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독특한 구성과 재미로 세간에 회자되고 있는 유명한 광고가 있다. 축구선수 차두리를 모델로 한 광고다. 이 광고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은 데는 “간 때문이야~, 간 때문이야~, 피로한 간 때문이야~”라는 광고음악이 큰 역할을 했다.

간(肝)은 고기 육(肉) 변과 방패 간(干) 자의 합성어로서, 신체기관 중에서 방패의 역할을 하는 부위임을 의미하는 뜻글자다. 여기서 방패란 크게 세 가지 측면을 볼 수 있는데,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마지막으로 유해한 물질 등을 해독하는 작용 등이다. 다시 말해 간은 내·외적, 불내외적인 유해인자들을 해독해 몸에 무해한 형태로 전환하는 기능을 한다.
[이야기 동의보감]현대는 간 질환의 시대
그럼 왜 현대를 간병(肝病)의 시대라고 할까. 현대를 간병의 시대라고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간에서 해독해야 할 정신적 스트레스와 육체적 피로 물질의 절대량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환경에 적응하느라, 수많은 정보를 처리하느라, 폭주하는 복잡다단한 일들을 신경 쓰느라 정신적인 긴장과 스트레스, 육체적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 그뿐인가.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물도 생산·유통·조리 과정에서 각종 농약, 보존제, 합성 조미료들로 인해 간에서 처리해야 할 유해물질의 유입량이 증가하고 있다.

간은 혈액을 해독하는 역할을 한다. 정수기 필터가 물을 정수하는 과정에 비유할 수 있다. 이처럼 간이 해독해야 할 절대량이 증가하면서 간의 해독 기능이 떨어지고 몸에 피로와 스트레스와 유해물질이 축적해 다른 신체기관도 약해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간의 해독 효율 측면에서도 이유를 들 수 있다. 우리 몸은 자연의 일부로, 해의 움직임에 따라 활동하는 주행성이다. 인류는 오랜 기간 해가 뜨면 잠에서 깨어나 움직이고, 해가 지면 휴식하고 잠들도록 몸의 시계가 세팅돼 있다. 우리가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수면을 통해서 새로운 몸으로 다시 태어나기 때문인데(재생), 이 재생 기능이 가장 활발한 시간은 밤 10시~새벽 2시다. 이 시간은 몸에 필요한 각종 호르몬이 가장 왕성하게 생성되는 시간으로, 하루의 피로물질을 모두 풀어내고 새로운 하루를 위한 에너지를 충전하는 효율이 가장 높은 시간이다.

바쁜 일정으로 몸의 피로물질이 많이 분비되는 데다, 특히 올빼미형 생활양식으로 재생 효율이 가장 높은 시간에 수면을 취할 수 없는 수험생이나, 밤샘 작업이 많은 사람, 3교대 하는 근로자, 해외 근무 등으로 라이프사이클이 자주 바뀌는 이들은 간에서 몸의 피로물질을 풀어내기가 특히 힘들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여러 요인으로 간이 약해지면 몸이 신호를 보낸다. 우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거나 눈이 건조하고 충혈된다. 입맛이 없거나 쓰고, 소화가 잘되지 않거나 구역질이 나는 것도 간에 이상이 있다는 징후다. 자주 짜증을 내는 것도 간이 피곤하다는 증거다.

간이 이처럼 피로를 느끼면 생활습관을 바꾸도록 노력해야 한다. 첫째, 밤 10시~새벽 2시까지는 되도록 수면을 취한다. 둘째, 유해한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는다. 특히 알코올은 간의 부담을 높인다. 셋째, 녹색을 가까이 한다. 녹색은 재생에너지가 가장 강한 생명의 색으로 간 기능을 올리는 데 도움된다. 음식물과 환경에서 녹색을 가까이 두면 몸과 정신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푸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식단은 녹색 채소 중심으로, 되도록 푸른 숲을 가까이 하거나 멀리 쳐다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심신이완과 긍정적 사고, 그리고 느리게 걷고 행동하는 것도 좋다.

아무리 선천적으로 간의 해독 기능이 뛰어나더라도 간에서 해독해야 할 원인물질이 체내에 많이 유입되면 결국 간병이 생길 수밖에 없다. 재주 있는 자가 노력하는 자를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고 했다. 생활 속에서 정신적 긴장과 육체적 피로를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긍정적인 마음으로 매사를 즐겁게 받아들인다면 매일 새로운 몸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박진미 존스킨한의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