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분당 중고 명품 숍의 어제와 오늘
2000년대 초반 국내 명품 시장의 급성장 물결을 타고 동반 성장한 ‘블루 오션’이 있으니 바로 중고 명품 매매 시장이다. 3~4년 전부터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우후죽순 중고 명품 숍이 등장했던 것이 그 방증이다.
2011년 중고 명품 시장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30~40대 강남 주부들, 중고 명품 시장의 ‘큰손’
서울 지역에서 중고 명품 숍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곳은 대치동 A아파트 상가, 압구정 로데오 거리 일대, 신촌의 백화점 주변, 이화여대 일대와 목동 등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에만도 중고 명품 숍이 몇백 개에 달하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일산 장항동과 분당이 중고 명품 시장에서 부상하고 있는 지역. 부산, 대구, 울산 등에서도 중고 명품 수요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현상 가운데 하나다.
최근에는 남성 고객들도 증가했는데 여성 고객이 주로 보석과 잡화, 의류에 대한 니즈가 높은 반면, 남성들은 서류가방, 시계, 만년필 등에 대한 수요가 많은 편이다.
직접 판매 또는 위탁 판매가 중심인 중고 명품 숍에서 ‘불멸의’ 인기 제품은 샤넬, 구찌, 크리스찬 디올, 에르메스 등 잡화 브랜드들. 특히 최고가 아이템으로 통하는 에르메스 버킨백과 켈리백은 ‘없어서 못 파는’ 인기 품목이다. 시계에서는 남녀를 불문하고 롤렉스, 까르띠에 등의 거래가 가장 왕성하게 일어나는 브랜드들이다. 주얼리의 경우엔, 디자인의 콘셉트가 분명해 재세팅이 어려운 명품 브랜드 제품보다는 일반적인 파인주얼리 거래가 훨씬 많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중고 명품 숍을 찾은 대치동 주부 이 모 씨. 그는 진열장 속 주얼리들을 한참 살펴본 뒤 특정 아이템을 골라 보여 달라고 요청하며 “이 보석은 누가 썼던 것이냐”고 물었다. 보석의 가격도 중요하지만 종전 소유자가 어떠한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인가도 중요하다는 것이 이 씨의 생각. 중고 명품 숍을 찾는 고객들은 몇 군데 숍을 정해놓고 정기적으로 가격 비교를 하며 쇼핑하는 ‘단골고객’이 많은 관계로 숍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좋은 물건’만큼이나 제품의 이력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이처럼 강남 주부들이 명품 소비를 ‘공유’하는 이유는 명품이 그들을 묶어주는 일종의 공통분모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중고 명품업체 ‘세이노블’의 오은숙 대표는 “매장을 찾는 손님들은 좋은 대학에 들어간 자식들과 사회적 지위를 가진 남편을 둔 주부들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하면서 “매장에 자주 와 관심 있는 상품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비슷한 취향과 조건을 가진 사람들끼리 그룹을 만들어 취미 활동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고 명품 숍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진품’ 명품을 과연 어느 정도의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하는 것일까. 중고 명품 숍에서 가장 최상급으로 취급되는 것은 갓 출시한 신상품.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신상품도 구매할 수 있는데, 대부분 선물로 받았으나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아 내다 파는 경우다. 이 경우, 위탁 판매자는 정가(백화점)의 75%의 가격을 챙기고, 숍에서 판매할 때는 정가의 85~90% 선의 가격으로 거래된다.
계산하면 나오는 차액이 중고 명품 숍의 몫인 셈. 샤넬, 에르메스, 롤렉스, 까르띠에 등 수요가 꾸준한 브랜드 제품의 경우는 세일을 기대하기 힘들지만, 크리스찬 디올이나 구찌 등은 운만 좋으면 큰 폭으로 세일할 때 구입할 수도 있다. 최근에 두드러진 현상은 교환 판매 고객이 많다는 것. 쓰다가 싫증난 물건을 다른 것으로 바꾸고 싶을 때 가격적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실속파’들이 선택하는 매매 방식이다. 다만 교환 판매 시에는 숍 측에 18%의 위탁 판매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오은숙 세이노블(www.saynoble.com) 대표
중고 명품 숍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20년간 가정주부로 살다가 6년 전쯤 내 일을 하고 싶어 창업했다. 원래 쇼핑을 좋아했던 터라 적성에 맞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세이노블에 대해 설명해 달라.
“대치동과 압구정 두 곳은 직영, 최근 상암동에 프랜차이즈를 하나 냈다. 대치동과 상암동은 30~50대 주부가 타깃이고, 압구정은 20대 여성이 타깃이다.”
“가방, 시계 등도 꾸준히 반응이 좋지만, 세이노블은 파인주얼리가 특화 아이템이다. 명품 브랜드 보석도 있지만 다이아몬드, 에메랄드, 루비 등이 주력 상품이다. 모든 보석은 공인된 감정서를 보유하고 있다.”
파인주얼리에 특히 주력하는 이유는.
“한국의 보석 시장은 연 4조 원 규모다. 그 가운데 10% 정도가 재유통되고 있다. 과거 금은방에서 감정서 없이 제대로 가격을 받지 못하던 구습을 개선하고 싶었다. 장롱 속에서 잠자고 있는 폐물 등 보석은 이제 시간이 지나면 다른 사람을 주는 물건이 아닌, 꺼내서 팔면 돈이 될 수 있는 재테크 수단으로 인식할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다.”
감정서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끼는 고객도 있을 듯한데.
“세이노블은 별도의 보증서를 써 주는데, 구입한 제품은 10년 후에 가져와도 진품으로 취급해 위탁 판매해 준다는 내용이다. 파인주얼리에 대해 그만큼 자신 있다는 뜻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출 비중은.
“50대 50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고객의 30% 정도는 인터넷으로 물건을 보고 마음에 들어도 오프라인 매장에 와서 직접 확인하고 구매한다. 지방 고객의 경우, 아무래도 인터넷 구매율이 높다.”
글 장헌주 기자 chj@hankyung.com 사진 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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