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 경제용어 교실
조만간 ‘오바마노믹스’와 ‘버냉키 독트린’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오바마노믹스란 오바마 정부가 지향하는 경제정책 목표와 이를 실천하기 위한 모든 정책 수단을 말한다. 위기 극복이란 태생적 한계(original sin)가 있었던 만큼 1990년대 이후 부시노믹스, 클린턴노믹스와 달리 비상대책 성격이 강하다. 그만큼 정책 비용과 국민 희생이 따르고 의도했던 목표 달성도 쉽지 않아 나중에 심한 부작용(after shock)이 발생한다.버냉키 독트린이란 관할 범위에 있어 실물경기뿐만 아니라 자산시장 상황까지 함께 고려해서 추진하는 통화정책이다.
오로지 실물경기만을 고려해서 추진하는 전임 ‘그린스펀 독트린’과 구별된다. 자산 가격은 경기 순응적 성격이 강해 버냉키 독트린은 위기 때일수록 비상대책 성격이 강해지는 특징을 갖고 있다. 순환이론에서 ‘순응적’이란 경기가 하강 국면에서 더 침체되고, 회복 국면에서 더 과열돼 진폭을 확대시키는 성향을 의미한다.
3년 전과 구별되는 2기 오바마노믹스의 기본 방향은 국가 부담을 줄이는 대신 민간 자율적인 성장기반을 마련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위기를 거치면서 자산소득이 준 점을 감안하면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고용 창출이 핵심 과제다. 고용 문제 전문가인 크루거 교수를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의 주력 산업일수록 수확체증의 성격이 강해져 고용 창출을 시장이나 민간의 자율에 맡겨 놓기에는 한계가 있다. 인위적으로 고용을 늘려야 한다. 9월에 발표된 오바마 부양책에서 고용을 늘리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고 단기적으로 고용 창출 효과가 큰 사회간접자본(SOC) 분야에 재정지출을 집중시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른 분야와 달리 ‘규모의 경제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SOC 분야는 일정 규모 이상 투자해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문제는 재정 적자와 국가 채무가 신용등급이 떨어질 만큼 악화돼 있다는 점이다.
바로 이 대목이 2기 오바마노믹스의 성공을 좌우할 열쇠(key)가 될 것으로 미국 학계와 월가에서는 보고 있다.
그런 만큼 추가로 발표될 부양대책에서는 재정 지출을 늘리지 않는 대신 SOC 투자에 집중시킬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방안이 보완돼야 한다. 이 목적을 충족시킬 수 있는 대책이 바로 ‘페이 고(pay-go)’ 정책이다. 1990년대 후반 클린턴 대통령 시절에 도입해 크게 성공을 거둔 이 대책은 재정 지출을 동결하되 부양 효과가 적은 일반 경직성 경비를 삭감(pay)해 부양 효과가 큰 SOC 분야에 집중 지원(go)하는 정책을 말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앞으로 통화정책을 추진할 때 지금까지 ‘빅 스텝’ 금리 인하와 양적완화(QE)를 중심으로 추진돼 왔던 방향에서 금융권에 맴도는 유동성이 실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쪽으로 대폭 수정돼야 한다. 현재 미국 경제는 인플레이션이 우려될 만큼 돈이 많이 풀렸고 금리도 충분이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FRB 단독으로 금융과 실물 간의 연계성을 강화시키기에는 정책 수단이 크게 제한돼 있다. 초과 지급준비율 인하, 단기채로 장기채를 맞바꾸는 채권리스케줄링, 기업예금에 대해 보관료를 물리는 마이너스 페널티 제도 정도다. 이제부터 위기극복의 공(功)이 버냉키에서 오바마로 넘어갔다는 얘기가 들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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