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유파 하이닝중국피혁성주식유한공사 사장
중국 유통 경제를 이끄는 대표적 기업 가운데 하나인 저장(浙江) 성 하이닝(海寧) 시 하이닝중국피혁성주식유한공사 (이하 하이닝피혁성)는 ‘중국의 신세계’로 불릴 만큼 피혁제품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패션 유통기업이다. 1994년 설립 후 대단위 쇼핑센터로 급성장해 온 하이닝피혁성의 런유파(任有法) 사장이 한국을 찾았다.‘중국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본 한국 기업의 성공과 실패’라는 주제로 마련된 서울대 특강 일정 때문. 인천국제공항에서 막 서울로 들어온 런 사장을 만났다.
그는 특강 스케줄 외에도 한국과의 여러 가지 사업적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듯했다. 인천국제공항 도착 시간이 오후 3시 40분. 런유파 하이닝피혁성 사장은 공항에서 서울 강남의 한 한식당으로 직행했다. 연휴의 마지막 날, 서울의 녹록잖은 교통 상황으로 인터뷰는 1시간이 지체된 오후 6시부터 시작할 수 있었다.
“서울은 이번이 네 번째인데 10년 전 처음 올 때만 해도 발전된 도시 모습에 깜짝 놀랐었죠. 그런데 지금은 중국이나 한국이나 비슷한 것 같습니다.(웃음)”
다부진 체구에 사람 좋아 보이는 너털웃음을 지어보이는 런 사장은 군인 출신으로 하이닝피혁성을 설립한 후 지난 19년간 중국 유통 경제를 이끄는 대표적 기업인이다. 부유층이 많다고 알려진 저장성의 하이닝시는 상하이(上海), 항저우(杭州), 쑤저우(蘇州), 닝보(寧波) 등 양쯔강 지역 4대 도시의 중간에 위치한 양쯔강 삼각주의 교통 허브로 중국의 피혁산업이 시작된 지역. 중국에서 하이닝은 중국 강남지역의 보석 같은 도시로 풍부한 천혜 자원과 관광 사이트로 풍요로운 도시로 발전해 왔다. 현재 피혁은 하이닝시의 중요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런 사장이 자신의 출신지이기도 한 하이닝에서 피혁성을 개업한 것은 1994년. 하이닝피혁성은 19년 전 개업 이래 중국 내 최대 규모, 가장 영향력 있는 피혁 전문 쇼핑센터로 피혁 의류와 인조 모피, 모피, 가방, 신발 등을 판매하는 스토어 입점은 물론 5성급 호텔, 국가기관, 엔터테인먼트 구역까지 갖춘 피혁 전문 복합유통단지의 형태로 현재 3개점(짱수쑤양피혁성·랴오닝통얼바오피혁성·허난신샹피혁성)이 영업 중이다.
오는 9월에는 쓰촨성에 4호점 오픈이 예정돼 있다. 적게는 20만 ㎡, 크게는 100만 ㎡의 규모를 갖춘 피혁성은 지난 2007년 국가로부터 저장성의 주요 관광지로도 선정됐으며, 중국인과 외국인을 포함해 연간 500만 명 이상이 방문할 정도로 대중화된 쇼핑센터다. 하이닝피혁성 한 곳의 지난해 매출만 해도 20억 달러(약 2조3000억 원)에 달할 정도로 성업 중이다. 런 사장은 앞으로 하얼빈(哈爾濱), 베이징(北京), 후허하오터(呼和浩特), 우루무치(烏魯木齊) 등의 지역에도 피혁성을 개장, 전국적인 브랜드 체인화를 꾀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와 한국무역협회가 공동 주최한 특별 강연 이후에도 한국 유통기업과의 미팅이 예정돼 있는 그가 한국 기업들에 전수하려는 성공 전략이 궁금했다.
방한을 환영한다. 한국 방문이 처음은 아닌 것으로 안다.
“사실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에 발을 디딜 때까지는 여기가 한국인지 중국인지 구분이 잘 안되는데, 호텔에 도착해서 바깥을 내다보면 여기가 서울이구나 싶다.(웃음) 문화가 비슷해서 그런 것 같다. 10년 전에 처음 올 때는 두 가지에 놀랐었다. 첫째는 차가 너무 막혀서였고, 두 번째는 현대, 기아 등 자국 생산 자동차들이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번 방문의 목적은 무엇인가.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초청으로 서울대에서 강연을 하게 됐다. 중국 내에서는 많이 했는데 해외에서 강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중요한 목적은 시장조사다. 같이 일할 기업을 찾는 중인데 구체적인 것은 아직 밝힐 수가 없다.”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의 초청을 받게 된 배경과 이번 특강의 포인트는 무엇인가.
“하이닝피혁성의 성공 스토리를 해외 기업들과 나누고 해외 기업들에게 중국 시장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 주고 싶다. 중국 내에 공장을 설립한 외국 기업이 매우 많지만 성공을 거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어떻게 해야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는지 알려주는 것이 포인트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는가. 개인적으로 성공했다고 보는 한국 기업이 있다면.
“자싱(嘉興) 지역으로 진출한 한국타이어와 효성산업을 꼽을 수 있다. 하이닝에 한국 기업이 많은 편인데 두 기업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본격적인 투자 이전에 면밀한 시장조사와 철저한 현지화 전략 덕분이다. 공장의 공정은 물론 철저하게 하이닝 사람을 고용함으로써 정부기관과의 관계 정립도 매끄럽게 이어가고 있다. 본토화에 성공하려면 이념마저 중국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 사람을 믿고, 마음을 맞춰 함께 일할 기업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국 기업이나 상품군 가운데 중국 시장 진출 시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되는 것이 있다면 말해 달라.
“구체적으로 어떤 기업, 어떤 상품군이라고 말하긴 어렵고, 일단은 중국 기업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는 점, 중국 민생에 대한 정확한 파악, 시장조사 등이 필수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한국 기업들을 지켜보며 아쉬웠던 것은 각 기업이나 브랜드가 협업을 통해 진출하지 않는 점이었다. 개별 브랜드나 상품으로 들어오는 것보다는 쇼핑센터를 개점하면서 여러 상품이 함께 진출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군인 출신으로 피혁사업에 뛰어든 것으로 안다. 1994년 창업 후 지금까지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지금은 노하우가 쌓였지만 초창기만 해도 소비자는 어디로 가야할지, 우리는 상품을 어디서 팔아야 할지를 잘 몰랐다. 하이닝피혁성이 규모가 커지고 난 후에는 전국 유통망을 어떻게 재편해야 할 것인지가 고민이었다. 연구와 고민 끝에 상품을 엮는 방법을 택했다. 개별 상품들을 하나로 묶어서, 즉 그룹화함으로써(피혁 패션 전문이라는 한 가지 방향성) 하이닝피혁성의 전국적인 인지도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해외 기업들에 중국 시장 진출 시 상품의 그룹화를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중소 패션 기업들에 필요한 부분이다.”
하이닝피혁성 내에는 5성급 호텔까지 있다. 쇼핑센터에 호텔을 입점시킨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은 쇼핑 문화가 이미 발전과 성숙을 이룬 나라다. 중국은 발전 과정에 있는 나라다. 호텔 소비보다 쇼핑몰 발전 속도가 더 빨랐는데, 호텔은 사실 쇼핑 고객들의 필요에 의해 만들게 됐다. 하이닝피혁성에는 하이닝 지역 손님들도 있지만 다른 성 등 멀리서 오는 고객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반경 300km 이내 지역 고객들이 많은데 그들의 편의를 위해 호텔을 운영하게 됐다.”
피혁성은 현재 3호점이 운영 중이고 4호점 개점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 연 매출 규모와 고객 프로파일이 궁금하다.
“4호점은 오는 9월 28일 쓰촨성 청두(成都)에 오픈할 예정이다. 선양(瀋陽) 지역 매출이 가장 좋은 편인데, 외국인과 부유층 고객이 많기 때문이다. 청두피혁성이 개점하면 주변 부유층들이 그쪽으로 이동할 것으로 본다.” 오는 8월이면 한·중 수교 20주년을 맞이한다. 양국의 수교가 양국의 경제발전에 어떤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나.
“수교의 영향은 매우 컸다. 수교 당시 양국 무역규모가 53억 달러였지만, 지난해는 2456억 달러로 성장했다. 하지만 수교는 초석일 뿐이다. 한국과 중국 기업인들의 교류를 위한 기반을 마련해줬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소비경제도 그랬지만 중국 역시 중산층의 증가가 내수경제 성장에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 중산층과 중국 중산층의 차이가 있다면.
“한국 중산층은 성숙된 소비자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예를 들면 브랜드보다는 제품의 질을 중요시 여긴다. 중국 중산층은 아직까지는 그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본다. 해외 (유명) 브랜드를 선호하는 성향이 강한 편이다.”
하이닝피혁성을 향후 어떤 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싶은가.
“가죽 분야에 관한 한 최고의 브랜드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특히 모피제품은 가격 경쟁력과 함께 유럽 기업과의 기술제휴로 퀄리티 또한 우수해 매출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미 세계적인 패션쇼를 하이닝피혁성에서 개최하고도 있지만, 중국을 대표하는 패션기업으로 성장시킬 것이다.”
이번 방한에 유통기업 CEO 미팅이 잡혀 있는 것으로 안다. 한국 기업 가운데 함께 일하고 싶은 기업이 있다면.
“사실이다. 사업 파트너를 찾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기는 힘들다. 사업적 비밀이다.(웃음)”
글 장헌주 기자 chj@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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