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한 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하는 2012년 세계 경제 성장 전망이 예상보다 좋지 않다. 작년에 비해서 경기가 나아질 이유나 조짐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미국 경기는 이제 겨우 바닥을 벗어나는 중이고 유로존의 위기는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뾰족한 해법조차 보이지 않는 마당에 믿었던 중국 경제까지 경착륙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나쁜 뉴스는 몰려서 온다고 했던가. 여기에 핵무기 개발 의혹을 사고 있는 이란이 서구의 경제 제재에 맞서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한다. 이럴 경우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뛸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수많은 난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아까운 시간만 흘러가는 형국이다 보니 세계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스럽게 여겨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망은 어디까지나 전망일 뿐, 과거의 사례를 보면 이러한 연구소의 전망이 크게 빗나갈 가능성도 높다. 이는 예측 모델의 문제라기보다는 가정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예컨대, 많은 경제연구소가 유로존의 문제 해결이 지지부진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만약 문제를 일시에 해결할 수 있는 처방이 나온다면 세계 경제는 당초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변수나 가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자.

첫째,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다. 그리스 위기가 이탈리아나 프랑스로 확산되는 것을 두고 “불이 꼬리에서 몸통으로 번지고 있다”고 한다. 국내총생산(GDP)의 120%, 2조 유로에 달하는 정부 부채를 안고 있는 이탈리아가 무너지면 그 다음은 프랑스다. 프랑스까지 불길이 번지면 글로벌 경제는 파국을 맞을 확률이 크다. 원리금 상환에 시달리는 이탈리아가 믿을 곳은 재정 적자에 시달리는 각국 정부가 아니라 민간 투자자들이다.

이들 투자자의 자금을 유치할 수 있으려면 우선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7%를 하회해야 한다. 만약 심리적 마지노선인 7%를 상회하게 된다면 이탈리아 국채는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당하게 될 확률이 크다. 위험자산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참고로 7% 수익률은 우량한 독일 국채 수익률보다 약 4.5% 높은 수준이다. 수익률 차이, 즉 스프레드가 4.5%를 넘으면 위험자산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

둘째, 미국의 실업률이다. GDP의 약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살아나기 전에는 미국 경제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소비가 살아나려면 주택 시장과 고용 시장이 회복돼야 한다. 주택 시장의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고용 시장에서 한 가닥 희망적인 뉴스가 보인다. 9%를 상회하던 미국의 실업률이 작년 말에 8%대로 떨어진 것이다. 금융위기 이전 수준인 5%대로 하락해야 경제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볼 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8%대로 하락한 실업률이 의미 있는 추세를 형성하려면 우선 실업률이 7%대로 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실업률 7%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월간 신규 취업자 수가 최소 30만 명이 돼야 한다.

셋째, 중국의 경제성장률이다. 두 자릿수를 기록하던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작년에 9%대로 떨어졌다. 올해 위기에 처한 세계 경제의 구원투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를 모았던 중국이 제 앞가림하기도 바쁘다 보니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8% 초반으로 낮추어 잡고 있다. 그 이유는 오랫동안 중국 경제를 짓누르고 있던 지방 정부의 부채, 국책은행 부실화, 그리고 부동산 버블 같은 문제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반면 세계 경기 부진에 따른 수출 둔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8%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지 아니면 7%대로 떨어져 경제가 경착륙을 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7은 행운의 숫자라고 한다. 그러나 행운은 절로 찾아오지 않는 법이다. 올해는 모름지기 7이라는 숫자를 잘 관리해야 할 때다.
[CEO 칼럼] 행운의 숫자 7%?
이종환_농심캐피탈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