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펀드 수익률 기지개
펀드평가사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해외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연초 이후 13.02%에 달했다. 인도 펀드가 19.95%로 해외 펀드 중 최고 수익률을 올렸다. 지난 1월 24일 인도중앙은행(RBI)이 지급준비율을 전격적으로 0.5%포인트 인하한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지준율을 내리면서 3200억 루피 규모의 돈이 시장에 풀릴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향후 기준금리 인하 등 후속 조치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 덕분에 인도 센섹스 지수는 작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 밖에 러시아(17.95%)·브라질(17.41%)·신흥 유럽(16.34%)·중남미(15.57%) 펀드 등도 연초 이후 수익률에서 상위권에 랭크됐다.
설정액이 12조3000억 원으로 전체 해외 주식형 펀드(31조2400억 원)의 40% 가까이를 차지하는 중국(홍콩H주) 펀드는 13.88%, 설정액이 두 번째로 큰 브릭스 펀드는 14.85%의 수익률을 올렸다.
설정액 100억 원 이상 개별 펀드 중에서는‘미래에셋인디아인프라섹터1A’가 26.62%로 최고의 수익률을 거뒀다. 홍콩H지수 등락률의 1.5배만큼 수익률이 나오는‘ING차이나불1.5배A’(26.09%)와‘한화차이나H 스피드업1.5배A’(25.63%)를 포함해 ‘KB인디아A’(24.32%),‘IBK인디아인프라A’(22.58%) 등의 수익률도 우수했다. 중국·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유망
국내 주요 7개 증권사 전문가를 대상으로 해외 유망 지역에 대해 조사한 결과 중국, 인도네시아, 인도 등 아시아 지역이 제일 유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용희 현대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중국 증시는 1분기까진 성장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지만 2분기 이후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그동안 중국의 펀더멘털에 비해 긴축 강화가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점을 감안하면 긴축 완화 기대감도 긍정적 요인”이라고 말했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도 “작년 말 이후 물가 상승세가 둔화되기 시작해 긴축의 정당성이 약화되고 있는 데다 경착륙 우려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 주가 상승이 기대되는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는 안정된 내수시장과 풍부한 자원이 유망지역으로 꼽히는 요인이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아시아 신흥국 경제의 상대적인 고성장과 중산층 인구와 소비 증가, 통화 강세 기조 등은 유럽 재정위기가 진정될 경우 글로벌 투자자금의 이전을 촉진시킬 것”이라며 “인도네시아, 인도 등 신흥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올라가고 있어 이들 국가에 대한 투자 매력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른 지역 신흥국 중에는 브라질이 삼성증권과 우리투자증권으로부터 복수 추천을 받았다. 중앙은행이 지준율을 내리는 등 그간 지속된 긴축정책의 강도가 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는 유일하게 미국이 유망 지역에 올랐다. 서동필 연구위원은 “미국 중앙은행인 Fed가 견조한 경기 회복을 위해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한다고 밝힌 상태여서 주가 흐름이 긍정적일 것”이라며 “경기 관련 지표들도 예상보다 좋게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NH-CA인도네시아포커스’ 복수 추천
해외 펀드 중에서는 ‘NH-CA인도네시아포커스’가 하나대투증권과 현대증권의 유망 해외 주식형 펀드 대상에 함께 올랐다. 이 펀드는 다른 해외 펀드들이 최근 1년간 평균 8%대의 손실을 보는 과정에서도 26.44%의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인도네시아는 신흥 시장 중 브릭스를 이을 차세대 선두 주자로 꼽히고 있다. 김대열 팀장은 “인도네시아에 투자하는 대표 펀드로 최근 운용 성과나 안정성 면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신한BNPP봉쥬르미국’과 ‘신한BNPP봉쥬르동남아시아’를 유망 펀드로 꼽았다. 중국 펀드들도 대거 투자할 만한 펀드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증권은 ‘삼성차이나2.0본토’펀드를 추천했고 하나대투증권은‘하나UBS차이나’, 한국투자증권은 ‘피델리티차이나컨슈머’, 현대증권은‘미래에셋차이나A셰어’를 관심을 가질 만한 펀드로 꼽았다.
이 밖에 브릭스 펀드의 원조 ‘슈로더브릭스’(우리투자)와 ‘KB브라질’(삼성), 한국과 미국 증시에 동시 투자하는 ‘동양TG KOR-US’ 등도 유망 펀드로 추천을 받았다. 중국, H주 펀드보다는 본토 나을 듯
연초 이후 수익률만 놓고 보면 중국 펀드 내에서도 홍콩H주 펀드가 본토 펀드보다 3배나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홍콩H주 펀드는 연초 이후 평균 13.88%의 수익률을 올렸다. ‘JP모간차이나A’는 19.25%로 최고 수익률을 거뒀고‘블랙록차이나(H)(A)’(17. 06%)와 ‘KB스타차이나H인덱스A’(16.91%),‘미래에셋차이나인프라섹터1A’(16.42%)도 수익률 상위에 포진했다.
이에 비해 중국 본토 펀드는 연초 이후 4.67% 수익률을 내는 데 머물렀다. 수익률이 가장 높은‘한국투자셀렉트중국A주H(A-e)’도 11.90%의 수익률을 올리는 데 그쳤다.
이 같은 수익률 차는 연초 이후 글로벌 유동성이 급증하면서 자금 유출입이 자유로운 홍콩 증시로 몰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홍콩H 지수는 글로벌이머징마켓(GEM) 펀드로 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되는 효과를 보고 있다. 김용희 팀장은 “연초 이후 현재까지는 유동성 장세 영향으로 금융주와 에너지 비중이 높은 홍콩H주 펀드가 상대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는 중국 본토 펀드를 보다 유망하게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용희 팀장은 “중국 증시가 본격적인 상승궤도에 진입한다면 소비재를 비롯해 업종 배분이 잘 된 중국 본토 증시가 상대적으로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송 신한금융투자 펀드리서치팀장도 “중국 증시 중에서도 홍콩H 시장보다 본토의 A주 시장이 실적 대비 주가 수준에서 보다 매력적인 상태”라며 “중국 정부의 내수 부양에 의한 증시 상승 때도 더 큰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펀드 역시 장기적인 관점에서투자를 권했다. 조병준 동양증권 연구위원은 “중국의 장기 성장을 기대하고 3년 이상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반면 기존 투자자 중 중국 펀드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투자자에게는 분할 환매할 것을 권했다. 황규용 한국투자증권 WM컨설팅부 차장은 “과거 중국 펀드에 들어 손해를 보고 있다면 지수 수준을 단계별로 나눠 목표지수에 도달할 때마다 나눠 환매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서정환 한국경제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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