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et Management in Crisis

과거 금융위기에서 배우는 미래 자산관리법

과거의 수익이 미래의 수익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는 명제는 명확하다. 하지만 과거의 흐름을 살펴보면서 미래의 흐름을 예측해 보는 것은 합리적 투자자의 기본적인 태도이기도 하다. 과거 위기 국면에서 큰 기회를 잡은 사람들의 사례를 살펴보자.


[Cover Story] 과거는 미래의 ‘창’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워런 버핏은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불과 일주일 만인 2008년 9월에 골드만삭스 우선주를 주당 115달러에 50억 달러어치 매수했다.

아울러 연간 10%의 배당금과 50억 달러의 보통주도 115달러에 매수할 수 있는 보너스까지 챙긴 바 있다. 골드만삭스 주식이 47달러까지 하락하면서 모 언론사에서는 ‘버핏의 굴욕’이라는 기사까지 써가면서 버핏의 투자를 비웃었다.

하지만 투자 1년 후 버핏은 골드만삭스 투자로 65억 달러의 평가 차익을 확보했다.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버핏이 과감하게 골드만삭스 주식을 매입한 이유를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 2008년 4분기 금융위기에 대한 공포가 극심해지면서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정책금리를 0.25%까지 낮추는 극단적 통화 완화 정책을 시행하게 된다.

금리를 더 이상 낮출 수 없는 수준까지 이르러도 경기 침체가 극복되지 않자 1차 양적완화(QE1) 정책을 실시하면서 시장에 더 많은 유동성을 공급하게 된다. 시장에 유동성 자금이 넘쳐나자 주식시장이 반응하면서 주가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시중의 유동성 자금이 자산 가격의 상승을 초래하는 확장적 통화 정책의 전형적 경로를 보여주는 현상이다. 정부의 통화 정책에 대한 이해, 투자 대상 기업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야말로 버핏의 골드만삭스 투자 성공의 근본 원인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더블 딥의 위험성이 점증하던 2011년 8월 버핏은 2008년 골드만삭스에 투자했던 금액과 동일하게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누적 영구 우선주 5만 주를 50억 달러에 매입하는 투자 의사 결정을 내렸다. 연간 6%의 배당 수익률을 보장하는 조건이었다.

이번 계약으로 버크셔해서웨이는 거래 성사일로부터 10년간 BoA의 우선주 7억 주를 주당 7.14달러에 매입할 수 있는 권리 또한 보장받았다. 유럽의 재정위기, 중국의 긴축재정, 미국의 경기침체 등 3중 악재를 뚫고 그의 투자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Cover Story] 과거는 미래의 ‘창’
자산 시장에서의 성공은 투자 원칙의 준수에 있다

‘적립식 투자’가 중요하다는 말은 대부분의 투자자가 들어 보았을 것이다. 투자 원칙과 관련한 조언을 하다 보면 식상하다는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아는 것과 실행하는 것은 명확히 다르다.

2008년 금융위기 시점으로 되돌아가 보자. 2007년 10월 코스피지수가 2064로 정점을 찍었던 그 시점에는 시장 투자자 누구나 주식시장에 대한 강한 맹신(?)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주가는 1년이 지난 2008년 10월 말 892까지 급락했다.

적립식 투자의 성공은 매입하는 시기에는 계속적으로 주가가 하락해 매입 단가를 낮추고 자금을 환매하는 시점에 주가가 크게 올라 있어야 최고의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주가가 단 1년 만에 급락해 적립식 투자의 최고 호기(?)가 눈앞에 펼쳐졌음에도 불구하고 계속적으로 주식시장에 투자한 합리적 투자자는 과연 얼마나 될까.

코스피지수 1500 시점만 해도 수많은 증권사들이 신이 내려주신 투자 기회라고 강조했지만 1000선이 붕괴되고 900선이 위협을 받으면서 거의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적립식 펀드의 월 투자를 중단하는 모습을 보였다.

2007년 11월부터 매월 1000만 원씩 인덱스펀드에 가입한 A 사장은 주식시장이 계속 하락하자 2009년 3월 이후 적립식 투자를 중단하고 만다. 만약 그가 계속해 적립식 펀드에 자금을 납입했으면 어느 정도의 수익을 거둘 수 있었을까.
[Cover Story] 과거는 미래의 ‘창’
수익률로만 보면 3%의 수익 차는 얼마 안 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납입을 중단했을 경우 실제 수익은 1000만 원에 불과한 반면, 지속적으로 납입했을 경우 5400만 원의 이익이 났음을 알 수 있다. 단순 수익률로 비교할 것이 아닌 실제로 확보한 수익을 감안할 필요성이 있다. 실제로 이 수치는 최근 주가 급락의 악재를 모두 반영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큰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A 사장이 투자 원칙을 지켜 계속 적립해 나갔다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놓쳤다고 해서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금융위기를 예견해 유명해진 <블랙 스완> (Black Swan)의 저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100년 만에 한 번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위기가 예상 외로 자주 발생한다는 실증적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위기 발생이 잦아질수록 세상은 불확실성 하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그 위기를 기회 삼아 초부유층으로 신분이 상승(?)하는 자들 또한 소수이지만 증가하게 될 것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는 초부유층으로 나아가는 계단은 어쩌면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행위에서 시작될지도 모르겠다. 바로 시장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식상하다고만 여겨지는 투자 원칙의 준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