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티크 가구 컬렉터 최순천 S+갤러리 대표


최순천 S+갤러리 대표는 10년 전부터 앤티크 가구를 컬렉션 해왔다. 지난해 그는 그동안 수집한 컬렉션을 모아 가로수길에 S+갤러리를 오픈했다. 가는 눈발이 날리던 한겨울의 아침, 유럽풍의 모던한 가구가 멋스럽게 자리 잡은 S+갤러리를 찾았다.
[The Collector] “컬렉션은 다양한 활용이 가능한,창조적인 소비 행위”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은 20, 30대 젊은 여성들의 감각적인 라이프스타일과 오감을 채워주는 핫 플레이스다. 복합문화 공간 S+(에스플러스)는 이곳 가로수길, 개성 강한 레스토랑과 아트갤러리, 숍들 사이에 터를 잡았다. 최근 이곳은 한류스타 장근석이 아지트로 삼은 레스토랑이라고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골목에 들어서자 새로 오픈한 건물답게 세련된 느낌의 4층 건물이 한눈에 들어왔다. 한강 르네상스 보행자 시설 프로젝트와 갤러리 아트 사이드를 설계한 건축가 황두진의 솜씨답게 모던하고 세련된 외관이 특징적이었다.
S+갤러리에 전시된 유명 디자이너들의 앤티크 체어들
S+갤러리에 전시된 유명 디자이너들의 앤티크 체어들
장근석의 아지트로 유명세를 탄 S+

S+갤러리는 1, 2층 레스토랑을 지나 3층에 있었다. 갤러리에 들어서자 1920~50년대 걸쳐 만들어진, 모던 가구들이 눈을 즐겁게 했다. 유명 디자이너의 의자와 사이드테이블, 그리고 심심찮게 벽에 걸린 판화 작품이 잘 어울렸다. 갤러리 한쪽에 전시된 의자를 유심히 보고 있는 사이 어느새 곁에 선 최순천 S+갤러리 대표가 “한스 베그너의 위시본 체어(Wishbone Chair)예요”라며 말을 건넸다. 한스 베그너는 덴마크의 건축가이자 가구 디자이너로 갤러리에 전시된 작품은 1950년대 디자인한 그의 대표작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몇 해 전 캐나다에 알고 지내는 셰프가 레스토랑을 오픈한다고 해서 갔더니 이름이 ‘위시본(새의 앞 가슴뼈)’이더라고요. 그분이 위시본 체어를 모른다고 해서 위시본 체어에 대해 설명을 드렸어요. 레스토랑에 그걸 전시하면 잘 어울릴 거라는 조언도 해드리면서요. 컬렉션은 단순히 수집에 그치는 게 아니라 그렇게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최 대표는 “컬렉션은 가장 창조적인 소비 행위”라고 말한다. 실제 그도 컬렉션을 활용해 갤러리를 열고, 레스토랑 인테리어 등에 활용하고 있다.

처음에는 그도 이런 순간이 올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앤티크에 관심이 있어 강좌를 듣고 책을 읽는 게 고작이었다. 그게 10년 전쯤이다. 바로크와 로코코 시대 앤티크의 특징과 아르데코의 매력을 알게 된 것도 그때였다.

공부란 게 할수록 빠져들게 된다. 앤티크 공부가 그랬다. 책에 실린 작품을 현지에서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 초기 2년은 앤티크보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중국 등에서 열리는 가구 전시회 등을 찾아다녔다. 전시회를 다니면서 그는 현대적인 가구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결국 그는 앤티크 가구를 선택하게 됐다. 앤티크의 매력에 빠져들면서 컬렉션도 하나둘씩 늘어났다.

“제품들을 보면서 바로크와 로코코 시대 앤티크는 고풍스러운 유럽의 성에는 어울리지만, 한국의 주거문화에는 안 맞는다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그 대신 1920년대에서 1950년대 사이에 만들어진 모던한 가구에 눈길이 갔어요. 사진으로만 보다 실제로 보니까 너무 갖고 싶더라고요.”
[The Collector] “컬렉션은 다양한 활용이 가능한,창조적인 소비 행위”
[The Collector] “컬렉션은 다양한 활용이 가능한,창조적인 소비 행위”
[The Collector] “컬렉션은 다양한 활용이 가능한,창조적인 소비 행위”
[The Collector] “컬렉션은 다양한 활용이 가능한,창조적인 소비 행위”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컬렉션 노하우

컬렉션은 그렇게 시작됐다. 초기에는 많은 제품을 사지는 못했다. 마음에 드는 의자 하나 사기도 쉽지 않았다.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진위를 가리기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격도 걸림돌이었지만 물류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1000유로짜리 의자 하나를 사면 물류비용만 500유로 가까이 들었다. 그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최 대표는 컬렉션의 노하우를 익혀나갔다.

본격적으로 컬렉션에 나선 건 4, 5년 전부터다. 앤티크 전시회를 다니기도 하지만, 그즈음에는 전 세계 유명 앤티크가 몰리는 거점을 알게 됐다. 파리 오페라하우스 뒷골목에 즐비하게 늘어선 갤러리들도 그중 하나다. 그런 곳은 규모가 작아 그림 한 점, 가구 한 점 등을 전시한 곳도 적지 않다. 그곳에 전시된 가구를 보노라면 어느 조각보다 아름다운 예술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컬렉션이 목적이지만 그 거리를 걷는 자체가 즐거움이었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인터넷의 발달로 대부분의 제품은 국내에서도 조사가 가능하다. 그만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시간 활용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사전조사 작업을 마치면 최종적으로 현지에 가서 구입한다. 경매를 통해 구입할 때도 있다. 그 외에 그동안 쌓은 인맥을 동원해 현지 딜러를 통해 정보를 얻고,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

“3월이면 파리에서 앤티크 쇼가 열리는데, 거기는 꼭 갑니다. 아직도 현지 시장을 둘러볼 때도 있고요. 그렇다고 예전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지는 않아요. 시장을 아니까 좋은 제품을 가진 곳만 찾아요. 미국 보스턴에 2곳, 펜실베이니아에 2곳, 이런 식이에요.”
최순천 대표는 지금도 외국 서적과 다양한 채널을 통해 앤티크와 관련된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최순천 대표는 지금도 외국 서적과 다양한 채널을 통해 앤티크와 관련된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제품들을 보면서 바로크와 로코코 시대 앤티크는 고풍스러운 유럽의 성에는 어울리지만, 한국의 주거문화에는 안 맞는다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그 대신 1920년대에서 1950년대 사이에 만들어진 모던한 가구에 눈길이 갔어요.”



애정이 담뿍 밴, 금쪽같은 컬렉션들

지금까지 그가 수집한 컬렉션은 S+갤러리 외에 경기도 인근 보관소에 있다. 어느 것 하나 귀하지 않은 게 없지만 그중 몇 가지 소개를 부탁하자 한스 베그너의 ‘더 체어(The Chair)’를 “금쪽같은 것”이라며 소개했다.

“한스 베그너가 디자인하고 요하네스 한센이 제작한 명작이에요. 앤티크는 디자이너도 중요하지만 어떤 제작자와 작업했는지도 무척 중요하거든요. 이 둘을 최고의 콤비라고 보시면 돼요. 파리에서 만난 컬렉터가 비슷한 제품을 보여주면서 자부심을 갖고 자랑하더라고요. 그때 받은 느낌이 강해서 어렵게 구했죠.”

아르네 보더의 사이드테이블도 빠뜨릴 수 없다. 청록색과 노란색이 조화를 이룬 사이드테이블은 희귀성도 있어서 컬렉터들 사이에서는 뮤지엄 밸류(박물관에 전시될 수준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 아르네 보더의 사이드테이블을 처음 만난 건 도록을 통해서였어요. 사진을 보고 그 색상에 매료됐는데, 덴마크의 딜러로부터 연락이 왔어요. 현지 컬렉터가 소장하던 건데 팔려고 내놨다고요. 그래서 손에 넣게 됐죠.”
앤티크 가구와 함께 컬렉션을 시작한 디켄터들
앤티크 가구와 함께 컬렉션을 시작한 디켄터들
이 밖에도 그는 아르네 야콥슨의 에그 체어(Egg Chair), 아르네 보더의 사이드보드(Side Board), 핀 율의 가구 더 포엣-모델 f(The Poet-Model f) 등의 컬렉션을 소개했다. 가구를 컬렉션하며 디켄터도 수집했다. 모양이나 문양에 끌려 모으게 된 디켄터. 4층에 전시된 디켄터만도 40여 개가 넘는다.

“컬렉션의 매력이요? 제가 해봤으니까 ‘좋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그림도 직접 사봐야 그 가치를 알게 되잖아요. 선물로 받아서는 컬렉션의 진가를 알 수 없거든요. 앤티크도 마찬가지예요. 디자이너가 살았던 시대상과 디자이너 개인의 삶, 거기서 나온 제품을 알아가는 모든 과정이 즐거움이죠.”

그는 많은 이들이 컬렉션의 가치와 즐거움을 느끼기를 바란다. S+갤러리에는 그의 그런 바람이 담겨 있다.
그림도 직접 사봐야 진가를 알 수 있듯이, 한 번 컬렉션의 매력에 도취되면 쉽게 빠져나오기 어렵다. 최 대표는 디자이너의 삶과 시대상 등을 알아가는 모든 과정이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그림도 직접 사봐야 진가를 알 수 있듯이, 한 번 컬렉션의 매력에 도취되면 쉽게 빠져나오기 어렵다. 최 대표는 디자이너의 삶과 시대상 등을 알아가는 모든 과정이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글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