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 루소 프로그램 시작한 CKCO& 이상은 대표
매일유업과 커피 전문점 등에 원두커피를 공급해온 CKCO&이 루소라는 브랜드로 커피 전문점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상은 CKCO& 대표에게 맛과 향에서 차별화된 부티크 커피를 표방한 바이루소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바를 들었다.CK CO&은 1996년 EOE(Easy Open End: 분유 캔에 밀착시킨 얇은 알미늄 뚜껑) 사업으로 문을 연 후, 2004년 매일유업에 원두를 공급하며 식품원자재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지금은 매일유업을 비롯해 커피 전문점과 패밀리 레스토랑 등에 원두를 공급하고 있다. 미국 등 선진 커피 시장 조사 후 탄생한 창업 프로그램
생두를 수입해 로스팅한 후 식품업체에 공급해온 CK CO&이 루소라는 브랜드로 커피 아카데미를 열고, 서울 청담동에 안테나숍을 연 건 최근의 일이다. 아카데미와 안테나숍을 통해 시장분석을 끝낸 CKCO&은 올 6월, 바이루소 프로그램이라는 차별화된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루소랩 창업 프로그램은 총 6주간 이루어진다. 4주간 루소랩 아카데미에서 커피와 창업에 대한 교육 후 청담동 루소 숍에서 2주간 실무 경험을 쌓는 것으로 구성돼 있다. 이 외에도 CKCO&은 입지 선정 컨설팅, 원두 공급 등 창업 예정자들에게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루소랩 창업 프로그램에 앞서 이 사장은 지난해 커피의 본고장인 미국으로 가서 다양한 형태의 카페를 둘러봤다. 특히 스타벅스 본사가 있는 시애틀을 유심히 살폈다. 흔히 시애틀이라 하면 다국적 프랜차이즈를 떠올리지만, 실지로는 부티크 커피라고 부르는 저마다의 개성을 살린 다양한 커피 하우스가 존재한다.
다국적 커피 프랜차이즈도 있지만 스톰프타운, 에스프레소 비바체, 인텔리젠치아 등 지역에 기반을 두고 5~6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부티크 카페들도 많다. 어쩌면 그들이 시애틀의 커피 산업을 이끌 정도로 다양한 부티크 카페가 있다.
“스타벅스의 창립자인 하워드 슐츠가 꿈꾸던 카페가 사실은 그런 곳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는 스타벅스의 문을 열면서 ‘손님의 기호에 맞는 커피를 서비스한다’고 했거든요. 바리스타가 손님과 대화를 하면서 커피를 제공하겠다는 것인데, 매장수가 너무 많아지면서 현실적으로 그런 서비스는 기대할 수 없게 됐죠.”
기존 커피 프랜차이즈점의 한계
커피의 본고장 미국 등 다양한 시장조사 후 루소랩 창업 프로그램을 내놓으며 이 사장이 내건 브랜드 슬로건은 ‘Real Fresh, Real Coffee’다. 신선한 원두의 맛을 제대로 살린 원두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외국계 커피 프랜차이즈들은 외국에서 생두를 사서 로스팅해서 들여오기 때문에 커피의 신선함이 떨어진다. 산화 방지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지만 한 달 이상 지나면 신선한 원두라고 보기 어렵다. 루소 원두는 로스팅한 지 2주 안에 사용하기 때문에 최상의 커피 맛을 낼 수 있다고 이 사장은 말한다.
“한국에 커피 전문점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은 게 1990년대 말입니다. 도회적인 인테리어와 에스프레소 커피를 접목한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이 하나둘씩 생겼고, 지금까지 도시 직장인들의 아이콘처럼 자리 잡게 된 거죠. 이제는 누구나 점심값보다 비싼 돈을 지급하고 커피를 사서 마시는 시대가 됐습니다. 커피의 대중화가 상당히 진전됐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커피 전문점들이 커피의 질에는 좀 소홀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해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커피 전문점들은 1만여 개에 이른다. 조사에 빠진 작은 커피 전문점까지 합하면 1만5000~2만 개에 육박한다는 게 이 사장의 생각이다. 그런데 많은 커피 전문점들이 양질의 커피를 제공하는 대신 획일화된 커피를 제공한다. 여기에는 커피 프랜차이즈가 갖는 수익성의 한계가 크게 작용한다. 외식 프랜차이즈는 기본적으로 가맹비와 인테리어비, 그리고 식자재 납품 등에서 이익을 창출하는 구조다. 그런데 커피 프랜차이즈에는 식자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외식업에 비해 현저히 낮다.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식자재라고 하면 크림과 시럽 등이 있지만 주는 역시 커피다. 일반 외식품 프랜차이즈에서는 식자재의 비중이 30%에 이르지만, 커피 전문점은 10% 내외에 불과하다. 자연 마진이 적을 수밖에 없고, 낮은 마진율을 극복하기 위해 매장을 많이 열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커피 전문점의 본질인 커피 맛은 등한시되는 것이다. 커피 전문점을 찾는 손님들도 커피의 질보다는 거리가 가깝거나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어서 커피 전문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이 사장은 이제는 양적 성장보다는 커피 애호가들에게 보다 좋은 커피를 제공하는 시기가 됐다고 본다.
한국형 부티크 커피 전문점의 모태가 될 터
“한국에서는 커피 사업이 숍 비즈니스라는 인식이 있지만, 커피는 기호식품입니다. 당연히 숍 비즈니스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반짝하는 아이디어로 성장하기보다는 양질의 인프라가 장기적으로 필요한 거죠. 원두 시장 자체가 세계 경제의 영향을 많이 받는 등 저희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의 커피 시장은 매년 20% 이상 성장해왔고, 한동안은 그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양적인 성장 다음에는 질을 따질 수밖에 없는데, 저희는 한국 커피 시장이 그 시기에 진입했다고 보는 거죠.”
CKCO&의 커피 전문점 창업 지원 프로그램은 이 같은 고민에서 출발했다. 동네 어디를 가도 커피 전문점이 있을 정도로 커피 시장은 레드오션이다. 그러나 많은 커피 전문점이 양적 성장에 치중하는 사이 커피의 질은 상대적으로 외면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질적인 차별화에 주안점을 둔다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미국을 보더라도 주택가 한복판에 원두를 로스팅하면서 커피를 판매하는 곳이 적지 않다. 애호가들은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고 집으로 돌아갈 때 로스팅한 커피를 사서 간다. 이 사장은 조만간 한국도 이런 시대가 도래할 거라고 확신한다.
실제로 서울 강남과 분당, 일산, 평촌 등에 가면 미국과 유사한 형태의 커피 전문점을 찾을 수 있다. 바리스타들이 직접 운영하는 이런 커피 전문점들은 커피와 함께 직접 로스팅한 원두를 판매하고 있다.
바이루소 창업 프로그램은 곧 다가올 시대를 대비한 포석인 셈이다. 커피를 잘 아는 전문가를 키워내고, 그들을 통해 한걸음 앞선 커피 문화를 만들겠다는 계산이다. 물론 그 뒤에는 좋은 품질의 원두가 자리할 것이다.
“커피 전문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당연히 커피의 맛과 향입니다. CKCO&에는 6명의 Q-그래이더와 세계적인 바리스타대회에서 입상한 바리스타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체계적으로 커피를 가르치고 본사에는 다양한 분야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루소랩 창업 프로그램이 앞으로 한국의 커피 문화가 발전시키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기를 바랍니다.”
글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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