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투체어스 강남센터 박승안 부장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 강남센터 부장은 2002년부터 프라이빗 뱅커(PB) 생활을 시작한 경력 10년의 베테랑이다. 고액자산가들의 집사를 자임하며 PB 생활을 해온 그는 ‘부자들에게는 남다른 유전자’가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그가 경험한 고액자산가들의 특징과 최근 투자 패턴이다.
[부자들의 자산관리]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부자들의 투자법
국내 금융기관들이 프라이빗 뱅킹(PB)시장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0년대 후반 들어서다. 이전까지는 프라이빗 뱅커(PB)의 역할이 그리 큰 주목을 끌지 못했다. 높은 금리와 IMF 이전까지만 해도 지칠 줄 모르고 상승하던 부동산 가격 덕에 별다른 자산관리가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IMF를 계기로 리스크 관리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저금리에 다양한 금융 상품의 출현 등으로 종합적인 자산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 강남센터 부장이 PB 생활을 시작하던 1999년이 그 시기다. 당시 그는 증권사에 몸담고 있었다. ‘약정보다 자산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회사의 방침에 동참해 PB 생활을 시작했다. 2005년 우리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PB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그가 있는 강남센터는 우리은행 본점 소속의 유일한 PB센터다. 2005년 문을 열 때부터 강남센터에서 있었던 덕에 그는 강남의 부자들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안다.

“명함에 보면 PIB(Private Banking + Investment Banking) 부문이라고 돼 있습니다. 기존 PB 업무에 투자은행(IB)의 역할까지 한다는 의미입니다. 중견기업 오너분들까지 고려한 거죠.”



부동산 침체기에 부동산 부자 된 고객

다양한 고객을 만나온 그는 최근 자산 시장을 ‘빈익빈 부익부’라는 한 단어로 설명했다. IMF와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부의 집중현상이 이전보다 훨씬 뚜렷해졌다는 말이다. 이자 지불이나 원리금 상환이 불가능해 자산을 내놓는 이들이 있는 한편, 다른 쪽에서는 이를 헐값에 사들이는 이들이 있게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부의 편중현상은 당연한 결과다.

박 부장은 이 같은 현상을 카지노에 비유한다. 갬블러와 카지노의 싸움에서 카지노가 항상 이길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발행권에 있다. 발행권이 있는 카지노는 칩을 무한대로 찍어낼 수 있다. 카지노와 갬블러의 승률이 51 대 49라 하더라도, 항상 카지노가 이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개인 고액자산가들이 이와 비슷하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테헤란로에 건설사와 저축은행 소유의 부동산이 적잖이 매물로 나오지만, 개인 소유의 부동산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고액자산가들은 지금이 매입 적기로 보고, 어떤 부동산이 나오는지를 살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탄탄한 여유자금만으로 부자들을 설명할 수 없다. 타고난 재능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이런 재능은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동물적으로 대처하는 것을 보면 타고난 재능이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자산가들은 시장이 좋으면 수익률에 신경을 쓰지만, 시장이 안 좋을 때는 리스크 관리에 더 치중합니다. 일반인들보다 먼저 위험을 감지하고 행동을 취합니다. 동시에 위험 이후에 찾아올 기회를 잡기 위한 준비도 하는 거죠. 일례로 위기가 오면 정부에서 다양한 대책을 내놓습니다. 그 대책이 실효를 거두기까지 시간이 필요한데, 자산가들은 언제 실효를 거둘지 눈여겨보는 거죠. 그런 건 가르친다고 알 수 있는 건 아니죠.”

최근 부동산으로 큰돈을 번 한 고객이 대표적인 사례다. 요즘 같은 부동산 침체기에 부동산 투자에 성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자산가들이 부자가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오랫동안 중소기업을 운영해온 그 고객은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기업을 매각했다. 기업을 매각하며 적지 않은 유동성을 확보한 그는 금융위기가 닥치자 강남 일대의 나대지를 물색했다. 서울 한복판인 강남이지만 찾아보면 정비업소나 주차장으로 쓰는 나대지가 적지 않다. 고객은 그중 사업상 어려움에 처한 소유주가 내놓은 땅을 싼 가격에 매입했다. 그곳에 건물을 올린 그는 임대에도 성공해 알짜 부동산의 주인이 됐다.

그의 부동산 투자는 거기서 머물지 않았다. 부동산 투자로 돈을 모은 후 처음보다 조금 큰 땅을 매입했다. 가진 현금만으로는 부족해 레버리지를 일으켜 그곳에 건물을 지었다. 그렇게 지은 건물을 한 채도 분양하지 않고 임대해 높은 임대수익을 얻고 있다.

박 부장은 고객이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하는 것을 돕는 일도 PB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유명 기업가들의 부동산 중에 담보 설정이 안 된 곳이 없다. 부자들은 기회가 생기면 레버리지를 활용해서라도 투자를 감행하기 때문이다.
고액자산가들은 대부분 긍정적인 사고의 소유자다. ‘세상은 항상 잘 될 거야’라고 생각한다. 미래를 밝게 보기에 위기에서도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이다.
고액자산가들은 대부분 긍정적인 사고의 소유자다. ‘세상은 항상 잘 될 거야’라고 생각한다. 미래를 밝게 보기에 위기에서도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이다.
부자들의 4가지 남다른 특징

투자를 할 때는 과감하지만 요즘같이 유동성이 큰 시기는 일반적으로 흥분하지 않고 차분히 기회를 기다릴 줄 아는 게 또 고액자산가들이다. 그러면서 혹시 비과세 상품 중에 놓친 것은 없는지를 점검하고, 가입했더라도 금액을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고객들은 자산관리와 함께 자녀들에게 부를 이전하는 데도 관심이 많습니다. 어려서부터 장사 경험을 쌓게 하거나 경영 수업을 하는 거죠. 부자들을 보면서 제 나름대로그들의 특징을 파악하게 됐습니다.”

그가 말하는 부자들의 네 가지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고액자산가들은 대부분 긍정적인 사고의 소유자다. ‘세상은 항상 잘 될 거야’라고 생각한다. 미래를 밝게 보기에 위기에서도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이다.

둘째, 과감하게 행동할 줄 안다. 지식만 봐서는 대학교수들을 따라갈 수 없다. 그런데 대학교수 중에 부자는 그리 많지 않다. 많이 아는 것보다 핵심을 알고 바로 행동에 옮기는 게 중요하다.

셋째, 쓸 데 없는 낭비를 하지 않는다. 고액자산가들은 TV에 등장하는 것처럼 화려하게 생활하지 않는다. 투자인지 소비인지를 먼저 가리고, 소비라면 최대한 줄이려 애쓴다. 고액자산가들은 어쩌면 잘 버는 것보다 잘 지킬 줄 아는 사람들이다.

넷째, 보이지 않는 돈을 잘 지킨다. 대표적인 게 세금과 각종 수수료다. 고액자산가들은 작더라도 세금과 수수료 등 보이지 않게 나가는 돈을 용납하지 않는다. 따라서 스스로 납득이 될 때까지 알아본다.


신규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