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주는 대표적인 경기방어형 업종이라는 메리트가 부각되면서 증시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는 가운데서도 놀라운 수익률을 올렸다.

미국 더블 딥(일시 회복 후 재침체)에 대한 우려로 지난 8월 초부터 시작된 증시 조정이 지속되고 있다. 자동차(차)·화학(화)·정유(정) 삼인방을 비롯해 정보기술(IT) 등 한국 증시를 이끌고 있는 대형주들이 맥을 못 추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재정위기가 실물경기 침체로 이어져 수출 비중이 높은 이들 업종의 타격이 클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코스피 운송장비 업종은 8월 한 달 동안 13.34% 하락했고, 화학 업종은 15.87% 내렸다. 전기·전자 업종은 14.72% 빠졌다.

개별 종목별로 살펴보면, 차·화·정의 대표 종목이라고 할 수 있는 현대차(-13.61%), LG화학(-19.46%), SK이노베이션(-22.47%)이 예외 없이 큰 폭의 조정을 받은 것을 비롯해 한국 증시의 ‘간판’인 삼성전자도 11.84% 하락해 80만 원 선이 붕괴됐다.

변동성이 큰 장세가 지속되면서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종목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견고한 실적을 바탕으로 상반기 증시를 견인했던 대형주들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어 투자자들이 느끼는 난감함은 더욱 크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정이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에서 시작된 만큼 투자 포트폴리오를 수출 비중이 높은 대형주 중심에서 경기민감도가 적은 중·소형주와 대형주를 섞어 균형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대형주와 경기민감도가 적은 중·소형주를 좌·우측 ‘바벨’에 위치시켜 균형을 추구하는 이른바 ‘바벨전략’이다.

그렇다면 경기민감도가 낮은 중·소형주 가운데 투자하기 좋은 업종에는 어떤 게 있을까. 코스닥 시장에서 8월 초 이후 가장 눈에 띄는 업종은 바로 게임주다. 게임주는 대표적인 경기방어형 업종이라는 메리트가 부각되면서 증시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는 가운데서도 놀라운 수익률을 올렸다.

게임주는 그동안 투자자들 사이에서 ‘잠깐 먹고 빠져야지 장기투자해서는 안될 종목’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대중화 등 업종을 둘러싼 몇 가지 환경 변화로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게임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에 변화를 가져올 시점이라는 전문가들이 많다.
하반기 들어 게임 업체들의 대형 신작들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는 점도 주가 급등의 배경으로 꼽힌다.
하반기 들어 게임 업체들의 대형 신작들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는 점도 주가 급등의 배경으로 꼽힌다.
조정장에서 게임주가 선전한 이유는?

상당수 게임주들이 포함돼 있는 코스닥 디지털콘텐츠 업종지수는 지난 8월 한 달 동안 5.86% 상승했다. 같은 기간 시장평균(코스닥지수)이 7.94%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9월 들어 조정을 받기는 했지만 시장평균과 비교해서는 비교적 선전했다는 평가다.

개별 종목별로 살펴보면 신작 총싸움 게임인 ‘스페셜포스 2’가 시범 공개 때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드래곤플라이가 14.22% 상승한 것을 비롯해 모바일게임 업체인 게임빌도 15.77% 올랐다. 시장이 안 좋은 상황 속에서도 게임주가 이렇게 선전하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전문가들은 크게 세 가지 이유를 꼽는다.

첫째는 경기 둔화에 강한 이른바 ‘경기방어주’로 분류된다는 점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둔화되는 시기에는 외식이나 여행을 가는 대신 PC방에서 저렴하게 여가를 즐기거나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밖에 나가지 말고 차라리 게임을 하라’고 권하는 경우가 늘어난다”며 “경기방어적인 성격이 강해 글로벌 경기 침체가 한국으로 전이(轉移)되더라도 크게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투자자들 사이에 확산돼 있다”고 설명했다.

둘째는 신작 모멘텀이다. 성종화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게임주는 실적 개선 여부도 중요하지만, 출시를 앞둔 신작의 성공 가능성이 점쳐지면 주가 상승 폭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스페셜포스 2’의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드래곤플라이와 ‘미르의 전설 3’와‘서든 어택’을 각각 중국에서 곧 선보이는 위메이드와 게임하이가 신작 모멘텀을 갖고 있는 대표적인 종목들로 꼽힌다.

마지막으로 실적이다. 게임 업체들은 상반기 크게 개선된 실적을 기록했다. 게임 업종 내 ‘간판’이라고 할 수 있는 엔씨소프트(거래소)의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27% 늘어난 1164억 원에 달한 것을 비롯해 드래곤플라이도 영업이익이 26.66% 증가했다.


모바일게임주에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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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가 커진 엔씨소프트, NHN 등 게임 관련 종목들의 경우 규모가 작은 중·소형 게임주에 비해 주가 탄력이 떨어지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특히 최근에는 적은 개발 비용으로도 큰 이익을 올릴 수 있는 모바일게임주에 주목하라는 조언이 많다. 모바일 게임의 경우 온라인 게임과 달리 화려한 그래픽이나 사운드의 지원이 필요 없기 때문에 개발 비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프로 야구 시리즈로 유명한 게임빌과 창사 후 지속적으로 모바일 게임에 주력해 온 컴투스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이들 종목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이 온라인 게임에 비해 훨씬 높다는 점이 가장 먼저 꼽힌다.

휴대전화 시장의 주도권이 일반 폰(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이동하면서 애플의 앱스토어나 구글의 안드로이드 마켓 등을 통한 휴대전화용 게임의 유통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에 육박하는 업체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컴투스가 대표적이다. 컴투스의 지난 2분기 해외 매출은 49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46%를 차지했다. 이 회사의 올해 연간 해외 매출 비중은 국내 매출 비중을 넘어설 전망이다. 최백용 컴투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 해외 매출(212억 원)이 전체의 53.6%에 달할 전망”이라고 소개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모바일 게임의 빠른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게임 한류로 각광받는 온라인 게임에 이어 모바일 게임이 신한류 콘텐츠로 자리매겼다”고 설명했다.


투자 비중 지나치게 높이면 곤란

게임주가 갖고 있는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주가 변동성이 크다는 단점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게임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 전반에 변화가 있어야 바뀔 수 있는 부분인 만큼 아직까지는 시장에 순응한 투자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그래선 안 되는데…’라는 당위와 실제로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 사이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전체 종목 포트폴리오에서 게임주의 비중을 지나치게 높여 잡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한다. 투자수익률 제고를 위해 30% 이내 범위에서 보유해볼 만하다는 설명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비중을 높여 수익률을 제고할 필요는 있겠지만, 투자 비중을 지나치게 높이는 건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송종현 한국경제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