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클루니


청바지에 티셔츠가 멋스럽게 어울리는 할리우드 스타 조지 클루니(George Clooney). 액션은 물론, 코미디, 로맨스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그의 연기는 빛을 발한다. 영화배우, 영화감독, 인권 운동에 이르기까지 종횡무진 활동하고 있는 그는 2009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올랐고, 2010년에는 에미상 밥 호프 인도주의 상을 수상했으며, 2011년에는 남수단의 분리 독립에도 공헌한 바 있다.

외모뿐 아니라 그 굳은 심지와 따뜻한 속내가 더 멋진 중년의 배우 조지 클루니는 남성 최초로 패션지 보그의 표지를 장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독특한 행보만큼이나 슈트도, 캐주얼도 ‘클루니답게’ 소화하는 그는 보보스(Bobos: 부르주아의 물질적 실리와 보헤미안의 정신적 풍요를 동시에 누리는 미국의 새로운 상류 계급을 가리키는 용어)를 넘어 자신만의 프로패셔널한 가치로 진정한 부르주아를 추구하는 ‘브라보(Brabos: ‘Brainy Bourgeois’를 뜻하는 말로 자신만의 프로패셔널한 가치로 진정한 부르주아를 추구하는 지혜로운 신흥 소비자 그룹)족’의 전형으로 보인다.


화제를 남기는 클루니의 슈트

매년 시상식에서 수상자보다 더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건 스타들의 패션이다. 할리우드 레드카펫에서 그의 턱시도는 늘 화제가 되곤 한다.“몇 년 동안 시상식에 똑같은 옷을 입고 갔더니 사람들이 클래식하다면서 환호한다”는 말에서 그의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여느 스타들처럼 매번 다양한 스타일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그가 입으면 화제가 된다. 그는 몸에 잘 맞는 클래식 슈트를 선호하며, 조르지오 알마니의 수미주라(su misura·반맞춤)와 ‘이건희 회장의 양복’이라고도 알려진 이탈리아 브랜드 키톤(Kiton)의 슈트를 즐겨 입는다.
‘브라보족’의 영향력 있는 스타일링
슈트가 썩 잘 어울리는 배우답게 자신에게 맞는 배역을 고르듯, 슈트를 선택하는 그의 안목은 탁월하다. 포멀 스타일링에서는 군더더기 없는 슈트와 스퀘어 보타이로 격식을 갖췄고, 가끔은 재킷 안에 블랙이나 네이비 등 어두운 컬러의 셔츠로 세련된 남성미를 연출하기도 한다. 셔츠의 깊게 풀린 단추는 그의 자유로운 감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많은 운동으로 단련됐을 그를 더욱 매력적으로 보여준다. 중년 배우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매력적인 슈트를 차려 입은 그의 모습에선 반듯함이, 그리고 품격이 느껴진다.



가장 스타일리시한 ‘기본’, 청바지

베이식 스타일링이 돋보이는 할리우드 배우 조지 클루니. 그가 즐기는 패션 아이템들은 심플한 기본 스타일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 스타일링의 효과는 화려함을 넘어선다. 파파라치 컷에 비친 그의 평상시 모습에서 청바지 차림이 자주 보이곤 하는데, 청바지에 티셔츠는 누구나 한번쯤 도전해봤을 만한 흔한 스타일이지만 그만큼 어려운 스타일링이기도 하다.

남자들이 이상형을 말할 때 ‘청바지에 흰 티셔츠만 입어도 예쁜 여자’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안에는 야무진 욕심이 포함돼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청바지에 흰 티셔츠만 입어도 예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기본적인 신체 조건이 받쳐줌은 물론, 꾸미지 않아도 예뻐야 한다는 전제이기도 하다.
조지 클루니는 ‘브라보족’의 아이콘으로 화려한 턱시도에서 베이식한 청바지까지 가장 남성적이고도 섹시하게 소화한다.
조지 클루니는 ‘브라보족’의 아이콘으로 화려한 턱시도에서 베이식한 청바지까지 가장 남성적이고도 섹시하게 소화한다.
조지 클루니는 이런 까다로운 조건의 베이식 스타일링을 아주 훌륭히 소화해 낸다. 청바지에 티셔츠, 그리고 가죽점퍼를 걸쳐 입은 그의 패션에서 특별히 신경을 쓰거나 갖춰 입었다는 느낌을 찾기는 힘들다. 하지만 그 스타일링은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이 마치 옷이라기보다는 그 사람의 일부처럼 보인다.

우리가 하는 치장의 대부분은 콤플렉스를 커버하기 위한 것이 많다. 작은 키를 커버하기 위한 키 높이 깔창, 깨끗한 피부를 위한 BB크림, 남성용 보정속옷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콤플렉스를 자신감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들을 한다. 중년의 배우 조지 클루니의 ‘기본’ 스타일링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주저하지 않는 그를 위한 최선이자 자신감의 또 다른 표현이기도 한 것이다.



눈가 주름처럼 진한 배우, 그리고…

조지 클루니의 깊이 팬 눈가의 주름은 그의 은빛 새치 섞인 헤어와 아주 잘 어우러지며, 많은 남성들의 로망이라는 구레나룻과 연결된 턱수염은 그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가장 섹시한 할리우드 스타로 선정됐던 그는 맡아온 배역만큼 다양한 컬러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가 각본과 감독을 맡은 영화 <디 아이즈 오브 마치>(The Ides of March)에서 종교의 자유와 사형제 폐지, 환경문제 등이 거론되면서 그의 정치적 행보가 세간의 관심이 되기도 했지만 그는 정치보다는, 사회적·정치적 이슈에 관심이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활동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브라보족’의 영향력 있는 스타일링
수단의 내전을 막기 위한 그의 다양한 활동과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은 분명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 그의 따듯한 속내가 그의 표정에, 그리고 연기에 배어 나오는 것은 아닌지, 깊이 팬 눈가의 주름만큼이나 진한 매력을 가진 그 배우는 배역의 겉이 아닌 속을 연기하는 듯하다. 그런 모습만큼이나 그의 패션 또한 지나치게 꾸며지지도, 앞서가지도 않지만 그의 참 모습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글 위미경 동덕여대·경북대·세명대 패션디자인과 강사 사진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