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가까워지는 건강 철학 - 2

5년 전, 영국 신경제학재단에서 이른바 행복 지수를 발표한 적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행복 지수는 정확히 말하면 행복한 지구 지수(HPI·Happy Planet Index)로 삶의 만족도, 평균 수명, 에너지 소비나 생존에 필요한 면적 등 환경적인 요건을 계산해서 나온 수치다.

여기서 한국은 전 세계 178개국 중 102위, 아시아 24개국 중에는 21위에 랭크됐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을 개최한 국가치고는 초라한 성적이다. 국민소득 2만 달러의 국가가 내전 중인 버마보다도, 종교 분쟁으로 총성이 그치지 않는 스리랑카보다도 행복하지 않다?

한국인의 실상을 보면 그 결과가 터무니없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고등학교나 대학을 졸업하면 곧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 강도 높은 업무와 상사의 잔소리 사이에서 하루 종일 외줄타기를 반복한다. 나이가 들어도 현실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자식들의 등록금 걱정부터 노후 계획까지. 사람들은 너무 많은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삶의 의미조차 잊곤 한다. 요즘 세상은 그야말로 스트레스의 지옥인 셈이다.

스트레스라는 말은 미디어에서도 일상생활에서도 많이 오르내린다. 원래 스트레스란 물리학에서 물체를 변형시키는 압력이나 힘을 뜻하는 말이다. 오늘날 스트레스는 보이지 않는 힘으로 현대인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만병의 근원이 되는 스트레스는 우리 몸에 이리 저리 힘을 가하고 압박해 비정상적인 형태로 변형시킨다.

언뜻 생각하면 스트레스라는 말이 산업혁명 이후에 분업으로 개인에게 과도한 업무가 주어지면서 발생한 새로운 형태의 용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스트레스라는 의미를 지닌 칠정상(七情傷)이라는 한의학 용어가 이미 옛날에도 존재했다. 노하고(怒), 기뻐하고(喜), 생각하고(思), 걱정하고(憂), 슬퍼하고(悲), 두려워하며(恐), 놀라는(驚) 등 일곱 가지 감정을 인간의 기본 감정으로 보았던 것이다.
스트레스와 싸우는 현대인
칠정상이 유발하는 신체적 문제

칠정상은 다양한 감정의 자극이라는 점에서 단순히 억압만을 의미하는 스트레스보다 범주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감정이 극으로 치달으면 우리 몸에는 많은 변화가 생긴다. 화를 많이 내면 간에 무리가 가서 혈이 탁해질 수 있으며, 걱정이 많으면 비위의 순환에 문제를 일으켜 몸이 붓고 저릴 수 있다. 특히 여성의 몸에서는 이러한 장기의 기능 부전이 생리 불순과 생리통 등의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다.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사람은 쉽게 슬퍼하고 두려움이 많으며 걱정이 많다. 이런 경우는 전반적으로 비(脾)와 신(腎)의 기능을 점진적으로 저하시킨다. 자꾸 남과 비교하게 되고, 자신이 위축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기의 순환이 저하되기 때문에 울체가 되기 쉬운 체질이 된다. 스트레스로 인해 화가 많이 날 때에는 간에 화열이 많이 가기 때문에 이를 식힐 필요가 있다.

생각이 많을 때에는 비위에 무리가 간다. 잠을 설치기도 쉽고 어려운 현실 때문에 도피 경향으로 꿈을 많이 꾸기도 한다. 편히 쉬어야 하는데 머리가 계속 생각을 하고 쉬지를 못할 경우,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 한의학에서 전신의 기를 순환시키는 역할은 비가 담당하는데 계속된 생각으로 비가 무리하게 되면 갑자기 기능이 중단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소화 기능이 떨어지게 되고 순환되던 기가 특정 부위에 멈춰 뭉치게 돼 몸의 여기저기에 부종이 생길 수 있다.

우울하고 미래가 두려울 때에는 폐나 신에 무리가 가서 몸에 울체가 생긴다. 이러한 울체가 기도에 생기면 아무것도 없는데 목구멍이 답답한 매핵기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고, 신장에 생기면 방광염 증세를 보일 수도 있다.

생각이나 걱정을 없애기란 쉽지 않다. 저절로 드는 생각을 억제하는 건 의지만큼 쉽지 않다. 따라서 그럴 바에는 즐겁고 희망찬 생각을 하거나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 우울할 때에는 반대로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구체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과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해서 알고, 진정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머릿속에 걱정보다 희망이 많아질 때 당신의 몸도 더욱 가벼워질 것이다.

박성우 경희보궁한의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