜택이 분리되고 가장 취약한 계층에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사망사고 등 재앙이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구환경 문제는 문제를 야기한 사람들이 사는 지역과 공간적, 시간적으로 멀리 떨어진 지역의 사람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올 여름 북반구 지역에 폭염과 같은 이상기온은 지구환경 문제의 이런 특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기후변화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국가들은 온실가스(GHG)를 가장 적게 배출하는 가난한 국가들이다. 윤리학 이론들은 식물, 동물과 생태계를 보호하는 책임에 관해 다른 결론을 낼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을 죽이는 것은 윤리 체계가 엄격히 금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윤리적 문제로 부각되는 또 다른 이유는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재앙으로 닥치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기후변화는 인명과 건강과 지속적인 삶을 위한 자원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생물과 생태계를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그 피해는 질병·가뭄·홍수·태풍에 의한 사망, 해수면 상승, 강력한 태풍, 농업에 대한 악영향, 질병의 다양화, 식량 부족, 삶의 터전 상실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나타난다.
더욱이 이제는 광범위한 지역이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에 따라 그 존재가 위협받고 있다. 기후변화는 어떤 이들에게는 재앙과 같은 영향을 미치며 윤리적 책임은 흔히 해당 행위가 야기한 피해의 양에 비례한다. 이런 측면에서 자원 개발 문제를 놓고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는 해수면 상승에 따른 윤리적 문제는 크게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상황이 이런 데도 불구하고 각국이 자국 내에서는 심대한 피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여러 활동을 규제할 권한을 갖는다고 하더라도 구속력 있는 국제법이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울타리 바깥에서 벌어지는 활동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아 왔다. 각국 정부는 윤리적 의무감을 갖고 타국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자국 국민의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대책 차원에서 각국의 입장에서는 ‘그린 성장’과 기업 입장에서는 ‘그린 글로벌 스탠더드’를 맞추는 일이 그 어느 과제보다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는 기업 입장에서는 ‘에너지 청정형’으로 생산구조를 바꾸는 동시에 원자력, 풍력 등으로 에너지원을 다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한국은 ‘그린 성장’, 미국은 ‘아폴로 프로젝트’, 일본은 ‘뉴 21세기 플랜’을 추진하고 있거나 고려 중이다. 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청정 에너지원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는 가운데 최근 들어서는 바이오매스에너지 자원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는 추세다. 바이오매스 에너지원이란 이상기온을 일으키는 주범인 이산화탄소(CO₂)를 대체할 광합성 작용 등을 통해 태양에너지를 저장한 식물성 유기체를 통칭하는 에너지원을 말한다.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바이오매스가 부상하는 데에는 많은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매스에서 추출한 바이오 연료 등은 에너지 자원을 재배, 육성해 반복 생산할 수 있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다. 또 바이오매스 자원은 에탄올, 디젤 등과 같은 액체연료나 메탄, 수소 등과 같은 기체연료로 변환해 기존의 석유나 가스의 대체에너지로 사용 가능하다.
하지만 바이오매스 에너지원에 전 세계 국민의 보편적인 에너지원이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바이오매스는 재생 가능하나 산림 조성, 토지 확보 등과 같은 재생을 위한 에너지 투입이 필요하다. 또 계절에 따라 자원양이 급변해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난점이 있다. 따라서 바이오매스는 그동안 주로 식량, 소재 등으로 이용돼 왔다. 그런데 이를 에너지로 이용하는 것은 부가가치의 감소를 초래할 여지가 많다.
현재 바이오매스는 연간 2000억 톤이 생성되는데 이를 모두 전력이나 열에너지로 전환할 경우 전 세계 에너지 사용량의 8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이용 가능한 바이오매스는 농산물, 삼림, 해양식물의 일부로 한정돼 왔다. 앞으로 기술개발 등을 통해 관련 영역을 확대해 나갈 경우 바이오매스 에너지원은 무궁무진하다고 관련 기관들은 보고 있다.
특히 앞으로 전개될 기후변화협약 시대에는 에너지원으로 바이오매스 에너지원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매스 에너지원을 연소시키더라도 대기 중에 방출되는 CO₂는 바이오매스 육성 시 광합성에 의해 흡수되는 중립적인 에너지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바이오매스 에너지 자원과 관련된 단점을 보완할 경우 대체에너지로서의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것도 이 이유에서다.
국가별로는 인도네시아가 녹색에너지 자원인 바이오매스 분야에서 성장 잠재력이 매우 높은 나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일본의 브릭스연구소를 비롯한 중장기 예측기관 가운데 현재 세계 경제에서 중심국으로 부각되고 있는 브릭스(BRICs)에 이어 포스트 브릭스 국가로 인도네시아를 꼽는 기관들이 의외로 많아지고 있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 삼림자원 보고서(2005)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브라질, 러시아, 콩고, 호주, 콜롬비아, 중국에 이어 세계 7위의 바이오매스 자원보유국이다. 하지만 바이오매스 자원의 접근성이나 대외 개방성 측면에서 볼 때 보유량 1∼6위 국가들에 비해 중요성이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이처럼 바이오매스 에너지 분야에서 유망한 것은 바이오매스 에너지 생산의 기반이 되는 열대·아열대 삼림과 습지대를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삼림 지역 가운데 개발되지 않고 여전히 삼림으로 남아 있는 지역의 비율은 48.8%로 콩고 58.9%, 브라질 57.2%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다.
이 밖에 인도네시아는 농산물 등을 활용한 바이오매스 에너지의 생산 잠재력이 아세안 국가 가운데 가장 큰 것으로 추정된다. 오히려 현재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원인 화석연료의 매장량을 감안하면 에너지원으로 중동보다 인도네시아가 갈수록 부각될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현재 인도네시아 정부는 장기간의 투자와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바이오매스 에너지 개발을 위해 해외 자본을 적극 유치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새로운 에너지 개발이 절실한 우리나라로서는 인도네시아의 잠재력에 관심을 기울여 인도네시아와의 대외 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다행인 것은 한국 기업들이 인도네시아 바이오매스 에너지원 개발 계획에 가장 적극 참여하고 있는 점이다.
인도네시아는 에너지 자원 부족과 가격 상승에 대처해 기존의 광물자원 개발을 추진함과 동시에 바이오매스 등 새로운 에너지원의 개발에도 정책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6년 7월에는 국가 그린에너지 개발팀을 설치했다. 2025년까지 화석연료 비중을 축소하고 지열, 바이오매스 에너지 등의 비중을 확대하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아직까지 국내 수요가 많지 않고 기술 수준이 낮은 팜유 같은 바이오 에너지 원료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으나 앞으로는 그 범위를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런 개발과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이 부족해 어려움에 봉착해 왔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많은 정책적인 혜택을 주면서까지 해외 자본을 적극 유치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바이오매스 에너지의 조달과 이용을 촉진하고 이를 통해 고용도 함께 늘리는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에너지 자급 마을(ESSV) 설치, 각 지역의 잠재적 바이오매스 에너지 개발, 특별 바이오매스 에너지 존 설치 등을 추진 중이다. 이미 2년 전부터 발전연료 등에 5%의 바이오매스 에너지 혼입을 의무화했다.
앞으로 기후변화협약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에 대비해 바이오매스 에너지원에 대한 인식을 제고시킬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바이오매스 에너지원에 대한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바이오매스 에너지원 현황 파악과 산림 보존 등을 통해 잠재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참고적으로 FAO의 세계 삼림자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바이오매스 에너지원이 5억7000만 톤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대외적으로 바이오매스 에너지원 보유국과의 관계 개선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 바이오매스 에너지원이 앞으로 유망 산업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국내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시켜 나가는 노력이 형성돼야 한다. 특히 바이오매스 산업의 특성이 현지 토착형인 만큼 국내 기업들의 해외 투자를 안내할 경우 현지 토착화 문제를 중시해야 한다.
많은 바이오매스 에너지 보유국 가운데 지리적으로나 자원 개발이나 해외 자금 유치에 한국 기업을 가장 선호하고 있는 인도네시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도네시아는 다양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자원부국일 뿐 아니라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바이오매스 에너지 분야에서도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큰 국가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분야는 대외 개방도가 낮은 데도 인도네시아는 다른 나라에 비해 해외 자본에 호의적이어서 신에너지자원이 절실한 우리로서는 인도네시아의 바이오매스 에너지 자원 개발과 이용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의 무분별한 자원 개발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높은 만큼 벌채에만 주력하기보다는 처음부터 바이오매스 자원을 키워 활용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schan@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