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점상 쿠시먼앤웨이크필드 대표

다국적 부동산 컨설팅회사인 쿠시먼앤웨이크필드 한국지사의 황점상 대표는 중심지 이론의 신봉자다. 그는 부동산의 블루칩은 중심지 이론에 부합하는 곳이라고 말한다. 황 대표는 주거지로는 강남, 상업지로는 명동 등을 부동산 시장의 블루칩이라고 말했다.
[Road to Investment] “부동산은 경제성장률과 직결, 호텔이나 리테일 등이 유력한 상품”
한 해가 벌써 절반이 지났습니다. 상반기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정리해주십시오.

“투자 부문에서 상반기 기관투자자들의 국내 부동산 거래는 활발하지 않았습니다. 부동산 펀드가 보유하고 있는 도심 오피스 개발사업 다수가 올해 하반기에 준공을 앞두고 있어 현재 임대 마케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오피스에 치중됐던 부동산 투자를 다양화하려는 조짐이 있고 호텔 등 다른 부문의 투자건도 활발히 검토되고 있습니다. 국내 리테일 자산관리 시장은 지난해 하반기와 마찬가지로 수요에 대한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고무적인 것은 국내 시행사들의 개발 마인드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즉, 분양보다는 ‘선(先) 임대, 후(後) 매각’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한국이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저출산 문제가 큰 이슈로 대두되면서 주택에 대한 수요 또한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전과 같이 건설사가 짓고 팔기만 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아파트에 딸린 상가의 경우, 아파트의 입주율과 비례해 상가가 분양되기 때문에 아파트 분양시장이 저조하면 상가는 더 큰 타격을 받습니다.

독립형 쇼핑몰 또한 ‘선 임대, 후 매각’ 경향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쇼핑몰은 큰 틀의 몰 콘셉트를 유지하면서 그 안의 브랜드를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주는 것이 중요한데, 선 분양할 경우 수많은 개인 소유주들의 이해관계로 인해 콘셉트를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더 이상 분양 쇼핑몰이 성공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Road to Investment] “부동산은 경제성장률과 직결, 호텔이나 리테일 등이 유력한 상품”
임대 시장은 어떻습니까.

“리테일 임대시장은 상권별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명동과 강남역 등 주요 상권은 임대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특히 큰 면적을 지닌 건물들은 임대료가 높게 오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다국적 패션 브랜드들의 진출로 인해 대형 면적을 지닌 건물들의 임대가가 지속적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주거용보다 상업용 부동산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인구구조의 변화로 인해 주택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 더 이상 주택을 투자의 대상으로 보지 않게 됐습니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국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건설 시장의 경기를 살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택 공급은 매년 꾸준히 느는 반면 수요는 그에 미치지 못해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집값은 자연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투자 대안으로 상업용 부동산을 찾게 된 것이죠.”

쿠시먼앤웨이크필드가 한국에 들어온 지도 오래 됐습니다. 오랫동안 한국 부동산 시장을 봐오셨는데요, 주로 어떤 분야의 컨설팅을 합니까.

“투자부문에서는 외국계 기업이 사옥용 오피스 빌딩을 매입할 때 투자 관점에서 컨설팅을 제공했습니다. 오피스의 권역별 시장조사, 권역별 매매 및 임대시장 동향 파악, 전략적 투자방향 제안, 물건 소싱(sourcing), 물건 비교분석 후 적정 매입가 제안 등이 주요 업무죠.

하지만 우리의 주요 관심은 리테일 부문입니다. 기존에는 리테일 계획 및 임대 위주의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으나 최근에는 개별 분양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저희의 기획력과 임대 실행 능력 등을 필요로 하는 의뢰가 늘고 있습니다.”

[Road to Investment] “부동산은 경제성장률과 직결, 호텔이나 리테일 등이 유력한 상품”
청라 국제업무단지에도 컨설팅을 하셨던데요. 청라의 미래는 어떻게 보십니까.

“청라는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없다는 가정 하에 개발이 진행된 곳입니다. 리먼 사태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 전 세계 경제가 위기를 겪은 만큼 계획보다 개발이 지연될 것입니다.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는 데도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봅니다.”

광교 에콘힐 상업시설 사업재조정에도 참여하셨죠.

“네. 광교는 청라와는 오피스의 성격이 다릅니다. 광교는 국가에서 정보기술(IT) 등 혜택을 많이 줬습니다. 배후 주거시설도 충분하고요. 다른 지역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보다 활성화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봅니다. 아마 머지않아 잠재력이 발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동탄은 어떻습니까. 동탄 메타폴리스에도 관여를 하셨는데요.

“여러 PF 사업 중 도중에 사업계획을 재조정해서 성공한 대표 사례가 동탄입니다. 초기에는 주거용, 상업용 모두 분양을 하려 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았어요. 그래서 주거용을 분양한 후 남은 자금으로 상업용 부동산을 개발했는데, 전부 임대로 방향을 전환했습니다. 교과서적인 개발 사례로 앞으로 이런 식의 개발이 효과적일 거라고 봅니다. 현재 임대수익률은 7~8% 정도고요.”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할 때 유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 몇 가지만 말씀해주십시오.

“실제 임차 수요에 대한 확인을 먼저 해야죠. 리테일, 오피스 부동산 모두 임차인이 선호하는 입지와 건축적인 요소가 포함돼야 투자 리스크가 낮아집니다. 향후 인근에 경쟁시설이 될 만한 부동산 공급에 대한 검토도 함께 해야 하고요. 물건에 대한 검증과 함께 재무적인 부분도 고려해야죠. 총 투자금액과 금리 등을 점검해서 대출비율과 금리 대비 투자 수익률 등을 따져봐야 합니다.”

쿠시먼앤웨이크필드는 세계적인 부동산 컨설팅회사입니다. 한국의 투자자들은 어떤 특징이 있다고 보십니까.

“많은 아시아 국가 투자자와 유사하게 총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습니다. 은퇴를 시작한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주택 투자를 통한 자산 증식 경험이 많은 반면, 젊은 층은 부동산 투자에 거는 기대가 비교적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도 경제 안정화, 저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부동산을 보는 관점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유럽이나 미국과 유사하게 전세에서 월세 시스템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매매 차익보다는 임대 수익에 초점을 둔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한국 부동산 시장의 특징도 함께 말씀해주십시오.

“아시다시피 지금까지 한국 부동산 시장은 아파트와 같은 주거형 부동산 시장이 대세였습니다. 한국 사람들의 ‘내 집 마련’ 욕구는 그 어느 나라 사람보다 강합니다. 이러한 한국 사람들의 기질이 아파트 시장을 매력적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주거형 부동산이 수익을 낼 수 없게 됐기 때문에 상업용 부동산으로 눈을 많이 돌리고 있는 추세입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충분한 조사나 경험이 없이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상가와 같은 상업용 부동산의 수익 구조는 임차인으로 입점한 소매상의 영업 실적에 따라 상가 가치가 결정됩니다. 따라서 내가 투자한 상가가 소매상에게 어필할 수 있는 좋은 위치와 접근성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소매상이 지불할 수 있는 현실적인 임대료인지를 사전에 충분히 분석하고 상가에 투자해야 위험을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좋은 위치’라면 어떤 곳을 말합니까. 전문가에 따라 조금씩 입장이 다른데요.

“저는 중심지 이론의 신봉자입니다. 중심지는 상업시설이 클러스터화되면서 생성됩니다. 명동이 대표적인 곳이죠. 최근 빅 브랜드들이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면서 지난 5년간 연평균 30% 이상 임대료가 뛰었어요.

지금도 3.3㎡당 4억~5억 원을 줘도 매물로 나온 부동산이 없어요. 주거용 부동산에서는 강남이 대표적입니다. 강남의 상승폭과 서울 전체 상승폭이 다르거든요. 주식도 블루칩이 상승폭이 크듯이 부동산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피스 시장은 어떻습니까. 오피스 시장에 대한 고액자산가들의 관심이 꾸준한데요.

“2010년 4분기에 5만 ㎡ 초과 프라임급 오피스 빌딩 공급이 서울 도심에 집중된 반면 강남이나 여의도는 상대적으로 공급이 많지 않았어요. 이에 따라 임대료도 강남과 여의도는 안정세를 보였지만 도심은 3분기 연속 하락했습니다.

임대료의 하락은 1997년 IMF 사태와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세 번째입니다. 초대형 빌딩은 임대료에 따라 빌딩의 가치가 평가되기 때문에 임차 계약 기간이 끝나면 경기에 상관없이 임대료가 높게 매겨지곤 합니다.

또한 공실률이 높아졌음에도 관행적으로 매년 임대료를 올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대신 임대 계약 때 무상임대 기간 부여(렌트 프리) 등으로 공실을 해소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도심의 공실률은 심각한 수준이어서 무상임대 기간 부여 같은 각종 인센티브 이외에 임대료 추가 인하 현상까지 보이고 있는 실정입니다.”
[Road to Investment] “부동산은 경제성장률과 직결, 호텔이나 리테일 등이 유력한 상품”
중국 관광객이 늘면서 일부에서는 오피스를 호텔로 리모델링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일부에서 그런 움직임이 있습니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관광객이 늘고 있는 곳이 한국입니다. 일본 관광객이 꾸준하고 중국 관광객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서 향후 호텔과 리테일에 대한 투자 전망을 밝게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현상이 계속될까요.

“현재 준공 대기 중인 오피스 빌딩들은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전인 2007~2008년에 계획한 물량들입니다. 해당 물량이 올해와 내년까지 이어지면서 공실률을 견인할 겁니다. 역삼동 강남파이낸스센터의 연면적이 21만 ㎡인 점을 감안하면 매년 서울에 강남파이낸스센터 6개동이 공급되는 셈이 됩니다.

도심 초대형 빌딩들의 준공은 당장 올 7월 중구 수표동에 시그니처타워, 8월 을지로 2가 101파인에비뉴가 대기 중입니다. 공급과잉 논란이 일고 있는 도심권과 달리 물량이 많지 않은 여의도나 강남은 최근 공실이 빠르게 해소되고 임대료도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습니다.

삼성 계열사와 IT 관련 게임업체들의 사세 확장으로 테헤란로 부근 오피스 빌딩들의 공실이 대부분 해소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7%대였던 공실률이 2011년 5월 기준 2.2%로 내려왔습니다.”

아시아는 어떻습니까. 중국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불안 요소가 있지만, 아시아 지역 전체로는 상황이 나쁘지 않은 듯합니다.

“아시아 지역의 경제지표가 긍정적이어서 부동산 시장 전망도 밝은 편입니다. 작년과 올해,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률이 낮아지고 임대료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수출지향 국가인 싱가포르, 홍콩, 중국, 호주 등은 서구와 아시아의 수요 증가로 낙관적으로 전망됩니다. 이러한 국가는 소비지출 증가가 투자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일본 도쿄 또한 지진 피해로 인해 재건축이 활발해져 상업용 부동산의 투자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입니다. 1분기 아시아·태평양의 총 투자금액은 1007억5000만 달러(약 1조1600억 원)로 전 세계 투자 금액의 절반을 차지합니다.

2007년 시장이 정점이었을 때, 아시아 시장은 20%만을 차지했습니다. 이 같은 흐름이 계속된다면 2010년과 비교해 적어도 20% 이상의 성장이 기대됩니다.”

글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