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드투자자문은 알리안츠자산운용 출신의 김정우 대표와 싱가포르 헤지펀드인 코어베스트(Corevest)에서 경력을 쌓은 황호성 전무가 의기투합해 만든 회사다. 지난해 9월 설립돼 현재 계약 자산은 약 2000억 원. 대형 투자자문사에 비해 계약 자산 규모는 크지 않지만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평균 28%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차별화된 전략의 투자자문사를 만들겠다는 쿼드투자자문의 김 대표와 황 전무를 만났다.
쿼드투자자문 김정우 대표(왼쪽)와 황호성 전무
쿼드투자자문 김정우 대표(왼쪽)와 황호성 전무
쿼드투자자문의 정확한 설립일은 2010년 9월 30일이다. 알리안츠자산운용에서 중·소형주 투자와 기업가치향상 펀드(지배구조 펀드) 등을 통해 실력을 검증받은 김정우 대표와 황호성 전무가 의기투합한 게 설립의 첫걸음이 됐다.

황 전무는 쿼드투자자문을 설립하기 전까지 싱가포르계 헤지펀드인 코어베스트 캐피털에서 롱-숏에 기반한 헤지펀드를 운용해왔다. 코어베스트는 한국인이 최고경영자(CEO)인 헤지펀드사로, 한국인이 CEO인 헤지펀드사 중에서는 가장 오래된 업력을 지닌 곳이다. 황 전무는 이곳에서 3년 6개월간 헤지펀드를 운용했다.

주식과 헤지펀드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은 이들은 지난해 초 투자자문사 설립에 뜻을 함께 했다. 이후 정영훈(삼성증권·알리안츠자산운용), 양정동(한국투자증권), 신형범(UBS·한국투자증권) 씨 등이 운용팀에 합류해 지금의 진용을 갖추었다.
“롱-숏 전략으로 누적 수익률 28%, 헤지펀드의 진수를 보여줄 터”
“유럽의 시스템 리스크 해소 과정은 다분히 정치적인 협상 과정일 수밖에 없는 만큼 경제학적인 접근을 통한 분석과 판단이 쉽지 않습니다.”

쿼드투자자문은 기본적으로 주식을 기초로 한 투자 전략과 포트폴리오 운용을 수행한다. 현재는 상장 주식을 대상으로 한 운용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점진적으로 헤지펀드를 포함한 차별화된 투자 전략을 수행하는 것이 회사를 설립한 가장 큰 목적이다.

다양한 투자 경험과 패기를 지닌 이들을 만나기 위해 이른 아침 서울 여의도 사무실을 찾았다. 사무실은 다른 투자자문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차이점이라면 사장실과 임원실이 따로 구분돼 있지 않다는 점 정도. 입구에서 만난 김 대표는 운용에 있어서는 모두 대등한 입장에서 의견을 나누기 위해 자리를 따로 구분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쿼드투자자문이 문을 연, 지난해 말은 자문형 랩의 전성기였습니다. 어느 정도 자금을 모았고, 주요 투자처는 어디입니까.

“회사를 설립하고 연말까지는 일임자문업의 라이선스를 취득하기 위한 기간이었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회사가 본격적으로 영업을 개시한 건 2011년 1월 3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문형 랩의 전성기가 2011년 1~2월이 정점이었다면 쿼드투자자문이 두 달의 기간을 가졌다는 건 운이 제법 따랐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계약 자산은 1900억 원을 조금 상회하는 수준입니다.

1900억의 계약 자산 중 55%는 ‘자문형 랩’으로 대변되는 자문형 서비스가 차지하고 있고, 45%는 은행과 보험사를 포함한 기관투자가와 전문 투자가의 일임계약 자산입니다. 계약 자산의 약 10% 정도는 롱-숏 전략(헤지펀드의 대표적인 전략)을 통해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 포트폴리오로 운용되고 있습니다.”

설립 당시는 주식시장에 대한 전망도 밝았습니다. 그런데 상반기를 넘어서며 증시의 변동성이 커졌습니다. 어떤 투자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까.

“상반기를 넘어서며 증시가 조정과 큰 변동성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유럽의 시스템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첫 번째라고 봅니다. 두 번째 원인은 글로벌 경제 성장에 대한 확신이 흔들린다는 점이 될 것입니다. 유럽의 시스템 리스크 해소 과정은 다분히 정치적인 협상 과정일 수밖에 없는 만큼 경제학적인 접근을 통한 분석과 판단이 쉽지 않다는 점을 반증하고 증시의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희는 상반기에 주도 업종이라 불리던 차(자동차)·화(화학)·정(정유) 중 화학과 정유의 비중을 낮게 가져갔습니다. 반대로 중·소형주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이런 점이 포트폴리오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어떤 이유로 화학주에 대해 유보적인 판단을 내리신 겁니까.

“주식이 오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밸류에이션(가치 대비 주가 수준)이 올라가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밸류에이션은 그대로지만 이익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화학주는 상반기까지 밸류에이션은 오를 만큼 올랐다고 판단했습니다. 문제는 이익인데 앞으로 더 큰 이익을 낼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 거죠.”

포트폴리오에서 이른 시기에 화학주를 빼셨겠군요.

“네, 그 덕에 고생을 좀 했습니다. 빠질 건 알았는데, 너무 빨리 안 거죠. 수익률도 4월까지 좋다가 5월과 6월에 -1% 선을 기록했습니다. 3개월 이상 마이너스가 되면 문제가 되는데, 다행히 7월부터 수익률이 플러스로 돌아섰습니다. 현재 누적수익률은 약 28%입니다. 아직은 아이를 키우는 심정으로 레코드를 만들고 있습니다.”

화학주와 달리 자동차는 여전히 업황을 좋게 보시는 듯합니다.

“구체적으로 현대차 그룹을 좋게 보는 거죠. 회사는 한 번 좋아지기 시작하면 한동안은 그 흐름을 이어갑니다. 현대차는 지금도 좋아지는 쪽으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보입니다. 아마 시장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더 오래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도요타만 봐도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고 20년 이상 그 명성을 이어갔거든요.”

앞서 중·소형주도 포트폴리오에 편입시켰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종목인지 밝혀주실 수 있나요.

“포스코캠텍이나 바이오주인 씨젠이 대표적인 종목입니다. 씨젠은 6개월 보유하다 팔았는데 100% 이상 수익을 냈습니다. 이밖에도 락앤락, 한샘 등이 수익을 방어해준 대표적인 종목입니다.”

6개월이면 일반 투자자들의 투자 패턴을 고려하면 짧은 기간은 아닙니다.

“투자 기간을 말씀하시는 듯한데, 저희는 오래 보유하는 것이 장기투자는 아니라고 봅니다.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투자를 하되, 시장의 변화에 따라 단기간에도 매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전술적인 접근이 중요한 거죠. 사실 이머징마켓은 바이 앤드 홀드(buy & hold)가 쉽지 않습니다. 물론 한국 주식시장도 조금씩 달라지긴 하겠지만요.”

중·소형주로 수익률을 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김 대표님만의 기준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중·소형주나 대형주나 회사에 투자하는 기준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경영진의 우수함이 회사의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중·소형주에서 훨씬 두드러질 수밖에 없습니다. 회사가 설립 이후에 걸어왔던 길을 복기하고 회사의 향후 5년 후, 10년 후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만큼 유용한 방법은 없습니다. 회사의 미래 가치는 경영진, 기업 문화, 경영 전략이 회사의 경쟁력과 어떻게 조화될 수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믿습니다.”

이전으로 거슬러 가면 온라인 마케팅사의 대표도 역임하셨던데요. 어떤 계기로 기업체 CEO가 되셨는지요.

“2000년 인터넷 버블의 정점에서 CDC 코퍼레이션이라는 홍콩 주재 IT·인터넷홀딩컴퍼니에 입사했습니다. 당시 한국에 관련 자회사 5개가 투자된 상태였고 투자자가 회사를 계속 확장하려는 의지가 대단히 강했던 때였습니다. 저는 국내 투자자회사 5개사의 재무총괄과 신규 투자안에 대한 검토, 투자 의사결정이 주요 임무였습니다. 투자회사의 확대와 추가 투자가 입사할 때 목적이었다면 막상 했던 일은 기투자회사 매각 등 부진한 회사의 구조조정이었습니다.

당시 CDC 코퍼레이션이 투자했던 회사 중 아이소바코리아(전 아이온글로벌코리아)는 CEO의 교체 등 여러 방법을 통해서도 회생이 이루어지지 않아 본사와 청산을 검토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제가 직접 맡아서 회사의 구조조정과 회생을 맡아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아들였던 게 CEO를 맡게 된 계기였습니다. CEO를 맡고난 후 직원들 월급 줄 돈이 없어 제 적금을 해약해서 월급을 지급했던 적도 있습니다. 주식 1주 없는 월급 사장이 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은 아니었지만 젊었기에 할 수 있었고 또 여러 힘든 과정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이후 회사는 영국의 이지스 그룹에 제법 높은 가격에 매각됐습니다.”

CEO를 하면서 배운 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회사란 왜 존재하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특히 저처럼 청산을 검토했었던 한계기업의 CEO를 맡게 되면 이 질문은 대단히 중요한 고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회사는 인간처럼 감정이 있지도 또 기계처럼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하지도 않은 그 무엇입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태어나고, 성장하고, 사랑하고, 후손을 키우고, 늙고, 죽는 생명체와 유사합니다. 여러 이유로 계속기업을 전제하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유한한 생명을 가질 수밖에 없고 또 유한한 생명을 가져야만 창조적 파괴가 가능하리라 믿습니다. 기업이란 사람과 달리 자발적인 혁신과 변화에 의해 거듭나고 변모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있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말입니다.

주식투자가 좋은 회사를 고르는 것이라면 어쩌면 가장 좋은 방법은 좋은 사람을 골라내는 각자의 방법으로 회사를 선별해내는 것일 겁니다.”

회계사, CEO, 펀드매니저를 거쳐 투자자문사의 대표가 되셨습니다. 초기부터 쿼드투자자문은 롱-숏 전략을 통한 절대수익 추구를 목표로 한다고 하셨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겠습니까.

“롱-숏 펀드는 회사의 경영 전략의 대단히 중요한 한 축입니다. 롱-숏 전략은 롱-온리 투자 전략과 달리 시장의 하락을 숏 포지션으로 헤지할 수 있어 시장의 등락과 상관없이 절대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전략입니다. 고수익-고위험으로 대변되는 주식자산과 저수익-저위험으로 대변되는 예금자산과 비교한다면 롱-숏 전략은 중수익-중위험의 수익·위험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시장 하락의 위험을 감수할 수 없지만 마찬가지로 안전자산의 수익률에는 만족할 수 없는 투자 고객들에게 가장 적절한 형태일 겁니다.

롱-숏 전략도 세부적으로 여러 전략으로 나뉘겠지만 저희는 시장중립적 펀더멘털 롱-숏 펀드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올해 주식시장이 힘들지만 누적 수익률은 28% 정도 됩니다. 저희가 목표하는 연 수익률이 15%인 점을 감안하면 운도 많이 따랐다고 할 수 있습니다.”
“롱-숏 전략으로 누적 수익률 28%, 헤지펀드의 진수를 보여줄 터”
“롱-숏 전략은 롱-온리 투자 전략과 달리 시장의 하락을 숏 포지션으로 헤지할 수 있어 시장의 등락과 상관없이 절대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전략입니다. ”


헤지펀드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의 헤지펀드 시장을 전망해주십시오.

“한국형 헤지펀드의 도입이 이미 예정돼 있습니다. 고액자산가나 자금을 운용하는 일반법인, 기관투자가들은 중수익-중위험의 헤지펀드가 투자자산 포트폴리오를 분산하고 위험조정 수익률을 현저하게 높일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겁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주식투자 대금의 잠식보다는 예금자산, 채권투자, 주가연계증권(ELS) 등의 시장이 오히려 경쟁 대상이 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다만 한국형 헤지펀드가 만개할 때까지는 2~3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집니다. 첫째, 헤지펀드 운용에 관한 인가제 도입과 높은 진입 장벽입니다. 투자자 보호와 금융시장의 안정성 도모라는 정책적 목표를 고려하더라도 이런 점 때문에 실력 있는 펀드매니저 간의 치열한 경쟁과 다양한 전략의 출현이라는 자본시장의 또 다른 목적이 부분적이라도 희생될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 헤지펀드들이 운용 성과를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수치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저희도 최소 2년에서 3년은 레코드를 쌓는 시기로 보고 있습니다.”

향후 주식시장 전망과 현 시점에서 어떤 종목을 눈여겨보고 계신지 말씀해주십시오.

“2008년 금융위기 이래 주식시장의 상승과 최근의 조정은 펀더멘털한 요인보다는 굵직굵직한 외부환경 변수의 영향권 하에 있습니다. 펀더멘털의 개선보다는 화폐 가치의 지속적 하락 과정 중에 주식이라는 위험자산이 어떠한 행태를 보일 것이냐 하는 판단이 당분간 주식시장의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봅니다. 유럽은행의 부도와 유로의 해체, 글로벌 경기 침체 등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지금의 주식시장은 매력적인 투자 대상입니다.

올 하반기와 내년까지를 바라본다면 글로벌 경쟁력이 향상되는 가운데 수주나 실적의 뒷받침이 예상되는 해외 건설 관련 우량 대형주, 자동차, 그리고 충분히 매력적인 가격까지 내려온 정보기술(IT)이 대형주 중에서는 유망해보입니다. 중·소형주라면 개별적인 성장이 돋보이는 종목들의 발굴이 포트폴리오 수익률을 크게 차별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롱-숏 전략으로 누적 수익률 28%, 헤지펀드의 진수를 보여줄 터”
“고액자산가나 자금을 운용하는 일반법인, 기관투자가들은 중수익-중위험의 헤지펀드가 투자자산 포트폴리오를 분산하고 위험조정 수익률을 현저하게 높일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겁니다.



쿼드투자자문 김정우 대표·황호성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