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경매는 영미식 경매인데 이를 체증식 경매라고도 한다.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이런 방식은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쉽게 진입하기 어렵다. 하지만 경매라는 것이 그리 복잡하지 않아서 조금만 파고들면 어렵지 않게 원리를 알 수 있다.

가장 대중적인 체증식 경매는 경합이 이루어지면 매회 이전 가격의 약 10%가 올라간다. 여러 번의 경합을 통해 최종적으로 가장 높은 가격에 응찰한 사람에게 낙찰된다. 이때 맨 마지막에 정해진 가격을 경매가격(hammer price)이라고 한다.
[와인 재테크] 와인 경매의 실제
체증식 경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매 참가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다. 체증해 제시되는 가격에 참가자들이 열심히 따라와야만 경매가 진행되고 낙찰에 이른다. 이런 체증식 경매는 다소 소란스러울 수도 있다.

침묵경매와 더치옥션 등 다양한 경매 방법
[와인 재테크] 와인 경매의 실제
이에 반해 ‘조용한 경매’도 있다. ‘조용한 경매’는 경매에 나온 ‘롯(Lot)’들이 진열돼 있고, 그 앞에 가격을 기입할 수 있는 용지가 마련돼 있어서 첫 번째 참가자가 관심 있는 물건 앞에 자기 이름과 경매 가격을 기입하는 방식이다.

그러면 두 번째 경매 참가자가 다시 그 아래 칸에 자기 이름과 새로운 가격을 기입한다. 물론 두 번째 칸에는 첫 번째 칸보다 높은 가격을 써야만 유효한 경매가 된다.

이때 증액되는 금액은 규칙이 없다. 이전 가격보다 높으면 된다. 경매 마감시간이 되면 경매사가 마감시간이 임박했음을 알리고 시간이 되면 경매용지를 거둬들인다. 이때 경매용지에 쓰인 마지막 이름과 가격이 경매 낙찰 가격이 된다.

이런 침묵경매는 일반적인 방식은 아니지만 인터넷 시대에 들어서서는 아주 일반적인 경매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 침묵경매에서나 인터넷 경매에서는 경매 마감시간 직전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가격이 폭등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런 경매 방식은 일반적인 경매보다는 자선경매에 많이 사용되곤 한다.

체증과 반대 개념의 체감식 경매도 있다. 보통 이런 방식을 더치옥션(네덜란드식 경매)라고 한다. 시작할 때 경매사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높은 가격을 제시하고 여기서부터 조금씩 가격을 낮추어 부른다.

응찰하는 사람이 나올 때까지 가격을 낮추다가 누군가 처음 응찰하면 거기서 경매가 낙찰되는 방식이다. 이런 더치옥션 방식에서는 경매 참가자가 자기가 지불할 수 있는 최대 가격이 나오면 바로 응찰을 하는 방식이다.

이와 같은 네덜란드식 경매와 일반적인 체증식 경매 중 어떤 방법이 더 높은 가격에 경매 물품이 낙찰될까. 다른 사람이 내가 눈독들인 경매 물품을 가져갈까 봐 높은 가격임을 알고 있지만 얼른 응찰하는 네덜란드식 경매일까. 아니면 한두 사람이지만 꼭 저 물건을 가져가야겠다고 경쟁적으로 값을 올리는 체증식 경매 방식일까. 그 답은 경매장에 있다.

와인 경매에서 가장 중요한 ‘Lot’
와인 경매에서 인기 높은 페트뤼스 와인
와인 경매에서 인기 높은 페트뤼스 와인
경매회사는 보통 하나의 경매 방식을 채택해 경매를 진행한다. 어떤 경매 방식을 선택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경매회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민하는 것은 바로 ‘롯’을 결정하는 것이다.

경매에 나오는 와인은 반드시 묶어서 경매에 내놓아야 하는데, 어떻게 묶어서 경매에 내놓아야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느냐가 경매 담당자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이와 관련해 경매사에게 가장 많이 물어보는 것이 바로 롯이 무엇이냐 하는 질문이라고 한다. 와인 경매에서는 여러 명의 소유주가 가지고 있는 많은 와인이 혼재돼 경매에 나오게 된다.

평균적으로 소더비나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30명의 소유주가 내놓은 2000개의 롯이 경매에 붙여지게 된다. 롯이란 한번에 경매에 붙여져서 팔리는 단위다. 롯은 와인 1병이 될 수도 있고, 한 소유주가 내놓은 와인 전체가 될 수도 있다.

경매팀에서는 와인 전체 시장에 대한 감을 가지고 롯을 결정하게 된다. 이때 고려하는 요소로는 와인 시장의 최근 트렌드, 과거 경매의 낙찰 결과, 기대되는 경매 이익 등이다.
특등급 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 전경
특등급 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 전경
경매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롯의 종류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첫째는 케이스 로츠(Case Lots)다. 케이스(Case)는 와인 12병이 들어 있는 박스를 말한다. 이때 기준이 되는 와인 병은 750ml가 들어 있는 와인 병을 의미한다.

1.5리터짜리 매그넘이라면 12병이 아니라 6병이 1개의 케이스 롯이 되고, 375ml 병이라면 24병, 3리터짜리 더블 매그넘이면 3병이 한 개의 케이스 롯이 된다.

750ml 12병이 1개의 케이스 롯이 된 이유는 케이스가 와인의 기본 거래 단위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나온 용어가 ‘OWC’ 와 ‘OC’다. OWC는 Original Wooden Case의 약자이고, OC는 Original Cardboard Carton의 약자다.

와인 수집가들은 와인이 처음 세상에 나와서 거래된 그 상태 그대로의 것에 대해 더 높은 가격을 쳐준다. 그러므로 OWC라고 별도로 명기돼 있는 롯은 그만큼 더 높은 가격에 낙찰될 가능성이 높다.
[와인 재테크] 와인 경매의 실제
Single-Bottle Lots & Group Lots

둘째로 싱글 보틀 로츠(Single-Bottle Lots)가 있다. 일반적인 와인은 케이스 단위로 경매에 나오게 되지만 아주 비싸고 귀한 와인은 1병 단위로 경매에 붙여질 수도 있다. 이를 싱글 보틀 로츠라고 한다.

대개 보르도 메도크 지구의 1등급 샤토에서 생산된 와인인 경우 이렇게 1병 단위로 경매에 붙여진다. 그룹 로츠(Group Lots)도 있다. 이는 수집가들의 관심에서 벗어난 와인이 12병을 채우지도 못한 상태에서 일부 몇 병만 남았다거나 하는 경우 이를 하나의 롯으로 경매에 붙일 때 경매에 들어가는 제반경비도 뽑기 어려울 수가 있으므로 이를 경매 참가자들이 관심을 끌 수 있도록 별도로 묶어내는 방법이다.

대표적으로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한 가지는 버티컬 컬렉션(Vertical Collections)이고 또 다른 하나는 호리존털 컬렉션(Horizontal Collections)이다. 버티컬 컬렉션은 하나의 샤토에서 생산된 다양한 빈티지 와인을 하나의 롯으로 묶는 방법이다.

개별로 보면 그리 훌륭하지 못한 빈티지라도 이렇게 여러 해에 생산된 것을 한꺼번에 묶는다면 그 가치가 더 상승될 수 있다. 호리존털 컬렉션은 한 해에 생산된 여러 다른 와인을 한꺼번에 묶는 것이다. 두 가지 방식을 적당히 묶어서 믹스드 로츠(Mixed Lots)를 만들 수도 있다.

특별히 가격이 높은 롯은 슈퍼 로츠(Super Lots)라고 하는데 전설적인 뮤지컬 제작자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내놓은 와인이나 SK네트웍스가 운영 중인 와인 펀드에서 내놓은 와인들이 이런 슈퍼 로츠에 해당한다. 이런 경우 낙찰 가격은 수십억 원을 넘는다.

김재현 하나은행 WM본부 이사