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현 포시니어스 홀딩스(주) 대표


고령화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등에 따라 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실버타운이 증가하고 있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부자들의 세컨드 하우스 개념으로 인식되던 실버 주택이 최근에는 장년층의 새로운 주택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실버타운의 특징은 식당, 병원, 오락시설 등 하드웨어는 기본이고, 다양한 동호회와 건강 프로그램 등 맞춤형 소프트웨어로 장년층에 다가서고 있다는 것. 내 생애 마지막 집, 실버타운의 변모된 모습을 취재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실버타운은 돈 있고, 노후가 충분히 준비된 사람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던 것이 2000년대 장년층의 새로운 주거 문화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늘어나는 장년층에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고 있는 실버타운의 어제와 오늘을 짚어보고, 좋은 실버타운의 조건을 찾아본다.
진화하는 실버타운의 현재 & 좋은 실버타운의 조건
이계현 포시니어스 홀딩스(주) 대표는 서울시니어스타운을 시작으로 강서와 분당 시니어스타운을 기획하며 실버타운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20여 개국의 실버타운을 현장 답사한 후 실버타운 컨설턴트로 나섰다. 하남시에 있는 블루밍더클래식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블루밍더클래식은 그가 가장 최근 컨설팅한 실버타운이다.

블루밍더클래식을 약속 장소로 정한 데는 이곳이 실버타운 중 여러 가지로 의미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많은 이들이 실버타운에 갖는 불만 중 하나가 전용률이었다. 실버타운은 특성상 식당, 운동 시설, 도서관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들 편의시설이 공용면적에 들어가다 보니 전용률이 50% 내외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최근에 건설되는 실버타운은 이런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편의시설이 차지하는 공간을 서비스로 주는 경우가 있는데, 블루밍더클래식이 그 대표적인 예다. 블루밍더클래식의 전용률은 70%에 이른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블루밍더클래식처럼 최근 지어진 실버타운은 전용률이 높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분양가가 3.3㎡당 1000만 원 수준이거든요. 월 생활비는 관리비를 포함해 1인 가구는 100만 원, 2인 150만 원 수준입니다.”



삶의 질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60대도 실버타운 찾아
“실버타운은 가격,평형, 서비스 등 선택의 폭이 넓습니다. 그만큼 자신의 상황에 가장 맞는 곳을 선택하는 게 중요합니다.”
“실버타운은 가격,평형, 서비스 등 선택의 폭이 넓습니다. 그만큼 자신의 상황에 가장 맞는 곳을 선택하는 게 중요합니다.”
블루밍더클래식의 경우는 서울이 아닌 하남시에 있어 분양가가 비교적 낮은 수준이다. 실버타운의 분양가는 지역과 시설에 따라 3.3㎡당 1500만 원에서 2200만 원 수준까지 다양하다.

일부 고급 실버타운은 분양 대신 임대만 하는 경우도 있다. 평형대도 10여 평에서 50평형대까지 선택의 폭이 넓다. 관리비와 식사비 등은 1인 기준으로 한 달에 적게는 100만 원에서 많게는 250만 원까지 차이가 크다.

실버타운을 선택하는 연령대는 초기보다는 많이 낮아졌다. 실버타운이 보급되던 1990년대 후반만 해도 70대 중·후반들이 주로 실버타운을 찾았지만, 지금은 60대 초반 장년층의 입주도 크게 늘었다. 이 대표는 삶의 질을 중시하는 세대가 장년층에 진입하면서 이 같은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치에 따라서는 도심형 실버타운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실버타운은 위치에 따라 도심형 실버타운과 도시근교형 실버타운, 그리고 도심에서 1시간 이상 떨어진 전원형 실버타운으로 분류할 수 있다. 초기에는 전원형 실버타운도 적지 않았지만 최근 건설되는 곳은 대부분 도심형이거나 도시근교형 실버타운들이다.

“나이가 들면서 오는 가장 큰 변화는 신체가 허약해진다는 점입니다. 신체가 약해지면 정신도 함께 위축됩니다. 자연히 자신감도 떨어지고요. 여기에 친구나 배우자가 사망하게 되면 고립감이 외로움으로 변합니다. 그러니 자녀들과 친구들이 모여 있는 도심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거죠. 실버타운은 여기서 더 나아가 내부 동호회나 운동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친구도 사귈 수 있으니 금상첨화죠.”



자신에게 맞는 실버타운 고르는 4가지 기준

실버타운은 이처럼 가격, 평형, 시설 등이 다양하다. 선택이 폭이 넓다 보니 그만큼 기준도 제각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버타운을 고를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이 대표는 자신에게 맞는 좋은 실버타운을 고를 때 고려해야 할 조건을 크게 4가지로 든다.

첫째, 자신의 재정적 부분을 충분히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인생 100세 시대에 노후의 재무건전성을 충분히 고려해 형편에 맞는 실버타운을 고르라는 얘기다. 입주 후 관리비, 노후 자금 등을 충분히 감안해 실버타운을 고르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를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작은 평형이 유리하다. 실버타운에 입주하는 이들은 대부분이 독신이거나 2인 가구다. 따라서 작은 평형만으로도 주거의 효율을 살릴 수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입주한 실버타운의 경우 작은 평형대에 수요가 몰린 것도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둘째, 주변 환경이다. 아무리 도심이라도 공원이나 산 등 자연과 가까이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곳이 좋다. 가까운 곳에 종합병원이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위급 시에 즉각적인 조치를 받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대형 병원들이 실버타운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셋째, 운영 주체가 신뢰할 만한가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 실버타운은 건물이나 시설 등 하드웨어보다 식당, 동호회, 건강 프로그램 등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하다. 따라서 입주 전 운영 주체가 어떤 식으로 실버타운을 운영할지 귀담아 듣고 체험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임대가 주를 이루는 외국과 달리 한국 분들은 실버타운도 소유권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십니다. 따라서 건설사가 신뢰할 만한 곳인지 반드시 따져야 마음고생을 하지 않습니다. 아울러 서비스를 꼭 확인해야 합니다. 노인들은 식사의 질이 상당히 중요한데 계약 전에 먹어보는 게 좋습니다.”

입주민 대비 직원 수는 운영 주체를 평가하는 또 다른 기준이다. 일본의 고급 실버타운은 입주민 대비 직원 수가 2 대 1 수준이다. 국내의 고급 실버타운은 경우에 따라 1 대 1인 곳도 있다. 관리비의 대부분이 인건비인 점을 감안하면 그만큼 관리비가 많이 든다.

“입주 초기에는 직원이나 입주민들이 서로 적응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이때는 입주민과 직원 수가 3 대 1 정도는 돼야 합니다. 이 시기를 지나면 최대 6 대 1 정도 돼도 평균적인 관리는 가능합니다.”

마지막으로 접근성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노인들을 힘들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 고독이다. 따라서 실버타운은 자녀나 친구들과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이 좋다. 도로나 대중교통 상황 등에 따라 거리는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1시간 내에 닿을 수 있으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줄 수 있다.

글 신규섭·함승민 기자 wawoo@hankyung.com 사진 서범세·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